전라감영에서 만나는 장인정신
글 김하람 기자
쉽게 볼 수 없는 무형문화재들의 작품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정교하고 섬세하며, 화려하고 고아한 아름다움을 품은 작품들이 전라감영의 공간을 새롭게 채웠다. '2021 전주시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전시-명장의 손'이다.
이번 전시는 전주시 무형문화재 공개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전시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정형화된 전시장을 벗어난 야외 전시로 기획됐다. 작년에는 경기전 한옥 건물에서 진행되어 경기전을 찾는 전주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전주의 풍부한 문화유산을 알렸다면, 올해는 지난해 복원이 완료되어 문을 연 전라감영에서 열려 더욱 뜻깊은 전시로 관람객들을 맞았다.
올해 전시의 주제는 ‘명장 명품, 시공의 소산’. 오늘의 무형문화재가 있기까지 어떤 시간이 흐르고, 그 결과물이 어떻게 공간과 어울려지는지, 시간과 공간 두 가지 측면에서 구성됐다.
내삼문을 지나 전라감영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커다란 기둥형 패널이 눈에 띈다. 장인의 일생과 작품에 대한 글이 적혀있어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조각보의 느낌을 살린 현수막이 펄럭이는 선화당 뒤쪽으로 이어진 패널을 따라 걷다보면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내아와 내아행랑이 나온다. 감사 식구들의 거처였던 내아와 내아 행랑의 방과 마루에 전주시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스무 명의 작품이 놓여 공간과 어우러졌다. 신발을 벗고 건물에 올라서 마루와 방을 드나들며 작품의 앞면, 옆면, 뒷면 모두를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는 전시로, 어느 한 곳 빠짐없이 정교하게 만들어진 작품 속에서 장인의 솜씨와 선조들의 지혜를 발견하게 된다. 가장 많은 무형문화재를 보유한 도시답게 부채, 색지공예 반닫이, 방짜유기 징, 지우산, 나전칠기 경상, 한지발 등 다양한 종류의 작품들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전라도와 제주도를 관할했던 전라감영이 이제 문화 중심지로 우뚝 섰다. 이번 전시는 감영 복원의 의미를 대중적으로 확산하고 역사 건축물의 활용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전라감영이 가지는 역사적 가치에 무형문화재의 가치를 더해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이끌었다.
전시에는 ▲내아-색지장 김혜미자, 전주배첩장 변경환, 전주낙죽장 이신입, 전통음식 김년임, 향토술담기 조정형, 악기장 고수환, 단청장 신우순, 우산장 윤규상, 악기장 최동식, 옻칠장 이의식, 선자장 박계호, 방짜유기장 이종덕 명장, ▲내아행랑-민속목조각장 김종연, 악기장 최종순, 전주나전장 최대규, 한지발장 유배근, 선자장 방화선, 야장 김한일, 선자장 엄재수, 지승장 김선애 명장이 참여했다. 전시는 11월 18일부터 12월 8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