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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 | 연재 [김윤성의 새 이야기]
1월, 홍여새를 만나다
김윤성 전북산업보건협회 전문의(2022-01-11 13:03:16)


1, 

홍여새를 만나다


1월이 오면 설레는 마음으로 월드컵 경기장 주변을 서성입니다. 겨울 이맘때 이곳에서 홍여새 백여 마리를 10 동안  관찰한 행복한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겨울철새 대부분이 갈색과 회색의 다소 칙칙한 깃털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홍여새는 밝고 선명한 원색이 많아서 마주하는 즐거움이 매우 큽니다. 갈색의 머리와 몸에도 분홍빛이 섞여 있고, 배는 옅은 노란색이며 꼬리 쪽으로 가면서 붉은 색을 띱니다. 검은 날개깃 사이에 무늬가 뚜렷하며, 특히 꼬리깃 끝에 있는 밝고 선명한 붉은 띠가 인상적인데 때문에 홍여새라 불립니다. 정수리에서 하늘로 치솟는 깃과 눈동자를 덮고 있는 짙고 두터운 검은 눈선 때문에 마치 전사(戰士) 같은 느낌을 줍니다. 독특한 생김새와 깃털 때문에 탐조인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편이지만 해마다 찾아오는 개체 수는 종잡을 없어 만나기 어려운 종류에 속합니다.


홍여새가 선명한 깃털을 가지는 이유는 이들이 먹는 나무 열매 속에 있는 카로틴 색소 때문이며, 색소가 노랗고 빨간 깃털 색을 만듭니다. 번식기 잠깐 모기 같은 벌레를 먹지만, 거의 대부분 나무 열매만 먹는 편식가며 시간에 백여 개를 먹어 치우는 대식가입니다. 열매는 통째로 삼키는 혀의 중간 부분에 쐐기가 있어서 수월하게 삼키는 도움을 줍니다. 열매 높은 당도 때문에 물을 마시러 자주 물가에 내려오는 모습을 있습니다.


홍여새의 먹이와 그와 연관된 깃털의 색은 생태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포식자 눈에는 띄지 않지만 짝짓기 상대방에게는 띄어야 하고, 성별 연령을 표시하며 사회적 서열을 정하는데 이용하기도 합니다. 무엇을 먹는가 하는 것이 자기 자신을 규정한다는 말은 모든 생명체에게 적용되는 말입니다. 


홍여새는 러시아 동부, 중국 동북부에서 여름철 번식기를 보내다가 겨울이 되면 우리나라를 찾아옵니다. 문득 도심 공원을 걷다가 겨울과 어울리지 않은 선명한 빛깔의 홍여새를 본다면 놀람과 신비로움으로 작은 행복을 맛볼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개체 수는 조금씩 감소하고 있는데 서식지의 산림 개발과 먹이 감소 그리고 불법 포획이 원인입니다. 식물의 씨를 옮기는 중요한 생태적 역할을 하는 새를 기억하고 보호하는 일이 필요할 때입니다. 




김윤성 전북산업보건협회 전문의. 아마추어 탐조가. 새를 보기 시작한 지는 5 정도 됐다. 늙기 전에 우리 주변에 있는 새와 나무의 이름은 알고 죽자 싶어서 관찰하기 시작했다. 보면 볼수록 독특한 아름다움에 점점 빠져들게 되는 새의 매력. 그가 전하는 우리 주변에 살아가고 있는 새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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