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의 명암
글 유건식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장
최근 K-드라마가 넷플릭스에 유통되면서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2021년 9월 17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4주 동안 전 세계 2억 명이 넘는 가입자가 16.5억 시간이나 시청했고, 전 세계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콘텐츠의 통계를 내는 플릭스패트롤(flixpatrol.com)에서는 52일 동안 전 세계 1위를 했으며, 2021년 TV시리즈 중에서 시청 1위를 기록했다. 2021년 11월 29일 열린 제31회 고담 어워즈에서 ‘획기적인 시리즈’ 부문상과 12월 7일 열린 ‘2021 피플스 초이스 어워즈’에서는 정주행 시리즈 부문상을 받았다. 이처럼 <오징어 게임>은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이처럼 <오징어 게임>의 인기를 계기로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와 국내 드라마의 차이가 있는지, 한국 드라마가 왜 글로벌에서 인기와 경쟁력이 있는지, 국내 드라마는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지 등을 정리해 보았다.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와 국내 드라마의 차이
넷플릭스가 2016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3년 동안은 국내 OTT에 뒤지며 큰 위협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2019년 1월 넷플릭스의 한국 첫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이 인기가 있으면서 급속도로 넷플릭스의 인기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넷플릭스의 월 순 이용자 수가 1백만 명이 넘어가며 웨이브를 앞선 이후 격차는 계속 더 벌어져 2021년 10월 현재 넷플릭스는 1천만 명이 넘어섰고, 웨이브와 티빙은 400만 명 초반대이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제작하는 오리지널 드라마와 국내 드라마는 소재, 예산, 제작 방식, 자율성 등에서 차이가 난다.
첫째, 소재의 차이다. 한국 드라마는 <겨울연가>, <태양의 후예>처럼 대체로 로맨스 위주였다. 한동안 <대장금>이나 <성균관 스캔들>, <해를 품은 달>, <추노>처럼 사극이 인기가 많았다. 반면, 넷플릭스의 <킹덤>이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의 성격을 규정지었다고 볼 수도 있다. 2020년 3월 <킹덤> 시즌 2, 2020년 12월 <스위트 홈>으로 이어지는 좀비 드라마 트랙은 국내외에서 인기의 한 축을 만들었다. 이 드라마들은 2021년 9월 <오징어 게임>과 <지옥>처럼 폭력성이 강하거나, 2020년 11월 <인간수업>처럼 선정적일 뿐 아니라 많은 제작비가 소요되어 국내 방송사에서는 선택하기 어려운 소재이다.
둘째, 예산 규모의 차이다. 한국 드라마는 대작이라고 하더라도 대체로 회당 10억 원이 넘어가기 어렵다. 이 금액으로는 제작비를 광고와 콘텐츠 판매를 통해 비용을 만회할 수 없는 구조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킹덤> 20억 원, <스위트 홈> 30억 원 등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는 상상을 하기 어려운 금액의 제작비를 투입했다. 여기서 오해가 벌어진다. 넷플릭스는 추가 유통이 없기 때문에 작가나 배우가 얻을 수 있는 추가 수익을 먼저 지급한다는 사실이다. 국내 드라마의 경우에는 방송사에서 재방되거나 해외에 판매되면 이에 따라 일정 비율의 금액을 지급 받는다. 그렇다 보니 넷플릭스는 일괄하여 많은 금액을 지급하는 데서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 작가나 감독은 넷플릭스 플랫폼에서 본인이 관여한 콘텐츠가 서비스되고 90일이 지나면 규정된 기준에 따라 일정 금액을 받도록 되어 있다. 이를 리지듀얼(Residuals)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례를 참고하여 작가협회 등이 나서서 글로벌 OTT에게서 리지듀얼을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셋째, 제작 방식의 차이다. 국내 드라마는 대체로 16회를 기본으로 18회, 20회, 24회를 매회 70분 드라마를 한 주에 2회 편성하여 방송한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드라마 세트에 대한 비용을 스프레드 시킬 수 있고, 협찬이나 간접광고를 할 여지가 많고, 드라마의 인기가 있을수록 수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한 회에 대한 방송 시간도 방송 편성 때문에 늘이거나 줄이기 어렵다. 반면, 넷플릭스는 회수나 편성 시간에서 자유롭다. <오징어 게임>은 9부작이고, 2회는 62분이지만 8회는 32분이다. 이처럼 드라마 구성에 유연성이 높다. 전작을 제작하여 한 번에 공개하기 때문에 완성도도 높일 수 있다.
넷째, 제작진의 자율성이다. 한국의 방송사는 외주 제작을 진행할 경우 배우 캐스팅이나 대본 등에 관여를 많이 한다. 그러면서 작품의 엣지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넷플릭스는 드라마를 하기로 결정한 이후에는 거의 관여를 하지 않는다. 이러한 관행이 창작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넷플릭스를 선호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 드라마의 글로벌 경쟁력
한국 드라마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게 된 되는 일본, 대만,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인기에서 시작했다. 이 국가들은 같은 유교 문화권에 오는 동질감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가부장제를 벗어나 선진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문화에 대한 동경도 한몫했다. 그러면서 선진 문화와 기술을 적극 수용하면서 국내 드라마 제작 능력이 증가했다.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에 투자하는 주된 이유로 가성비를 빼 놓을 수 없다. 넷플릭스 드라마 중에서 가장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것은 <더 클로저>로 281억 원이다. <스위트 홈>이 30억 원이니 1/10로 제작한다. <오징어 게임>은 더 낮은 비용으로 최고의 효과를 냈으니 당연히 경쟁력이 있다.
또한, 한국 드라마는 인간의 감정을 잘 묘사한다. 2017년 <굿닥터>가 미국에서 리메이크되어 방송되었을 때, 할리우드 잡지 《버라이어티》가 보도하기를
다음으로 한국 드라마를 보면 외국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든 ‘섬싱 뉴’, 즉 독창성이 강하다. 이는 일찍부터 한류를 주목하라고 이야기해 온 사회학자 샘 리처드(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도 동의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K-콘텐츠 전 부분의 시너지 효과 있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폭발적인 BTS 인기, 20여 개국의 <복면 가왕>의 리메이크, <굿닥터> 시즌 5 방송 등이 상호 상승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맺으며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이나 <지옥>처럼 선전을 할 때, 국내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글로벌 자본의 힘에 국내 콘텐츠 산업의 종속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1월 디즈니+나 애플TV+가 진입한 상태에서 국내 콘텐츠 시장이 IP를 기반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국내 제작사는 저작권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국의 드라마 시장 규모에서 보면, 넷플릭스 같은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따라서 <태양의 후예>, <동백꽃 필 무렵>, <연모>처럼 휴머니즘이나 감성이 넘치는 전형적인 K-드라마 제작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면서 막대한 제작비가 소요되는 경우에 BBC처럼 글로벌 OTT와의 적극적인 전략적 제휴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