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다시 책으로, 위로를 주고받다
글 김하람 기자
책의 도시 전주에는 다양한 특색을 가진 동네책방들이 있다. 책방지기에 따라 개성이 다양하고 책에 대한 사랑이 가득 묻어있는 공간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동시에 책 소비의 감소와 온라인 서점, 코로나19로 인해 점점 설 곳을 잃어가고 있는 동네책방. 그러나 전주의 동네책방 책방지기들은 먹고사니즘에 대해 한탄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외쳤다. 제1회 전주동네책방문학상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지난해 1월 첫선을 보인 전주동네책방문학상은 2020년 전주동네책방네트워크의 출범과 함께 시작됐다. 전주의 동네마다 자리를 잡고 있는 10곳의 책방지기가 모여 만든 ‘전주동네책방네트워크’는 올바른 독서문화 정착과 문화적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출범했다.
지역의 작은 책방들의 힘으로 탄생한 문학상은 375명이나 참여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으나, 지원 없이 민간의 힘으로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기에 많은 독자들과 손님들, 책방지기들이 그들에게 응원을 보냈다.
그 응원에 힘입어 동네책방문학상이 올해도 더욱 발전한 모습으로 다시 찾아왔다. 작년 대상 상금은 50만 원, 각 서점마다의 상금이 5만 원이었지만 올해는 두 배 더 늘어났다. 펀딩으로 제작한 제1회 전주동네책방문학상 수상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판매 수익금 덕분이다. 모집 분야도 시, 소설, 수필, 사진 에세이에서 정체성이 모호한 사진 에세이는 제외하고, 동화와 희곡 부문을 신설했다. 제2회 동네책방문학상의 응모자수는 224명으로 작년보다 줄었으나 외계인, 비건, 환경문제 등 소재는 더욱 다채로워졌다.
올해 문학상 주제는 ‘맛있는 밥을 먹었습니다’. 작년 코로나를 극복하는 마음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주제로 잡았는데, 글 속에 우울함이 깃들어 있다 보니 이번에는 조금 더 밝은 분위기의 주제로 선정해 기운을 북돋을 수 있도록 했다.
대상은 유버리 씨의 소설 ‘모르는 삶’이 선정됐다. 유버리 씨는 “전주라는 도시를 정말 좋아하고, 또 여행을 갈 때마다 동네 책방에 들러서 책을 사는 것이 취미인 사람이라 특별히 전주 동네 책방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게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점카프카상은 김성호 씨의 소설 ‘린이의 순대국밥은 누가 먹었을까?’, 에이커북스토어상은 파키뉴 씨의 수필 ‘내돈내산’, 책방토닥토닥상은 강승체 씨의 소설 ‘뿔소라’, 물결서사상은 김원호 씨의 시 ‘키친 드링커’, 잘익은언어들상은 김지나 씨의 수필 ‘엄마의 손맛은 맛이 없다’, 혁신책방_오래된새길상은 박윤 씨의 시 ‘따스한 열망의 식사’, 고래의꿈상은 박수현 씨의 동화 ‘맛있는 정원’이 받았다. 한 작품 한 작품 정성스럽게 일고 심사한 심사위원 책방지기들은 ‘맛있는 작품을 읽었습니다’로 화답했다.
시상식은 지난 17일 줌을 통해 진행됐다. 시상식과 함께 상금이 수여되고, 비대면으로 상패도 전달했다. 전주동네책방네트워크 이지선 회장(잘 익은 언어들 대표)은 “상을 받으신 분들이 ‘받을 줄 몰랐다, 너무 기쁘다’ 이렇게 소감을 남겨주셨는데, 그들에게 작은 응원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며 “글을 쓰다 보면 자신감이 떨어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들에게 그런 순간에도 계속할 수 있다고, 괜찮다고 인정해주고 응원해주는, 작지만 그런 힘이 됐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올해도 수상집 제작은 펀딩을 통해 진행할 예정이다. 전주의 동네책방끼리 함께 모여 전주 책방의 이름을 걸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한 끝에 만들게 된 전주동네책방문학상. 지원 없이 하는 것도, 따로 시간을 내어 작품을 읽고 심사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보람을 가지고 계속해서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2020년 5월 출범한 전주동네책방네트워크는 현재 고래의 꿈(서신동)·물결서사(서노송동)·살림책방(덕진동)·서점 카프카(중앙동)·소소당(송천동)·에이커북스토어(중앙동)·잘 익은 언어들(금암동)·책방놀지(금암동)·책방 토닥토닥(전동)·청동북카페(효자동)·혁신책방 오래된새길(장동) 등 11개 책방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