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문화와 예술로 재해석하다
글 김하람 기자
동학농민혁명과 세계 근대혁명을 소재로 한 국제포럼이 전주에서 열렸다. 지난 21일 라한호텔에서 열린 제1회 동학농민혁명 기념 세계혁명예술 전주국제포럼이다. 동학을 예술로 풀어내고 동학의 세계화를 꾀하기 위해 마련된 이 포럼에서는 ‘세계의 혁명 문학과 영화’를 주제로 한국과 일본, 영국, 러시아, 독일, 남미 등 여러 나라의 혁명이 문학과 예술로 소개됐다.
‘문명전환기 혁명의 기념과 재현’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맡은 서울대 박명규 명예교수는 “과거를 상상하고 끊임없이 의미있는 문화로 재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미래로 열리기를, 공식적, 정치적 해석에 사로잡히기보다는 다양한 주체들에게도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두는 상상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의 세계혁명예술전주국제포럼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이어지는 학술포럼은 △한국의 동학농민혁명과 일본의 근대혁명기 문학관 △독일농민전쟁과 러시아의 혁명문학·영화 △아일랜드 농민혁명과 체 게바라 혁명문학·영화 등 세 가지 세션으로 나뉘어 발표와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학술포럼 첫 번째 세션에서는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의 문병학 시인이 ‘한국 현대문학에 나타난 동학농민혁명’을 시(詩)를 중심으로 발표했다. ‘파랑새’, ‘검가’, ‘녹두장군’ 등 194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연도별로 동학농민혁명을 주제로 하는 문학작품을 살폈다. 그는 “문학 작품 발표의 흐름이 기념사업의 침체와 부흥 등 흐름을 같이한다는 점, 역사인식 재정립이 이루어진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작품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삿포로 대학의 요코시마 고지 교수가 ‘시바료타로와 타올라라 검’을 주제로 막말유신기 일본의 혁명인식과 혁명문학을 소개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혁명 문학이 태어나기 어려운 토양이 있지만, 일본과 관계없는 외국의 혁명과, 메이지 유신으로 대중적인 혁명문학을 이뤄갔다”고 발표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뮌하우젠 박물관의 토마스 뮐러 관장이 독일의 대표적 사회개혁운동 지도자였던 토마스 뮌처가 등장한 독일농민전쟁 영화를 소개하며 독일영화에서 그리는 사회주의 운동과 독일농민전쟁을 소개했다. 엘레나 이코니코바 러시아 사할린국립대 교수는 러시아의 대문호인 톨스토이의 작품 ‘고뇌 속을 가다’와 이를 각색한 영화에 나타난 혁명의 이미지 등에 대해 발표했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영국 셰필드대학의 퀴바 닉 고바이드 교수는 문학과 영화에서 그린 아일랜드 혁명을 소개했고, 남미 혁명의 영웅 체 게바라의 실제 친조카이자 작가인 마틴 게바라 두아르떼는 체 게바라를 소재로 한 문학과 영화를 다뤘다.
이날 학술포럼은 유튜브 ‘전주시 LIVE’채널을 통해 실시간 생중계됐으며, 포럼이 끝난 후에는 전주시청 책기둥도서관에서 프랑스 혁명을 다룬 영화 ‘원 네이션’이 상영됐다. 포럼 이틀째인 22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일본 근대혁명기를 소재로 한 ‘바람의 검 신선조’와 우리 동학농민혁명을 다룬 ‘녹두꽃’이 각각 상영됐다.
시는 이번 국제포럼을 발판 삼아 △동학농민혁명과 예술의 접목 △동학 관련 서적 번역 등 동학의 세계화 △혁명도서관 조성 등 전주에서만 가능한 다양한 동학 관련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이번 포럼은 동학농민혁명을 통해 세계 근대혁명사에서 파생된 예술적 성취와 가치를 함께 공유하는 전주형 국제포럼으로, 근대 혁명의 핵심에 다채롭게 접근하며 혁명정신을 깊이 있게 담았다. 형식에 있어서도 동학농민혁명과 세계 근대혁명사의 문학, 미술, 영화, 음악, 무용 등 각 장르 중 하나를 선택하여 매년 하나의 장르를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일종의 ‘혁명 예술 포럼’ 방식이이다. 이러한 주제들을 음악회, 시낭송회, 영화제 등과 연계하여 문화적으로 발전시켜 학술포럼과 예술제를 겸한 것.
김승수 전주시장은 “동아시아 국제 질서를 뒤흔든 동학농민혁명을 세계화하고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혁명예술’을 주제로 한 국제포럼을 개최하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국제포럼을 통해 전주가 혁명예술의 중심도시이자 동학농민혁명을 세계화하는 선도도시로 자리매김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