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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2 | 칼럼·시평 [문화칼럼]
<저널칼럼>한국의 문단풍토 이대로 좋은가?
김교선 (문학평론가·全州大 교수)(2003-12-18 11:16:33)


 요즘 일기 시작한 민주주의 바람은 한국사회의 각 분야에서 기존질서에 대한 비판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비판은 한국의 문단풍토에 대해서도 가해질 필요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필자는 이 글에서 필자 나름대로 느낀 한국의 문단풍토에 대한 문제점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볼까 한다. 그리고 약간의 비판도 가해볼까 한다.

 

 (1) 문학단체 문학동호인끼리 모여 서로자극도 받고 친목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문학써클, 예컨대 동인지를 모태로 한 문인들의 모임 같은 것은 이런 성질의 써클을 대표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써클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발견되는 정상적인 건전한 문학 써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 같은 써클과는 별도로 문공부 산하의 관제 문학단체가 있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문협이라는 조직이다. 이 조직은 중앙에 본부가 있고 지방에 지부가 있는 형태로 중앙집권제 체제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이 같은 문학단체의 조직으로 정부가 의도하였던 정치적 효과를 어느 정도 거둘 수 있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실질적인 효과는 거의 없었을 것 같다. 그러면 이 단체가 문인들에게는 어떤 혜택이라도 주었을까? 준 것이 었다면 그것은 혜택이 아니라 반목 분열 뿐 이었다. 그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문협에서 가장 열성적으로 한 일은 감투싸움이었으니까 ! 문협 이사장이라는 감투가 얼마나 실속이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한국문단의 중진으로 알려져 있는 분들이 그 감투 때문에 양식을 잃고 야비한 방법으로 싸우는 광경은 슬프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것이었다. 이 같은 광경을 두 번인가 세 번인가 거듭 보고 나서 필자는 문협에서 탈퇴하였다. 문협이라는 조직체의 성격도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겠지만, 감투 싸용을 벌이는 한국문단의 보스들-그리고 그들을 둘러 싸고 한 자리씩 하겠다고 주구 노릇을 하는 젊은 문인들-의 의식구조에 대하여서는 더욱 깊은 성찰이 필요할 것 같다.

 

 (2) 문단 인맥 알다시피 한국에서 글쓰는 사람이 문언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문예지에서의 추천 또는 신인상 따위의 관문을 통과하거나 신춘문예 같은데서 당선되는 것이 일반화된 방법이다. 그런데 이 같은 방법으로 각 문예지 신문사에서 문인으로 인정한 사람들이 매년 몇 십명씩 쏟아져 나온다. 이처럼 대량생산된 문인들은 문인자격증은 얻은 셈이지만 실제로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지면을 얻기는 매우 어렵다. 사정이 이러함으로 그들은 작품발표의 지면을 얻기 위하여 문단의 보스격인 인사와 문예지의 편집인들에게 접근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같은 한국문단의 현실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나타난 것이 어떤 문단보스나 문예지를 중심으로 한 문단인맥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조직 확대시켜 감투싸움에 이용한 것이 이미 언급한 것처럼 문협에서 간부들이 한 일이었다. 이 같은 전근대적인 성격의 문단인맥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우선 위에서 말한 것 같은 무책임한 문인의 대량생산을 억제해야 할 것이다. 이런 문체에 대한 구체적인 토의는 앞으로 많이 나타날 것으로 믿는다. 그러므로 필자는 앞으로 나타날 좋은 견해들에 기대를 걸면서 여기에서는 다만 참고로 외국에서 신인들의 문단진출 방법을 소개하는 것으로 그치겠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에는 한국에서처럼 추천제나 신인상 제도같은 것은 없고 자비출판에 의하여 발간한 작품이 호명을 얻으면 문필가의 대열에 끼일 수 있게 되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 같은 제도는 자비출판을 할만한 경제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곤란한 제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에 비하면 일본의 신인 발굴 방법이 한국의 실정에는 알맞지 않을까 생각된다. 일본에서는 해방 전까지 종합지 「中央公論」에서 매년 일회씩 실시하여 온 문학상 제화 유일한 신인발굴의 제도가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해방 후에는 일본에서도 문학상 제도를 실시하는 잡지수가 좀 늘었지만 난발하고 있지는 않다. 해방 후 일본에서의 문학상중에서 가장 권위가 있는 것은 〈아쿠다가와 상〉인데 이 상은 일년동안 일본전국의 동인지에 발표된 작품 중에서 최우수작을 골라 수상하는 방법을 태하고 있다. 그리고 당선수준에 도달하는 작품이 없을 때에는 당선작을 내지 않는다. 이처럼 엄선된 권위있는 상임으로 〈아쿠다가와 상〉 수상자는 작품발표의 지면을 얻기 위하여 비굴해질 필요가 없다.


 (3) 문학상 앞에서 말한 문학상은 신인발굴을 위한 장치로서의 문학상으로 요즘 일반적으로 신인문학상이라고 불리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문학상은 그런 것이 아니고 기성문인 중에서 특히 좋은 업적을 그 해에 보여준 분에게 드리는 문학상을 말하는 것이다. 이같은 문학상 제도는 없는 나라가 없다. 한국에도 있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전에는 그렇지도 않았는데-근자에 이르러 이런 문학상이 전제없이 난발되고 있다. 난발되다 보니까 수상자외 수준이 자연 저하될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이같은 추세로 나기다가는 한국에는 사장 아닌 사람, 박사 아닌 사람이 드물 듯이, 문학상 수상자 아닌 사람도 드물게 될 것 같다.


 (4) 시 비 앞에서 말한 문학상의 난발과 유사한 것이 근자에 자주 있는 시버 건립이다. 시비라는 것은 시인이 작고한 후에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 분의 시가 빛을 잃지 않을 때에 비로소 세워지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살아있는 동안에도 별로 빛을 발하지 못하던 시인을 죽은지 몇 달도 안되어 시비를 건립한다고 야단들이다. 이것도 한국의 문학풍토에서만 볼 수 있는 기현상의 하나다.


 5) 출판기념회 여러해 동안 써왔던 작품들을 정선하여 처음으로 한 권의 작품집으로 발간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본인은 말할 것도 없지만 주변의 친구들로서도 기쁨이 아닐 수가 없다. 이런 경우 친구들이 서둘러 출판기념회를 마련하는 것은 아름다운 관습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 같은 관습이 그 본래의 의미를 상실하고 허식적인 것으로 타락하여 가는 경향이 많다. 가령 매년 한 권씩 시집 아니면 수필집을 발간하면서 그 때마다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는 분도 있고, 출판기념회가 문인들의 모임이라기 보다는 기관장이나 유지들의 회합같은 인상을 주는 경우도 었다. 위에서 필자는 한국의 문단풍토에서 발견되는 병폐같은 것을 지적하여 보았다. 만일필자의 지적이 이같은 병폐를 치유하는 데에 다소라도 참고가 된다면 다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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