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피카츄? 띠부띠부씰은 어떻게 MZ를 사로잡았나
글 오민정 편집위원
어떤 알고리즘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인스타그램에서 누군가 포켓몬빵 인증샷을 올린 것을 발견했다. 그렇지 않아도 바로 전날, 포켓몬빵 품귀현상 뉴스를 접하기도 해서 인스타그램에서 #띠부띠부씰을 검색해봤다. 2.3만 개라는 게시물 숫자에 화들짝 놀라 네이버에서 검색어 트렌드를 확인해봤다. 3월 18일 현재 식품 분야 검색어 1위. 어제 보도됐던 뉴스가 과장만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에, 지난달에 써뒀던 ‘트루스’대신 이번엔 포켓몬빵을 다뤄보기로 했다.
대체 ‘포켓몬빵’이 뭐길래, ‘띠부띠부씰’이 뭐길래
사실 처음에 ‘포켓몬빵’, 그리고 ‘띠부띠부씰’의 열풍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학창 시절 ‘국진이빵’, ‘핑클빵’을 접해본 적은 있으나 ‘포켓몬빵’은 좀 생소하기도 했다. 포켓몬빵은 SPC삼립이 1998년 처음 출시했다. 그때도 큰 인기를 끌었지만 지난달 16년 만에 재출시했고, 2주 동안 350만 개가 넘겨 팔렸다. 사람들이 7시 편의점 입고에 맞춰 줄을 섰고, 몇 분 만에 동이 났다. 대체 포켓몬빵이 거부할 수 없는, 무슨 특별한 맛이라도 있는 것일까? 아니다. 포켓몬빵은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양산형 빵이다. 그럼 대체 사람들은 대체 왜 포켓몬빵에 열광하는 것일까? 바로 ‘띠부띠부씰’ 때문이다. 심지어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띠부띠부씰’을 모으기 위해서 빵을 구매한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SNS에서는 포켓몬빵을 샀는데 “장갑을 끼고 빵을 뜯어 깨끗하다”며 봉지를 뜯은 빵을 먹어 줄 사람을 구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하고, 어릴 때 모은 ‘띠부띠부씰’을 70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대체 포켓몬이 뭐길래, 띠부띠부씰이 뭐길래.
‘띠부띠부씰’은 SPC 삼립이 판매하는 캐릭터 빵에 포장된 캐릭터 시리즈다. 포켓몬이 귀엽기는 하지만, 무슨 금테라도 두른 걸까? 아니다. 띠부띠부씰은 포켓몬 캐릭터가 그려진 종이로, ‘띠고 붙이고 띠고 붙이는 씰’의 줄임말이다. 당연히 실질적인 가치는 없다. 그런데 이것을 갖기 위해서 빵을 구매하고, 몇 배나 되는 웃돈을 주고 사고판다고? 대체 어떻게 된 일인 것일까?
‘띠부띠부씰’의 이상한 열풍, 누가, 왜 집착하나
포켓몬은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줄임말이다. 단순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라고 볼 수 있겠지만, 전 세계를 사로잡은 콘텐츠다. 우리나라에서도 1999년 SBS를 통해 소개됐다. 이 시기 유년 시절을 보냈던 MZ세대가 이제 본격적인 구매층이 된 것이다. (MZ세대 끝자락에 포함되긴 하지만 99년도에 고등학생이던 나보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90년대생 팀원이 훨씬 더 포켓몬빵에 공감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인 것 같다) 벌써 포켓몬 띠부띠부씰 159종을 다 모은 후기가 올라오기 시작했으며, 전용 보관북(띠부띠부씰북)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MZ는 왜 포켓몬빵에 집착(?)하게 됐을까?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MZ의 경험에서 나온 레트로 열풍이다. MZ세대가 유년시절에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친구와 경쟁적으로 모았던 추억을 소환한다. 이러한 레트로 열풍은 그때의 기억을 적당히 필터링하여 ‘추억’으로 재가공한다. 이전의 레트로 열풍이 이전 세대의 경험에서 나왔다면, 포켓몬빵과 띠부띠부씰은 MZ세대의 경험에서 나온 레트로 열풍이자 문화인 셈이다. 게다가 띠부띠부씰이 포함된 포켓몬빵의 가격은 1,500원에 불과하다. 코로나로 지치고 팍팍한 일상의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벗어나는 데 들어가는 비용으로 그 정도면 이제 부담이 되는 금액도 아니다. 위안형 소비로는 제법 괜찮은 소비가 아닐 수 없다.
또 랜덤 박스를 뽑듯이, 혹은 확률형 아이템 게임을 하듯이 모아야 하는 ‘띠부띠부씰’이 구매 욕구를 상승시키기도 한다. 이전의 ‘포켓몬고’ 게임의 열풍처럼 한정판의 매력을 활용해 구매욕을 부추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그럼 이 열풍은 대체 언제까지 지속 될 수 있을까? 언제까지 MZ를 열광하게 할 수 있을까?
159마리의 포켓몬에 거는 기대
현재 띠부띠부씰과 포켓몬빵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며 SPC삼립의 주가도 덩달아 고공행진 중이다. 아마, 당분간은 이 인기가 지속될 것 같다. 이 열풍이 단기가 될지, 장기가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 한 가지는 분명하다. 곰표맥주도, 포켓몬빵도 뻔한 것을 뻔하지 않게 성공시켰다. 일종의 ‘혁신’이다. 그렇다면 곰표맥주의 혁신이 ‘콜라보’에 있었다면 현재진행형인 ‘포켓몬빵’의 이루어 낼 ‘혁신’은 무엇이 될까? 아직은 명확하지 않지만, 새로운 무언가가 나오지 않을까? 포켓몬빵은 단순히 ‘레트로’와 ‘한정판’, ‘159마리의 포켓몬’에서 그치게 될까, 아니면 또 다른 혁신 포인트를 찾아낼 수 있을까. 괜히 빵 봉투를 만지작거리며, 기대감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