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영화의 거리를 다시 채울 영화의 향연
글 김하람 기자
정상개최를 선언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이준동)가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전주 영화의거리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전주돔을 부활시킨다. 전주돔은 2017년 전주 영화의거리에 조성된 돔 형태의 공연장으로 시작하였으며, 이후 2019년까지 2년간 전주국제영화제의 주요 행사가 개최되는 상징적인 장소로 쓰였지만 코로나19 이후 미운영되며 영화제를 찾은 많은 관객들이 아쉬움을 표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전주돔을 부활시켜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영화제를 만들고자 한다.
집단적 영화 보기의 소중함을 담다
전주국제영화제는 공식포스터를 공개하며 축제의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전주국제영화제는 2020년부터 전주의 이니셜인 ‘J’를 메인 비주얼로 내세워 도시브랜드를 부각하는 공식 포스터를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영사기가 스크린에 빛을 투사할 때 나타나는 역삼각형 이미지로 ‘전주(JEONJU)’의 이니셜인 ‘J’를 나타내고 영화제 개최 횟수인 숫자 ‘23’을 형상화했다. 이번 영화제 포스터 디자인 작업에는 2015년 이후로 전주국제영화제와 인연을 맺어온 신덕호 디자이너와 베를린에서 활동 중인 김영삼(한국), 파벨 볼로비치(독일) 디자이너 등 다국적 팀이 협업했다.
키 비주얼로 영사기의 빛을 형상화 한 것은 여러 관객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기를 바라는 기대와 염원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지난 2년 동안 팬데믹 상황으로 영화제가 위기를 겪자,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영화제에서 집단적 영화 보기가 얼마나 소중한 체험인지를 느꼈다”고 전하며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오프라인으로 개최되어 스크린에 쏟아지는 빛을 관객들이 함께 체험하길 희망하며 이를 포스터로 표현했다”고 전했다.
조직위원회는 공식 포스터를 기반으로 스틸 포스터, 무빙 포스터, 다품종 굿즈 등 다양하게 추가 제작하여 순차적으로 발표하는 ‘유연한 아이덴티티’ 전략을 수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SNS를 중심으로 체계적 노출을 통해 전 세계 영화제 커뮤니티와 씨네필에게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오프라인 개최를 홍보할 예정이다.
팬데믹 속에서도 타오르는 영화 창작의 의지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공모에서는 국제경쟁 491편, 한국경쟁 124편, 한국단편경쟁 1,169편, 지역공모 37편이 출품됐다. 국제경쟁 부문은 지난해보다 93편 증가했으며, 한국경쟁·한국단편경쟁 부문은 201편 증가해 그동안 가장 많은 출품작을 기록했던 제21회 영화제 당시보다 100여 편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역공모도 전년보다 9편 증가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된 전체 영화는 지난해 출품된 1,527편보다 294편 증가한 1,821편으로 팬데믹 속에서도 불태운 영화 창작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전북 지역에 주소지를 두었거나 전북 지역 학교의 재학생인 감독, 제작자의 작품, 혹은 전북 지역에서 50% 이상 로케이션한 작품이면 지원 가능했던 ‘지역공모’는 올해 6회째를 맞이한다. 올해 지역공모는 양적, 질적 수준에서 한 단계 뛰어올라 확고히 자리를 잡은 것 같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선정작은 총 5편으로, 강지이 감독의 <마음에 들다>, 김규민 감독의 <매일의 기도>, 고경수 감독의 <문제없어요♪>, 윤효진 감독의 <유실>, 김은성 감독의 <Mercy Killing>이다. 심사에는 전주대학교 영화방송학과 정승은 교수, <태어나길 잘했어>, <연희동>의 최진영 감독, 문석 프로그래머가 참여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나는 한국영화사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태흥영화사’ 회고전과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 특별전을 통해 1980~90년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한국영화사를 돌아본다.
1984년 영화제작자 이태원 대표가 설립한 태흥영화사는 <터미네이터>(1984), <프레데터>(1987), <다이하드>(1988), <택시 드라이버>(1976)와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수입배급사이며, 임권택 감독에게 <장군의 아들>(1990)의 연출을 맡겨 당대 한국영화의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공전의 제작사이기도 하다. 동시에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부터 <하류인생>(2004)에 이르기까지 임권택 감독과 총 11편의 작품을 함께했으며,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취화선>(2002) 등을 통해 한국영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와 한국영상자료원이 공동 주최하는 태흥영화사 회고전에서는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2002)을 비롯하여 송능한 감독의 <세기말>(1999), 김유진 감독의 <금홍아 금홍아>(1995), 김홍준 감독의 <장미빛 인생>(1994), 장선우 감독의 <경마장 가는 길>(1991), 이명세 감독의 <개그맨>(1988), 배창호 감독의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이두용 감독의 <장남>(1984) 등 태흥영화사를 통해 국내외 관객에 소개된 8편의 작품을 상영할 예정이다.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 특별전에서는 20년 넘게 관객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이창동 감독의 유명 작품과 그의 신작 단편 <심장소리>를 전 세계 최초로 만나볼 수 있다. <심장소리>는 4년 만의 신작이자 WHO에서 제작에 참여해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여기에 더해 이창동 감독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신작 다큐멘터리 <이창동: 아이러니의 예술> 또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한다.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의 전체 상영작은 총 8편으로, 이창동 감독의 대표작인 <초록물고기>(1997), <박하사탕>(1999), <오아시스>(2002), <밀양>(2007), <시>(2010), <버닝>(2018)과 단편 <심장소리>(2022), 알랭 마자르 감독의 다큐멘터리 <이창동: 아이러니의 예술>(2022)이다. <초록물고기>, <오아시스> 등의 작품은 이창동 감독이 직접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에 참여해, 오는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최초 4K 버전이 상영될 예정이다.
J 스페셜, 연상호 감독을 만나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인 특별 섹션 ‘J 스페셜 : 올해의 프로그래머’에는 연상호 감독이 선정됐다. 영화 부산행,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을 집필한 연 감독은 에니메이션에서 시작해 상업영화 및 드라마까지 확장한 독특한 이력을 가졌으며, 독자적인 세계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감독은 ‘J 스페셜’에서 자신만의 영화적 관점과 취향에 맞는 영화를 선택, 프로그래밍하고 관객과의 만남으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