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미술관 기획전
도립미술관, 더욱 풍성한 전시로 돌아오다
전북도립미술관(관장 김은영)이 봄맞이 새로운 기획전을 준비했다. ‘한운성 기증작품전’과 ‘전북청년 2022’가 그것.
‘한운성 기증작품전’은 공공문화자산인 미술관 소장미술품을 도민에게 알리고 시각예술 분야 평생교육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소장품 전시로 한국 미술계의 대표적인 판화가이자 서양화가인 한운성의 평생의 작업과 예술관을 조명한다.
한운성 작가는 1982년부터 서울대학교에서 미술교육자로서 후학들을 양성하였으며 한국 형상 미술의 대표적인 작가로 현재까지도 작품 활동을 활발히 이어나가고 있다. 작가는 일상적인 사물의 본질적 모습에 초점을 두고 시대, 사회적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그는 작년에 자신의 전작 대부분을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하여 서울 시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등 7개의 국공립미술관에 350여 점의 작품을 기증했다. 그중 전북도립미술관은 유화 68점, 판화·드로잉 63점, 총 131점을 유치하며 가장 많은 작품을 소장하게 됐다. 이는 개관 이래 생존 작가 중 가장 많은 작품이 수증된 경우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약 50년의 흐름을 담아냈다. 1전시실은 작가의 영상 아카이브를 소개함으로써 작가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하였다. 2전시실은 회화 초기작 <변신>을 시작으로 작가의 초기 작품을 관람할 수 있으며 1980년대 <받침목>, <매듭> 연작과 1990년대 <상황> 연작 2000년대 <과일> 연작까지 연대별로 작품의 흐름을 감상할 수 있다. 3전시실에서는 드로잉과 판화로 구성되어 판화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판화교육을 발전시킨 판화가 한운성을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4전시실에서는 대형작품 <디지로그> 연작과 <꽃> 연작으로 구성되어 작가의 최근까지의 작품세계를 확인해볼 수 있다.
‘전북청년 2022’전은 같은 기간 5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공모를 통해 선정한 전북 청년작가들의 초대전으로 2015년부터 지역의 젊은 청년 미술가들을 발굴하여 소개하기 위해 시작한 “전북청년”의 여덟 번째 전시다. 작년 8월에 실시한 공모에 선정된 서수인, 신영진, 윤미류 세 명의 작가를 소개한다.
서수인은 일상에서 수집한 낡은 이미지들을 물감으로 흘러내리게 하거나 나이프로 두껍게 중첩 시켜서 재배치한다. 정형화된 외형의 재현을 초월해서 시간과의 공존을 새롭게 시도한 흔적들이다. 신영진은 세간에 유통되는 동시대 사회 이슈를 작업으로 풀어내며 이전에는 옳다고 믿었던 신념들이 흔들리고 있는 현세의 변화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제시한다. 윤미류는 각기 다른 질감을 지닌 소재의 표면에 시시각각 달라지는 빛이 닿으면서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특정한 인상과 분위기를 포착한다.
전시는 5월 22일까지 열린다.
아트이슈 동학예술 프로젝트Ⅰ
동학, 예술로 꽃피다
지난해 개관한 갤러리 아트이슈프로젝트전주(대표 한리안)는 2022년 한 해 동안 동학을 모티브로 지역 작가들과 함께 철학과 정신을 예술로 풀어내는 ‘동학예술 프로젝트 – 동학 정신 예술로 태어나다’를 선보인다.
동학은 1860년 열강의 침략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최제우가 창시한 사상으로 기일원론, 후천개벽 사상, 인내천 사상을 기반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고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평등 사상을 담고 있다. 동학 사상이 경주에서 출발하지만, 동학농민혁명으로 발전된 곳은 전북이며, 전주는 동학 사상을 부분적으로 실현한 곳이기도 하다.
전주에서 갤러리를 준비하며 지역의 정체성을 갤러리에 담기 위해 고민한 한 대표는 그 답을 동학에서 찾았다. 전주에 내려와 3년간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했으며, 이제 그 결실을 풀어 놓는다.
한 대표는 “이미 지역에서 동학을 주제로 많은 전시들이 이뤄졌지만, 혁명의 이미지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들이 많았다”며 “예술이 사실적인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미학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건과 사건에 담긴 가치를 미학적으로 풀어내는 것을 통해 대중이 동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또 세계적으로도 동학이라는 사건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 그는 “동학 사상이 한국 사람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학사상은 교주 최제우가 유,불,선,도의 사상을 모두 받아들여 인간중심 사상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마치 그동안 다양한 외래 문화의 수용과 이해로 한국만의 우수한 문화를 재탄생 시킨 것과 같다. 이것이 바로 동학의 정신이며, 동학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이 이번 프로젝트다.
프로젝트의 첫 번째 전시 ‘이철량 개인전-우주의 꽃’은 3월 19일부터 4월 24일까지 펼쳐진다.
이철량 작가는 1980년대에는 수묵 운동을 이끌었고, 동양의 정신, 한국의 철학으로 깊은 사유와 끊임없는 창작 활동 끝에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조형미의 표현과 미니멀한 단색 회화를 재창조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무수한 점으로 이뤄져 있다. 그는 작품에서 무수한 점으로 이뤄진 인간의 존엄성이 하나의 빛으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의 삶의 질서와도 같은 인본주의 사상을 말했던 동학의 사상과 맞닿는 부분이다. 수묵의 대가가 그려낸 점 속에는 생명력이 있다. 보는 시점마다 작품의 분위기가 달라져 관객을 작품 앞에 오래 머물게 한다.
한 대표는 “좋은 작품으로 기획을 완성시켜주신 작가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동학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면 참여했던 작가들과 함께 그룹전을 준비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철량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전북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아트이슈프로젝트, 아트파크, 누벨벡미술관, 금호미술관 등 26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국립현대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전주 국립박물관, 대한민국 국회, 이탈리아 한국대사관, 삼성미술문화재단, 전북도립미술관 등 많은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독립영화 ‘태어나길 잘했어’ 개봉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
전주에서 활동하며 영화를 만들고 있는 최진영 감독의 영화 ‘태어나길 잘했어’가 오는 4월 14일 개봉한다.
최 감독은 전북독립영화협회 이사이자 전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지역감독이다. 전주에서 촬영된 ‘태어나길 잘했어’는 손에 땀 마를 날 없는 ‘다한증’ 때문에 외로움과 부끄러움이 전부가 되어버린 ‘춘희’가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랑스러운 성장담을 그린 영화이다. 영화 제목에서 느껴지듯 인생이 쉽지 않은 이들에게 특별한 위로와 용기를 전한다. 다양한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관객들에게 인정 받아온 배우 강진아가 주인공 ‘춘희’ 역을 맡고 박혜진, 홍상표, 황미영, 임호준, 김금순, 변중희 등 다양한 세대를 대표하는 독립영화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강진아는 이번 영화에서 지금껏 보여준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겨울을 지나 핀 봄꽃처럼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예정이다. 함께 공개된 보도스틸에는 과거의 어린 ‘춘희’의 모습부터 춘희의 추운 겨울을 녹여줄 ‘주황’과의 만남이 담겨있다. ‘춘희’의 아역은 박혜진이 맡아 풋풋하면서도 씩씩한 어린 시절을 표현해냈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오가며 다채로운 역할을 맡고 있는 홍상표가 춘희를 좋아하는 ‘주황’ 역을 맡아 후진 없는 직진 로맨스까지 펼칠 예정이다.
영화제에서 먼저 <태어나길 잘했어>를 관람한 관객들은 ‘촌스러운 듯 하나 재치 있고 따뜻하며 그저 사랑스럽다. 나에게도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싶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좋아할 영화. 98년부터 시작되는 춘희의 성장기’, ‘영화가 안아준다. 따뜻한 품을 내어주고, 손도 잡아준다’ 등 진심 어린 찬사로 영화의 탄생을 응원해 왔다.
영화 ‘태어나길 잘했어’는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을 시작으로, 전주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광주여성영화제, 대구여성영화제, 전북여성인권영화제, 서울구로국제어린이영화제 등 주요 영화제에 초청받았으며 지난 해 오사카아시안영화제에 초청돼 재능상에 해당하는 The Most Promising Talent Award를 수상했다.
시놉시스
갑작스레 부모님을 잃고 혼자가 된 ‘춘희’. 친척집에 얹혀사는 눈칫밥 일상이 쉬울 리 없다. 게다가 땀이 많은 다한증 체질은 소녀를 더 주눅 들게 한다. 하지만, 어른이 된 춘희는 씩씩하고 명랑하며 생활력도 강하다.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도 생겼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어린 춘희가 어른 춘희의 주변에 나타난다.
서학동 사진관 ‘한 걸음마다 하나의 풍경’
한옥과 한글의 새로운 만남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 그 풍경을 그림에 담았다. 서학동사진관에서 열리는 김도영 작가의 ‘한 걸음마다 하나의 풍경Ⅰ’이다.
작가는 한옥을 주제로 한 한국화와 한글을 주제로 한 문자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한옥을 주제로 한 한국화는 민화에서 주로 사용하는 전통 그림 시점인 하늘에서 보는 시점(부감법)과 땅에서 보는 시점(평원법)을 동시에 사용한다. 마당을 걸을 때나, 마루에 앉아 있을 때나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의 장면을 통해 한옥이 주는 정서에서 비롯한 작가의 사유를 담아낸다. 한글을 주제로 한 문자 작업은 작가가 24개 한글 자형을 한옥의 조형에 수용하여 한국화로 발표한 후 이를 나무에 레이저 투각하며 시작됐다. 이 작업을 통해 그는 한옥한글이라는 고유한 자형을 완성했다. 노랫말, 시, 문구를 자모음 조합으로 배열하여 평면, 반입체, 설치 등으로 시각화했으며, 모빌 제작 등 공간 설치 작업으로도 이어갔다. 한글 자모음이 모여 무한한 소리를 만들어 내듯 작가에게는 무한한 작업의 소재로서 작동된다. 작가는 “앞으로도 한옥, 한글, 한지, 한국문학 등을 두루 포함한 작업으로 다소 천천히 가더라도 계속 나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전시는 4월 5일부터 5월 1일까지 열린다.
전주한옥마을 ‘비빔 퍼레이드’
비빔춤으로 한옥마을에 활기를 불어넣다
전주 놋그릇 비빔밥이 거리축제로 재탄생 했다. 지난 3월 20일, 26일 한옥마을에서 펼쳐진 ‘비빔 퍼레이드’가 그것.
퍼레이드에서 ‘장인의 전주’를 상징하는 방짜유기 놋그릇 속 고슬고슬한 밥이 흥을 돋우면 흰색 민복과 패랭이 차림을 한 만담꾼이 큰 주걱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뒤를 이은 콩나물, 황포묵, 고사리, 당근채, 육회, 고추장, 참기름, 계란 등의 비빔재료 무용수들과 방상시 캐릭터들이 행진하면서 관광객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음악은 전주시립국악단의 꽃심속의 생활국악으로 설정 해 전주의 의미를 한층 풍성케 했다. 퍼레이드는 남천교를 출발~은행로 북쪽 방면~경기전 동쪽과 남쪽 방면~태조로 방면(총 4km거리)에서 펼쳐졌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오해룡 포스댄스컴퍼니 대표는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안무를 통해 비빔의 의미를 보는 재미, 함께 즐기는 재미 등 예술이 일상으로 확산되는 즐거움을 시민들에게 전달하여 한옥마을이 다시 활기를 되찾기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전했다.
제38회 전북연극제
연극계에 불어 닥친 한파 속 한줄기 빛
제38회 전북연극제가 지난 3월 25일부터 26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열렸다. 이번 연극제에는 코로나19와 오미크론의 확산 여파로 극단 까치동과 극단 자루, 두 팀밖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전석 매진되며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받았다.
심사는 서현석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류경호 전주대학교 공연방송연기학과 교수, 원광연 광주연극협회 회장이 맡았다. 최우수작품상은 극단 까치동의 ‘팥죽, 그리고’에 돌아갔으며, 개인상 부문에서 연출상은 극단 까치동의 전경선 씨, 최우수 연기상은 극단 까치동의 전춘근 씨가 수상했다. 심사위원은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팥죽, 그리고’에 대해 “극과 현실을 넘나드는 극구조는 신선하나 시대성으로 봐서 자칫 모호해 보일 수도 있겠다 싶은 주제를 어떻게 무대화 하였나가 심사의 초점이었다”며 “희곡의 모호성과 아쉬움을 보강하고 배우들의 톤을 조금 조정한다면 올해 최고의 작품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극단 자루의 ‘금희언니’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순수열정과 연출의 우직함이 객석을 압도했”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희곡이 배우들의 열정을 풍성하게 담아내도록 대사는 물론 극적 상상력과 절제를 담고 있었으면 더욱 입체적인 감동을 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작은 아쉬움을 표했다.
극단 까치동은 25일 전주에서 내려오는 팥죽배미 설화를 소재로 한 창작초연작 “팥죽, 그리고(정경선 작.연출)”를 선보였다.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전주에 내려오는 팥죽배미 설화를 공연하게 된 배우들. 그 옛날 어머니는 아들에게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다며 일을 가르치려고 하지만 아들은 빈둥거리며 집밖으로 나오질 않는다.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만 그리던 아들이 어머니가 죽은 뒤 이웃집에서 가지고 온 팥죽을 먹다가 어머니가 더 생각난다며 결국 논문서를 주면서 팥죽을 계속 쒀 달라 부탁한다는 내용의 공연이다. 이 공연을 연습 하던 성희는 자신과 상황이 비슷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하며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극 속 아들의 모습에 분노를 느끼며 연습을 중단시킨다. 중단된 연습에 배우들이 갈등을 겪자 극단 대선배인 근애가 나서서 결말에 대해 다시 생각하자며 제안하게 된다.
26일에는 극단 자루 “금희언니(오지윤 작.연출)”를 올렸다. 작품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화목한 가정의 맏딸로 태어난 금희는 14살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모두 잃고 소녀 가장이 되어 평생을 동생들을 위해 기꺼이 헌신한다. 공부를 곧잘 했던 막내 동희가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학업을 포기한다는 소식, 둘째 은희는 처녀의 몸으로 임신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맏언니 금희는 하나둘씩 수습해 보려 하지만, 결과는 더 고난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너무 높기만 했던 현실 앞에 의지할 사족이라고는 오직 제 자매뿐인 상황. 그런 그녀들에게 가난이 준 선물은 가혹할 만큼 잔인하기만 하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무관중으로 연극제를 진행 한 이후, 지난해부터 정상화를 추진했지만, 여전히 전북의 연극계는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연극제도 단 두 팀만 참여한다. 비대면으로 진행한 2020년 제36회 연극제 이후 두 번째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 4~5팀 참가를 유지했던 것에 비하면 반토막이 난 셈이다. (사)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장 조민철 회장은 코로나19와 더불어 적은 지원금을 원인으로 들었다. 공연 연습 중 마스크로 중무장 했지만 몇 번의 연습의 중단을 겪었으며, 전국에서 가장 적은 도 지원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그 속에서도 작은 희망의 불씨가 이어지고 있다.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여 ‘제40회 대한민국연극제 in 밀양’에 출전하게 된 극단 까치동은 지난 8년간 꾸준히 전북연극제에 참여했으며, 제38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조선의 여자’로 은상을 수상했다. 극단 자루 역시 지난해 제14회 대한민국연극대상에서 ‘고도리 장미슈퍼’로 베스트 작품상 수상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좋은 작품으로 전북연극계를 알린 이들 극단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더 많은 극단이 활발한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뜻밖의 미술관 ‘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전’
예술의 혁명가 백남준, 전주에서도 이어진 그의 축제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예술가 고 백남준의 탄생 90주년을 기리는 전시가 전주 ‘뜻밖의 미술관’에서 열렸다.
백남준은 일제강점기 경성(京城·서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1950년대 독일에서 예술가로서 이름을 알린 후 1964년 미국 뉴욕으로 이주해 전위예술의 선구자로 활약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한리안 프레젠트 대표는 지난해 아트이슈프로젝트전주의 개관전으로 백남준 개인전을 기획했다.
전시 주제는 “나의 환희는 거칠 것이 없어라(My Jubilee ist Unverhemmet)”로 백남준이 1977년 발표한 음반의 제목이다. 독일어와 영어가 섞여 있는 제목은 자유로운 세계인을 지향했던 백남준의 창조적인 언어를 보여준다.
탄생 9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인 만큼 《나는 비트겐슈타인을 읽지 않는다》, 《비디오 샹들리에 no.4》, 《갈 곳 없는 부처》, 《네온TV》 등 작가의 대표작 중심으로 선보였다. 작가의 설치 미술뿐만 아니라 석판화 작품, 작가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와 사진 등 다채롭게 구성됐다.
특별히 세계최초 인공위성 생중계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도 만나볼 수 있었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빅 브라더라는 가상의 독재자가 모든 국민을 텔레비전을 통해 통제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내용이 ‘절반만 맞았다’고 반박하며 매스미디어의 긍정적인 측면을 말한 프로젝트다. 그는 1984년 1월 1일에 미국 WNET 뉴욕 스튜디오와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를 위성 연결하며 쌍방향 생방송 쇼를 기획했으며, 이는 한국, 일본, 독일 등에 생중계 됐다. 생중계를 통해 한국에도 백남준의 이름이 알려지게 되고, 이를 계기로 그를 34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오게 한 의미 깊은 작품이다.
성매매집결지에서 문화예술과 인권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서노송동예술촌에서 뜻밖에 만난 백남준의 예술 세계가 전주 시민에게 위로와 희망으로 다가왔다.
전시를 기획한 한 대표는 “혁명적이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백남준 선생님인 만큼 변화의 공간인 선미촌에서의 전시를 좋아하셨을 것 같다”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서노송동예술촌이 국제적인 예술의 중심지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북도립미술관 소장품 기획전
방방곡곡 찾아가는 미술관
도립미술관 소장품이 미술관 밖으로 나왔다. 2009년부터 매년 전북도립미술관 소장품 중 일부를 엄선하여 도내 시·군 문화공간을 찾아가 작품을 전시하는 <찾아가는 미술관> 사업이다.
2022년 첫 번째 <찾아가는 미술관> 전시는 ‘상상 속 풍경’을 주제로 4월 10일까지 군산 근대미술관에서, 두 번째 전시는 ‘아주 사적인 표면들’을 주제로 3월 28일까지 미술관 솔에서 열렸다. 두 번의 전시 모두 회화 중심의 전시로, 군산 근대 미술관에서는 주제를 중심으로, 미술관 솔에서는 회화적 표현을 중심으로 기획됐다. 전북도립미술관의 전체 소장품 중 약 44%(2022년 1월 기준, 전체 소장품 2,003점 중 회화 작품은 880점)를 차지하는 회화 작품은 현재 도립미술관의 소장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미술의 역사에서도 오랜 시간 주류를 담당해왔다.
‘상상 속 풍경’전은 도립미술관 소장품 중 동시대미술 속 초현실주의와 추상미술 작품의 공통분모를 찾아 최근 20여 년 간 전북 출신 작가들의 표현 경향과 주제를 살펴보고 시대성과 지역적 미감을 분석했다. 인간과 자연의 이상적인 공존을 지향하는 상상적 공간을 만든 조성숙의 <내일의 숲>, 상상 속 내면의 풍경을 이끌어내 추상적 이미지로 초현실적 공간을 창출하는 유기종의 <생각-자라나다>, 현실에 부가된 양면성을 극복하려는 양순실의 <깊은 하루>,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에 대한 기억을 담은 표인부의 <바람의 기억> 등 16점의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아주 사적인 표면들’전은 도립미술관이 2007년 개관 이래 수집해 온 다양한 소장품 중, 고전적인 매체 분류법으로는 한국화 및 회화에 속하는 동시대미술 작품 14점을 선별하여 작품의 질료와 작가의 필치로부터 비롯된 표면의 물질성을 살펴보고, 전북 출신 작가들의 회화적 표현 경향을 분석했다. 한국의 정서와 미감의 근원을 추구하여 민화적 기법과 오방색을 차용한 박종수의 유채 작품 <민화적인 풍경>, 자신을 둘러싼 상황으로부터 느낀 순간적인 인상을 ‘그림 그리기’를 통해 기록하고자 하는 강성은의 <비닐파도2>, 한국화의 전통 소재 ‘산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임희성의 <변종산수-의자>, 잘라낸 책의 단면을 재료 삼아 층층이 쌓아 올린 이정웅의 풍경화 <Mountain> 등 14점의 다채로운 작품들이 관람객들을 만났다.
<찾아가는 미술관>은 도민의 일상과 함께하는 평생 교육의 장으로서 도민의 공공자산인 미술관 소장품의 감상 기회를 확대하고 지역 내 미술 문화의 저변을 확산하고자 마련되었다. 올해 <찾아가는 미술관>은 장수군, 임실군, 진안군 등 8개 시군에서 추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