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장터, 일홉 백서를 무료로 배포합니다!
글 오민정 편집위원
며칠 전, 밥을 먹으면서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을 들었다. “MT 백서가 나왔대. 일일호프 백서도 나왔대.” 그 말을 들은 반응은 대게 거의 같았다. “네? 아니 그게 백서까지 만들 일인가요?” 하지만 그 말을 한 후 다음 순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코내기들(코로나 학번 새내기들)은 이런 걸 접해 본 적이 없겠구나. 밥을 먹으며 나눈 이야기는 ‘경험의 차이’가 때때로 정말 크고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문득 20년 전, “2000년 이후는 학번도 아니다”라고 말끝마다 시비를 걸던 꼰대 선배의 단골 멘트가 떠올랐다. 당시에는 고작 몇 년 차이도 나지 않는데 자신의 경험을 가지고 으스대고 지나치게 권위적으로 행동한다고 생각해서 피해 다녔는데, 그때 그 선배도 혹시 이런 기분이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코로나로 잃어버린 2년, 학교 안의 문화도 사라졌다
5월부터 지난 2년간의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학교의 풍경이 달라진다. 5월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는 드디어 ‘짝꿍’이 생긴다. 수학여행도, MT도, 일일호프도 가능하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 시기이지만 ‘정상화’에 대한 기대는 크다. 하지만 막상 서울대 공과대학에서 각각 30페이지에 달하는 MT 백서, 일일호프 백서가 발간됐다는 소식을 들으니 만감이 교차했다. 페이스북에도 MT, 장터, 일홉(일일호프)에 대한 사전준비부터 고기를 구매하는 깨알 같은 꿀팁까지 게임의 형식을 빌려 아기자기하게 만든 게시물이 올라와 있었다. 귀여운 게시물에 웃음이 나왔지만, 문득 2년이라는 시간이 학교 안의 문화를 소멸시키기에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메타버스에서의 졸업식과 입학식은 신선했지만 학교 안의 문화를 대체해줄 만큼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커뮤니티, 자치문화가 자리 잡지는 못했던 것 같다. 만약 그랬다면, 아마도 코로나로 인한 학교의 위기니, 지금의 MT 백서와 같은 일들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실 코로나로 인해 학교와 관련된 이슈는 종종 들려왔다. 특히 대학 등록금 이슈가 컸다.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에 비싼 수업료를 내야 하는 것을 납득하지 못했고, 학교 측은 온라인 학습 환경 구축에 많은 비용이 든다고 팽팽히 맞섰다. 등록금 반환에 대한 이슈는 팽팽히 맞섰지만 해결됐다는 사례를 들은 적은 없다. 나도 ‘라떼는 말이야’를 좀 시전하자면, 등록금이 비싸다고 교문 근처에서 삭발시위를 하는 것은 연례행사기도 했다. 그때처럼 퍼포먼스든, 시위든 뭐라도 해볼 수나 있었을까. 코로나 학번의 경우 이런 이슈에 대응할 만한 구심점이 약하다. 학생회가 공석인 곳도 많다. 이것은 그냥 단순히 코로나로 인해 학생회가 허전한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비약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현상은 학교 안의 소통, 자치의 부재와도 이어진다. 코로나로 잃어버린 2년이 학교 안의 균형과 문화를 바꾸게 되는 것이다.
경험의 차이가 가져올 것들에 대한 우려
이러한 문제가 과연 학교 안에서만의 문제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소 꼰대 같이 들릴지 몰라도, ‘경험’의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질 것이다. 학교 안의 자치를 경험해보지 못하고, 백서로 행사를 준비하는 코내기 이후 학생들의 사회생활은 과연 어떨까? 선배들이 인위적으로 투입되어 문화를 전수(?)하고 형성하는 게 과연 그 차이를 메꿀 수 있을까? 경험의 차이는 세대문화의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작 학교생활의 경험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아니면 기껏 2년간의 공백이고 회복하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경험의 부재를 글로 메꿔야 하는 상황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의 차이는 어쩌면 10년 후의 격차로 되돌아올지도 모른다. 5월, 드디어 학교의 문이 열린다. 더불어 선배의 입장에서 모쪼록 코내기들의 잃어버린 자치문화도 함께 열리기를, 우려 반 기대 반으로 조심스레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