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성의 새 이야기
어린 새의
여름 나기
되지빠귀 새끼
번식기 새들은 대개 해가 뜨기 전후에 알을 낳습니다. 무거운 알을 품고 한나절을 보내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하나씩 낳은 알이 적정 수가 되면 암컷은 한꺼번에 품기 시작합니다. 이즈음 암컷의 아랫배 깃털이 빠지고, 그 자리 피부 혈관이 많아지고 조직이 늘어나 부푼 듯이 보입니다. 암컷이 이 부푼 포란반을 알과 밀착시켜 온도를 37-38도로 일정하게 유지하면, 알 속의 배아는 잠시 멈췄던 분열을 다시 시작합니다. 이 때문에 낳은 순서와 상관없이 동시에 알을 깨고 나올 수가 있습니다. 둥지 안 암컷은 알을 조심스레 굴리기도 하고 위치를 바꾸기도 하면서 균등하게 알의 온도를 맞춥니다. 암컷은 알을 품는 동안 둥지를 거의 떠나지 않으며 이 포란 기간은 대개 10-14일 정도 지속됩니다.
오리나 도요새 새끼는 태어나자마자 걷고, 먹이도 스스로 먹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새끼들은 가느다란 솜털을 가지고 있으며, 눈도 뜨지 못하는 상태로 태어나서 여전히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부화한 새끼들은 부모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경쟁적으로 받아먹으며 2주 남짓한 시간 동안 몸집을 성조와 비슷할 정도로 불립니다. 폭풍 성장의 시기입니다. 둥지를 떠날 때 몸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생존율이 높기 때문에 이 시기에 배불리 먹어 두어야 합니다. 둥지 주변에서 날개짓을 하고, 점프도 하면서 근육 힘을 기르지만, 아직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둥지를 떠나, 보다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게 되면 다시 4주 정도를 부모와 함께 지내면서 남은 생애에 꼭 필요한 여러 가지 일을 배웁니다. 포식자를 구분하고 그 위험을 피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먹이를 사냥하는 법도 조금씩 익힙니다. 동종의 새를 인식하는 법과 다른 성별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하며, 노래하는 법도 배우고 철새들의 경우에는 방향을 인지하는 방법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배움의 시기는 새들의 삶에 있어서 가장 위험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부화한 새끼들 중 약 20% 만이 이 시기에 살아남으며 이들 또한 겨울이 지나면 반 이상이 굶주림으로 죽습니다.
산책을 하다보면 땅 바닥에 떨어져 움직이지 않는 어린 새들이 가끔 목격되는 때입니다. 비행에 익숙하지 못해 생기는 일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부모 새가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근처 나뭇가지에 살짝 올려 주는 것이 새와 사람 모두에게 행복한 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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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성 아마추어 탐조가•전북산업보건협회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