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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6 | 연재 [보는 영화 읽는 영화]
괴력과 유머, 그리고 금욕으로 구축된 한국형 슈퍼히어로
범죄도시2
김경태(2022-06-10 13:18:06)



괴력과 유머,
그리고 금욕으로 구축된 한국형 슈퍼히어로



글 김경태 영화평론가




<범죄도시>(2017)의 마동석은 ‘마석도’라는 유례없는 형사 캐릭터를 구축해내며 ‘한국형 슈퍼히어로’의 탄생을 알렸다. 그런데 영화는 그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않는다. 관객은 석도의 개인사를 알지 못한다. 가족도 없고, 사리사욕도 없으며, 트라우마도 없어 보인다. 따라서 영화는 관객이 그와 정서적으로 동일시할 여지를 두지 않는다. 다만, 그가 악당을 향해 휘두르는 강력한 주먹질에 감탄하고 ‘애드리브’ 같은 툭툭 던지는 유머에 웃기만 하면 된다. <범죄도시2>(2022)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아무도 그가 악당에게 치명상을 입거나 패배할 것이라고 염려하지 않는다. 다만, 이번에는 어떻게 더 통쾌하게 악당을 벌할 것인가를 기대하며 편안하게 지켜볼 뿐이다.


석도의 우람한 근육에는 전사(前史)가 새겨져 있지 않다. 그는 그저 원래부터 타고난 근육을 지닌 것 같다. 관객은 그 근육에서 나오는 초인적인 힘 그 자체에 의해 압도된다. 그가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통쾌하게 때려눕히며 선사하는 카타르시스에 앞서서 엄청난 괴력의 전시에 전율한다. 악당이 칼을 비롯한 각종 무기로 공격해 와도 그는 끝까지 맨손을 고집한다. 그의 주먹은 이미 완성되고 검증된 최고의 무기이다. 심지어 그는 상대방이 겨누는 총 앞에서도 ‘쫄지’ 않으며 순식간에 제압한다. 총도 그 앞에서는 무용지물처럼 보인다.


석도는 초인적인 힘으로 악당을 벌하고 선량한 시민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특유의 유머로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사실, 용의자를 취조하기 위해 폭력으로 위협하는 공간, 일명 ‘진실의 방’은 경찰의 불법적인 고문을 정당화하는 듯하다. 그러나 석도는 그러한 오해를 비껴가기 위해 그 순간을 장난스럽게 희화화하며 폭력성을 희석시킨다. 그와 용의자는 함께 ‘몸개그’를 구사하는 콤비가 된다. 혹은 칼을 든 악당을 제압한 뒤 그 칼로 그의 엉덩이를 콕콕 찌르며 훈계를 하고, 기절한 악당을 에스컬레이터에 실어 내려보내며 동료 형사에게 체포하라고 명령하며, 버스 안에서는 대립하는 악당에게 맞다가 죽을 것 같으면 벨을 누르라고 말한다. 유머는 그가 지닌 험악한 인상과 육중한 체구를 친근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장치이다.



동남아시아를 기반으로 관광객과 사업가를 납치해 금품을 갈취하는 ‘해상(손석구)’은 대부업체 회장의 아들을 유괴해 돈을 뜯어내고 살해한다. 회장은 해상의 돈을 빼앗고 청부 살인하려 했으나 절반의 성공만 거두고 만다. 분노한 해상은 한국으로 가서 그를 납치하고는 부인에게 돈을 요구한다. 사실, 구하려는 회장도, 붙잡으려는 해상도 돈에 눈이 멀어서 사람 목숨을 쉽게 여긴다. 석도는 결혼 정보업체 운영하며 불법 체류 여성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이수(박지환)’에게 회장의 몸값을 실은 차의 운전사 임무를 맡긴다. 만에 하나, 작전에 실패하면 이수의 탐욕을 이용해 ‘플랜B’를 실행할 계획이다. 그들은 모두 물질적 욕망의 굴레에 갇혀 있다. 석도는 악당들을 붙잡고 벌하고 이용하기 위해서 그 욕망의 회로를 들여다본다. 그는 사리사욕이 없기에 그들 위에서 군림할 수 있다. 선과 악의 대립은 곧 금욕과 탐욕의 대립에 다름없다.



따라서 우리가 석도를 한국형 슈퍼히어로로 호명한다면, 무엇보다 투철한 소명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적 욕망에 흔들리지도 않고 규범적 제도에 굽히지도 않는 윤리적 주체이다. 그가 우리에게 주는 절대적 신뢰는 바로 거기에서 비롯된다. 그의 말대로, 나쁜 놈을 잡는 데에는 이유가 필요 없다. 언제 어디서든, 권한이 있든 없든, 눈앞에 있는 나쁜 놈은 잡아야 한다. 나아가 어떤 경우에도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그 사람이 불법적인 행위를 일삼으며 죽음을 자초한 나쁜 놈이라도 말이다. 초능력에 가까운 힘과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긍정적 성격이 슈퍼히어로의 자질이라면, 소명 의식과 휴머니즘, 이 두 가지는 슈퍼히어로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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