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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7 | 인터뷰 [배우 전춘근]
제겐 연극만큼 재미있는 것이 없어요
성륜지(2022-07-11 16:59:42)




제겐 연극만큼 재미있는 것이 없어요





전북은 연극의 전통이 깊고 풍요롭다. 좋은 연극 무대는 서울에서나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주를 비롯한 전북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는 의미 있고 건강한 연극 무대가 이어진다. 자연히 훌륭한(?) 배우들도 차고 넘친다. 오랫동안 연극 한길을 걸어온 배우 전춘근씨도 그중 하나다. 전주시립극단에서 연극을 시작한 이후 40년 가까운 세월을 연극인으로 살아온 그는 지난 3월 전북연극제에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고 그가 대표로 있는 극단 까치동은 대상을 받았다. 전주시립극단 상임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극단 까치동을 이끄는 전 대표를 덕진예술회관 연습실에서 만났다.



연기에 첫 걸음을 내딛다




그는 스물두 살, 말을 잘 하고 싶어 입단한 전주시립극단에서 연극을 시작했다. “연극하는 사람들은 말을 얼마나 잘 할까” 싶어 공연 연습을 구경하다가 연극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그는 입단한지 3년 만에 전국연극제에서 <단야>라는 작품으로 연기상을 수상했다. 그의 역할은 ‘용할매’.  ‘상을 받는다면 저 배역을 한 배우가 받을 거야!’라는 말이 돌 정도로 모두가 욕심내는 역할이었다. 짧은 기간에 중량감 있는 배역을 쟁취한 비결이 무엇이었을까. 


“연출 선생님께서는 제가 맡은 장면을 오늘은 이렇게, 내일은 저렇게 계속 다르게 하는 모습이 아마 배역을 잘 소화하기 위해 가장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실제로 캐스팅되고 나니까 머릿속이 텅 비는 거예요. 캐스팅되기 전에는 여러 생각이 나더니 내 배역이라고 하니까 아무 생각이 안 나는데 당황했어요. 그런데 그 배역으로 상까지 받게 되었죠.”




인형극으로 세계무대 진출


그가 인형극을 처음 접한 곳도 시립극단이었다. 당시에는 연극을 취미활동처럼 하던 시기라 단원들의 생활이 어려웠다. 연출가는 단원들에게 어려운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며 인형극을 권했다. 손재주가 있었던 그는 인형을 보기만 해도 재료가 뭐가 들어가고 어떻게 가공하면 될지 저절로 알았다. 연극을 하면서도 스스로 ‘연극에 자질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는 자연스럽게 인형극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인형극을 하면서 어떻게 해야 객석에서도 잘 보이고 하고 싶은 말이 제대로 전달되는지 깨닫게 되었고, 이를 통해 연기하는 법도 터득했다. 인형극이 본인과 잘 맞는다고 생각한 그는 1995년, 까치동이라는 인형극단을 창립했다.  


“2002년부터 한지로 인형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지축제에서 공연을 하게 됐어요. 그때 올린 작품이 <호랑이님 나가신다>예요. 제가 쓰고 제작한 공연인데 첫 공연을 보고 사람들이 명작이 탄생했다고 호평을 해주었어요. 그동안의 인형극은 주로 어린이들이 보고, 엄마들은 그 사이에 차 마시러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호랑이님 나가신다>는 엄마들이 더 좋아했어요. 어떤 분은 공연 마치고 나오는 제 손을 붙잡으며 이렇게 재미있는 건 처음 봤다고 격려를 해주었죠. ‘이걸 알아주시는 분이 있구나’ 싶어 힘이 났어요. 전국투어를 다니다가 자신감이 붙어 해외 공연까지 진출하게 됐죠. 한국말로 공연해도 재미있어하고 껄껄 웃고 다 알아듣더라고요. 연극의 글로벌성을 그때 느꼈습니다.”


그는 20대 초반에 동료들과 여행 다니면서 공연하자는 꿈을 공유했다. 전국투어를 다니다 보니 이제 해외공연도 한 번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시마고>는 해외 공연을 염두 해서 제작을 했고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별점 5점을 받았다. 별점은 현장에서 기자들이 공연을 보고 평가하는 것으로 5점을 받았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는 이 별점을 계기로 전북 연극의 자긍심과 함께 세계적인 위치는 어디인가를 고민하게 됐다.  





다양한 표현 방식을 활용하는 극단 까치동은 전주 지역 설화를 바탕으로 여러 작품을 공연해왔다. 올해 전북연극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팥죽, 그리고>도 전주 지역의 팥죽배미 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이 작품으로 극단 까치동은 7월 13일 밀양에서 열리는 제40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전북 대표로 참가한다. 


“작년에는 <팥죽, 그리고>로 인형극을 했어요. 올해는 좀 더 보완하고 투자해서 연극으로 만들어보자 한 건데 좋은 평가를 받고 대표작으로 가게 돼서 기뻐요. 상을 받겠다는 부담은 갖고 있지 않아요. 우리의 참가 목적은 이미 다 이루었잖아요. (웃음) 이 작품은 팥죽배미 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연극배우들의 이야기입니다. 연극 연습할 때 마음에 안 들면 배우들끼리 충돌하기도 하거든요. 그런 충돌이 작품에 영향을 끼치고 그게 작품이 되는 거예요. 관객들이 연극인들의 맨 모습을 보면서 ‘연극 저렇게 하는구나, 연극인들이 저런 고민을 가지고 있구나, 저렇게 애쓰고 있구나.’ 이런 것을 알아주시면 좋겠어요.”




연극판에서 배우로 오래 버티고 성장하는 방법


전 대표처럼 오랫동안 연극판에 남아있으려면 성실성과 책임감이 중요하다. 매 순간 ‘나는 이 무대에 대해서 책임져야 해, 내 몫을 해내야 돼’하는 마음이 있어야 연극을 할 수 있다. 소극장 같은 경우 공연을 2주에서 길게는 한 달까지 하는데, 그 사이에는 아프면 안 된다. 목 관리도 잘 해야 하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 배우에게는 상상력이 필요하며 독서량도 중요하다. 기본적인 소양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완전한 배우가 될 수 없다. 또한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체크할 수 있어야 한다. 관객이 울상인데 연극까지 우는 것을 하면 좋아할 리 없다. 위로가 되고 웃음을 주는 공연을 해야 한다. 그래서 연출자나 배우에게 시대를 읽는 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극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던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연극인들이 사회상에 대해 계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배역에서 요구하는 게 있는데 내 마음대로 해석을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제대로 해석한다는 것은 인문학적 배경, 역사적 배경 등을 포함한 결론 속 작가의 의도까지 분석을 해낼 수 있어야 되는 겁니다.”




전북 연극 문화 활성화를 위해 애쓰고 있는 전 대표는 전북 연극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관객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관객이 안 보기 시작했다는 것은 연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역시 관객에게 있다는 것이다. 관객이 정직하게 ‘이건 좀 이상했어, 이건 좀 좋았어, 새로웠어’ 한마디 해주는 것이 피드백이 되어 좋은 배우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된다. 


“<단야> 첫 공연 끝나고 모르는 관객이 장미꽃 한 송이를 전달해 줬어요. 오늘 공연을 보고 가장 잘 하는 배우에게 주고 싶었다며 ’앞으로 기대하겠다’는 격려도 전하셨어요. 아직도 그분이 누군지 모르는데 그 관객분에게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전 대표는 관객에게 받은 장미꽃 한 송이가 연극을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이 기사를 보면 연락을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전북 연극의 발전을 위해 관객들이 외면하지 않고 계속 지켜봐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젊고 재능 있는 배우들은 많은데 버틸 힘이 부족해 떠나는 일들이 많다. 그러나 관심을 갖고 봐주면 배우들은 조금 더 용기를 가지고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관객들의 꾸준한 관심과 사랑이 전라북도 연극을 지키고 성장시키는 힘이다. 




글 성륜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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