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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7 | 연재 [보는 영화 읽는 영화]
브로커 | 아이를 지키기 위한 공동체의 도착적 욕망
김경태 영화평론가(2022-07-11 17:27:31)






아이를 지키기 위한 공동체의 도착적 욕망

글 김경태 영화평론가



어느 날 밤, ‘소영(이지은)’은 성매매로 원치 않은 임신을 해서 낳은 아기 ‘우성’을 교회의 ‘베이비박스’ 앞에 두고 간다. 다음 날, 소영은 우성을 다시 찾으러 왔으나 이미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가 관련 CCTV 영상을 삭제하고 데려간 후였다. 그들은 돈을 받고 아기를 입양시키는 ‘브로커’로, 버려진 아기들에게 좋은 부모를 찾아준다는 명목을 내세우며 그것을 합리화한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상현은 빚 때문에 돈이 시급한 반면에, 보육원 출신인 동수는 교회에서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며 그들에게 자신이 겪은 아픔을 반복하지 않도록 부모를 찾아준다. 상현과 동수를 찾아간 소영은 우성을 입양할 부모를 결정하는 데 동참하기 위해 그들과 동행한다. 한편, 형사 ‘수진(배두나)’과 ‘이형사(이주영)’는 상현과 동수를 현행범으로 잡기 위해 반년째 그들의 뒤를 쫓고 있다.


첫 번째로 만난 부부는 우성의 얼굴이 사진보다 못하다며 원래 지급하기로 했던 금액을 깎고 심지어 할부로 계산하겠다고 한다. 이를 지켜본 소영은 심하게 분노한다. 그 분노는 자기 자식의 외모를 지적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우성을 마치 ‘하자’있는 상품으로 취급하며 흥정했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영화가 매매를 통한 불법적인 입양을 미화했다는 논란에 대한 최소한의 반증이다. 사실, 분명 돈을 받고 아기를 팔려고 하면서도 정작 아기가 상품은 아니라며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 상현과 동수, 그리고 소영은 돈을 주고 우성을 입양한 양부모들이 그를 ‘친자식’처럼 키워주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상품과 친자식 사이의 무한한 간극을 지워내기 위해서는 자기부정의 도착적 욕망이 필요하다. 아기의 친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그 정도 노력은 해야 한다.





도착적 욕망의 극단은 우성을 지키기 위해 살인도 서슴없이 저지른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소영은 호텔에서 우성을 부정하는 친부를 살해했고, 상현은 우성을 친부의 부인에게 넘기려는 조폭을 살해한다. 죽은 이들은 우성을 그저 삶의 걸림돌이나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취급했기에 정당한 응징을 당한 것이다. 아기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가 있다. 당연히 그 대가도 기꺼이 감내할 수 있다. 그들은 순순히 자수하거나 경찰에게 붙잡혀 간다. 어느 순간, 영아 매매와 살인에 이르는 위법적인 행위들은 정당화를 넘어 우성을 지키기 위한 숭고한 희생으로 전회한다. 그들을 체포하려던 수진마저 우성을 향한 이들의 마음에 동화되어 그 돌봄에 동참한다.


그리하여 ‘버려진 것이 곧 구해진 것’이라는 궁극적 모순은 설득력을 지닐 수 있다. 소영은 자식을 낳고서 버린 것을 질책하는 수진에게 ‘낳기 전에 죽이는 게, 낳고 나서 버리는 것보다 죄가 가벼워?’라고 반문한다. 이것은 영화가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브로커>의 주제는 명확하다. 잉태된 아이는 반드시 태어나야 한다. 생명의 탄생은 무척 고마운 일이기 때문이다. 산모는 아이가 사생아일지라도, 일단 낳아야 한다. 설사, 그 아이가 버려질지라도 말이다. 이후에 그 아이를 키우는 것은 친모뿐만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육아는 공동체적 책무여야 한다.


결국 아이를 낳고 버리는 것보다, 그리고 아이를 판매하는 것보다, 나아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것보다, 더 나쁜 짓은 태아를 지우는 것이다. 이처럼 영화에서 감독의 집요한 기조는 낙태에 대한 반대이다. 단지, 모든 인간의 생명은 소중하기 때문이라는 원론적인 주장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태어난 생명의 돌봄에 대한 공동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임신 중단의 근거에 반박한다. 즉, 낙태를 찬성하는 진영의 논리 중 하나인, 산모의 원치 않는 임신으로 태어난 아이는 사랑받지 못해서 불행할 것이라는 가정에 맞선다.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태어난 것은 중요하지 않다. 아이의 행복과 불행은 주변 사람들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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