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활약하는 K-그림책
서점의 한구석. 덩치는 작지만 개성 있는 그림책들이 모여있다. 그림책은 더 이상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어른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피로를 그림책으로 풀기 시작했고, 아이들이 줄어들며 점점 작아지던 그림책 시장은 활기를 되찾았다. 2020년에는 백희나 작가가 그림책 계의 노벨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올해에는 이수지 작가가 '안데르센상'을 받기도 했다. 나날이 높아지는 K-그림책의 위상을 만난다.
여름이 온다
이수지 글, 그림 | 비룡소 | 2021년 7월
한국을 넘어 전 세계 독자를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수지 작가의 신작. 비발디 <사계> 중 <여름>에 모티프를 얻어 음악과 그림, 아이들과 물, 음악을 들으며 그림으로 느껴 보는 싱그럽고 생명력 넘치는 파랑 색감을 담았다. 이수지 작가는 <토끼들의 복수>로 ‘스위스의 가장 아름다운 책’ 상을 받았으며, 2021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한국출판문화상, 글로브 혼 북 명예상을 수상했고, 뉴욕 타임스 우수 그림책 선정,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수상 등 그림책 작가로서 독보적인 경력을 가지고 있다. 드로잉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다가온 여름 흥겨운 물놀이가 펼쳐진다.
하늘 조각
이순옥 글, 그림 | 길벗어린이 | 2021년 11월
시선에 따라 순간순간 달라지는 하늘의 이야기를 담았다. 하늘은 늘 우리 곁에 있지만, 배경일 뿐이어서 그것의 존재를 깨닫지 못할 때가 있다. 주인공인 ‘아이’도 마찬가지다. 아버지와 함께하는 여행의 즐거움에 취해 하늘이 여러 차례 말을 걸지만 듣지 못한다. 그러나 아이는 물웅덩이를 마주하게 되고 아이의 눈에 드디어 조그마한 하늘 조각이 담긴다.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2차례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이순옥 작가는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잘못된 거울>을 오마주하여 하늘을 또 다른 대상으로 바라본다. 우리의 일상에 자리한 아름다운 하늘 조각들을 만나보자.
째깍째깍 변신로봇
나두나 글, 그림 | 책고래출판사 | 2017년 9월
기계처럼 반복되는 일상에서 ‘변신로봇’이 되어버린 우리의 모습을 그린다. 바쁜 출근길을 지나 저마다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다가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무표정한 얼굴을 한 사람들은 마치 로봇 같다. 작가는 장면을 세세하게 설명하지 않고, 일상에서 발생하는 생활 소음만을 의성어로 활용하여 차분하고 묵직하게 우리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나두나 작가의 2016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작이기도 한 그림책을 통해 숨 가쁘게 돌아가는 삶 속에서 무엇을 위해 뛰고 있는지, 정신없이 달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진 않았는지 되돌아보자.
별 만드는 사람들
곽수진 그림/김지유 역 | 언제나북스 | 2021년 7월
‘비에도 지지 않고’로 유명한 곽수진 작가의 신작. 별에 관한 따뜻하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담았다. 책 속의 우주에는 별을 만들고 관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벽돌로 별을 짓고, 물감으로 색을 칠하고, 포장하여 운반한 뒤 하늘에 별을 달아놓는다. 수명이 다한 별은 모두 가지고 와 수리한 뒤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낸다. 작가는 별 만드는 사람들의 일사불란한 과정을 글 없이 그림으로만 전개해 나가며 책을 읽는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해석을 할 수 있게 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맞는 방식을 발견하게 한다. 책은 세계 최초의 사일런트 북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았다.
별과 나
정진호 글/그림 | 비룡소 | 2017년 8월
조용할 때만 들리는 풀벌레 소리처럼 빛이 없어야 비로소 보이는 빛이 있다. 책은 강변을 달리던 주인공의 자전거 전조등이 꺼지며 시작한다. 전조등이 꺼지자 깜깜한 밤하늘 속에서 별이 총총 빛나기 시작한다. 별은 풀숲의 반딧불과 어울려 놀다가도, 기차의 전조등에 놀라 흩어지기도 한다. 작가는 가로의 길이가 세로의 길이보다 훨씬 긴 형태의 판형을 채택하여 길에서 시작하여 길로 끝나는 별과 주인공의 조용한 동행을 조명한다. 주인공을 따라 묵묵히 나아가며 전에 없던 아름다운 별빛을 만나보자. 책은 2015년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받았다.
그림자 너머
이소영 글그림 | 글로연 | 2018년 1월
자꾸만 ‘왜’에 대한 질문이 생기는 주인공 ‘머리’를 ‘몸통’이 숨겨진 무의식의 세계인 ‘그림자 너머의 세계’로 초대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머리’는 그곳에서 그동안 자신이 품어온 마음들과 마주한다. ‘머리’는 상처받지 않으려는 마음, 손해 보지 않으려는 마음, 더 빨리 가려고 하는 마음들을 받아내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고, 결국 그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온다. 그렇게 ‘머리’는 그림자 너머의 세계 중에서도 가장 어두운 곳에 다다르고, 자신이 처음 들어왔을 때 본 불빛을 발견한다. 바로 몸통이었다. 둘은 자연스럽게 완전한 하나가 되고, 주인공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