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신을 닮았을까?
인간의 삶이 그대로 반영된 신화. 신화 속 신들은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기도 하고, 질투에 눈이 멀어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처럼 신들이 인간을 꼭 빼닮은 이유는 신화가 집단 무의식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신화는 여전히 문화와 예술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사회적 기업 마당에서는 5월 27일부터 6월 17일까지 그리스 로마 신화 강좌가 열려, 신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강좌는 사단법인 세계신화연구소의 김원익 소장과 ‘나는 어떤 신을 닮았을까?’를 주제로 그리스 신화의 주축이 되는 12주신을 유형별로 나누어 보고 자신은 그중 누구와 닮았는지 성찰하는 시간이었다. 수강생들은 어릴 적 어른들에게 옛이야기를 전해 듣는 마음으로 매주 금요일마다 공간 봄의 따뜻한 조명 아래에서 다과와 함께 모여 앉았다.
김 소장은 신들의 성격이 잘 나타나는 일화를 소개하고, 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캐릭터들을 알려주어 이해를 도왔다. 이에 우리에게 익숙한 아름다운 명화들과 김 소장이 그리스에 방문하여 몸소 느낀 낭만적인 경험담이 곁들여져 더욱 생생했다.
강의 첫날에는 본격적인 강의에 들어가기 전에 알아야 할 그리스식 표기법과 올림포스의 신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개관했다. 그리스의 유명한 관광지나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촬영지들을 보는 수강생들의 눈이 반짝였다. 간혹 익숙하지 않은 이름과 지명에 수강생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김 소장은 “이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독려해 주어 수강생들이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도록 도왔다.
두 번째 강의는 가정과 결혼의 여신 ‘헤라’와 곡물의 여신 ‘데메테르’. 큰물에서 놀던 대지모신 헤라가 어떻게 질투의 화신으로 몰락하게 되었는지,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가 어떻게 헤어지게 되었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특히, 김 소장은 헤라의 강한 이미지에 가려진 순애보적인 면모를 이야기하거나 타인을 돕길 좋아하는 데메테르 유형의 여성들이 자신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점을 짚어주었다. 원론적인 다른 강좌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세 번째는 화로의 여신 '헤스티아'와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주인공이 되었다. 둘은 서로 대척점이 되는 유형이다. 헤스티아 여신은 성격이 온순하고 조용하였으며, 지극한 평화주의자였다. 때문에 그의 행적이 나타난 문헌이나 일화도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반대로 아프로디테 여신은 그리스 신화 속 최고의 스캔들 메이커다. 수업이 마친 후 몇몇 수강생들은 공간 봄에서 함께 맥주와 와인을 마시며 여운을 즐겼다.
마지막 강의는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나'와 달과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 유형이었다. 둘은 모두 결혼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여신이다. 따라서 각각 배우자와 자녀를 가장 우선했던 헤라와 데메테르 유형의 여성들과는 달리 사랑보다는 일과 명예를 중시한다. 다만 그 차이가 있다면 아테나가 남성을 동료나 친구로 인식하고 조직 생활에서도 그들과 자연스럽게 섞이는 커리어 우먼의 유형이라면, 아르테미스는 종속과 억압을 싫어하고 낭만주의적인 예술가 유형이다.
‘김원익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마당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기획 강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강생이 공간 봄에 찾아 마당과 함께 했다. 지역에서 신화를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제대로 배울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남신을 중심으로 한 후속 강좌가 9월에 이어진다.
글 신동하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