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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7 | 칼럼·시평 [마당창극 칠우전]
익숙하지만 새로운 음악, 흥겨워져라
홍현종 편집위원(2022-07-11 17:48:01)






익숙하지만 새로운 음악, '흥겨워져라'


글 홍현종 편집위원




전주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도시이자 판소리의 고장이다. 전통문화도시 전주를 찾는 관광객을 위해 기획된 마당창극(전주브랜드공연)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이번 작품 ‘칠우전’은 소설 ‘규방칠우전’과 전주설화 ‘남고산호랑이’를 접목시킨 내용으로, 고려말 홍건적의 침입으로 어려움에 처한 조정은 나라를 구할 묘책이 전주에 있다는 소식에 궁정을 지키던 ‘어처구니’를 파견하게 되고, 전주에 도착한 어처구니가 칠우들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기존 5바탕 판소리에서 벗어나 전주를 이야기의 소재로 삼은 창작물이다. 처음 접해보는 이야기에 낯설 수 있으나, 반대로 쉬운 내용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장점이 있다. 배우들의 대사에도 친근함이 묻어나니, 어려운 한문 사설이 사용되던 기존 판소리 창극과는 다른 느낌이며, 어른부터 아이까지 이야기와 하나가 된다.


특히 고즈넉한 한옥에서 펼쳐지던 공연들에서 꾸준하게 제기되었던 무대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무대 중앙 회전 세트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단순할 수 있는 무대 구성의 변화를 주었다. 간단한 무대 회전을 통해 관객은 자연스럽게 시간과 장소가 변경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더욱이 소리하는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직접 그림자극을 연기하는데, 그림자극을 통해 짧고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시각적 즐거움까지 전달하고 있으며, 어린 관객들의 호기심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장치로도 활용되고 있다. 한정된 제작 여건을 나름의 방법으로 슬기롭게 극복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연출가인 남인우의  중요성과 재능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작품을 위해 새롭게 작곡된 곡들은 전통을 유지하되, 현대적 리듬을 수용했다. 익숙하지만 새로운 음악이다. 더욱이 사전에 녹음된 반주음악이 아닌, 무대 아래에 배치된 악사들이 가야금, 대금, 장구 등 우리의 전통 악기의 선율을 바탕으로 배우의 몸짓에 따라 라이브로 연주하는 음악이다. 공연 현장의 생동감을 전달해 주는 것은 물론 관객과 배우가 하나가 되고자 하는 시점에 흥겨움을 증대시키고 있다.





반면 이 공연은 ‘판소리’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마당창극이다. 판소리 특유의 독창성을 바탕으로 무대 위 소리꾼의 압도적인 음악적 기량에 관객은 큰 감동을 받게 될 것이며, 전주를 찾은 외지 관광객에게는 평소 접해보지 못했던 전통 판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는 흔하지 않은 기회인데, 그러한 갈증을 채워주기에는 부족한 배우들의 소리 기량에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무대 위 배우와 무대 아래 악사 간의 음향적 균형에 대해서도 다시금 점검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과도한 악기의 사용으로 배우의 소리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다면, 작품을 이해하고 감동하기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을 것이다.


지역의 문화자산을 발굴하여, 새로운 이야기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전주브랜드공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일 것이며, 고품격 공연보다는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흥겹게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는 마당창극의 특성상 관객과 소통하는 장치의 보완과 다소 엉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의 개연성을 보완하고 내부 구성에까지 질펀한 전라도의 향기가 묻어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물론 그 중심에 있는 것, 판소리에 대한 고민도 잊지 말아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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