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는 기계의 일부이고 눈은 생각하는 인간의 일부이다. 렌즈는 사각안의 모든 것을 기계적으로 재현하고, 두뇌의 조절작용을 받고 있는 육안은 주인이 순간적으로 관심을 가진 현실의 일부만을 의식할 뿐 나머지는 소홀하거나 또는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 바꾸어 말하면 사진의 시각은 포괄적이고 객관적인데 반하여 인간의 시각은 선별적이며 주관적이다. 카메라는 거짓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우리의 고정관념 때문에 사진을 찍는 사람은 현실을 충실히 촬영하였음에도 그 결과를 보면 찍는 사람이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 있는 둥 마는둥하여 크게 실망하는 수가 많다. 그러나 렌즈와 육안의 차이점을 알면 충분히 이해하게 된다.
사진의 시각을 익하는 첫걸음은 화인더로 보이는 화면 전체를 충분히 관찰하는 일이다. 우선 핀트를 맞추는 일에만 정신을 팔다보니 주변의 잡다한 것들을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들이 너무 많다. 기념사진을 찍을 때 조금만 앵글을 돌리면 배경의 나무들이 머리위에 겹치지 않을 수 있는데, 핀트를 맞추는데 정신을 팔다보니 멋지게 폼잡은 사람의 머리나 등위에 뿔이 돋아 난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우리의 눈은 피사체를 볼 때 그것의 의미와 찍는 사람 자신의 주관이 더해져서 비중있고 큰 의미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촬영하지만 찍혀진 사진은 극히 객관적이고 피상적인 모습만 나타나고 있어 싱겁고 무미건조하게 되기 쉽다. 이것은 피사체의 피상적인 모습에 더해진 찍는 이의 감정과 주변의 요소들이 사진의 의미를 가감해 버렸기 때문이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찍고자하는 주제가 객관적으로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불필요한 시각밖의 요소와 그럴듯해 보이는 모든 군더더기리를 과감히 무시하고 주제를 살리는 화면이 되도록 촬영해야 한다. 우리의 시각은 두 눈이기 때문에 현실을 입체적으로 인식한다. 즉 보는 순간에 심도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반면에 카메라는 눈이 하나이기 때문에 우리가 한눈으로 사물을 볼 때처럼 입체감이나 심도를 느끼지 못한다.
우리의 눈은 3차원의 세계를 보지만 사진에는 2차원의 공간이 나타날 뿐이다. 그러므로 한 장의 사진이 되기 위해서는 주제가 명백하고, 부제는 주제를 확실하게 도와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꽃밭에서 꽃이 좋아 주제와 부제가 없는 사진을 찍었다면 그 사진은 평범한 꽃들이 모여있는 사진이 되고 만다.
사람의 눈은 일정한 거리에 있는 물체를 언제나 같은 크기로 보지만, 카메라는 렌즈의 초점거리가 다른 렌즈를 끼움으로 물체의 크기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눈과 렌즈의 시각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는데도 이것을 모르고 눈길을 끄는 피사체에만 카메라를 들이대고 좋은 사진을 얻으려하는 사진가는 실망할 수 밖에 없다. 즉 십중팔구 그 사진은 실제의 감흥보다 훨씬 못하게 된다. 사진의 방법으로는 표현될 수 없거나 표현된다해도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피사체들이 사진가의 눈을 어지럽힌다. 실제로 좋은 사진을 찍는데 성공하려면 카메라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려하며 주제에 접근해야 한다. 사진가는 사진이라는 전달매체의 특성이 무엇인가를 익히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