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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9 | 문화현장 [지역 인디음악]
지역의 경계를 넘어 활동무대 넓히고 교류해야
신동하 기자(2022-09-14 14:32:02)

문화현장 | 지역 인디음악, 길을 묻다

지역의 경계를 넘어 

활동무대 넓히고 교류해야



신동하 기자







전주에는 작지만 내실 있는 공연장들이 많다. 물론 그곳에 서고 싶어 하는 뮤지션들도 많다. 세계를 향한 음악 축제도 있고 뮤지션을 키워내는 음악창작소도 존재한다. 그러나 음악가들이 지역에서 예술 활동을 지속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전주를 대표하는 모던 포크 록밴드 ‘이상한 계절’이 그 해답을 얻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전북문화관광재단의 ‘예술있슈’ 멘토링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이 자리에는 대중음악의견가 서정민갑씨가 초대됐다. 지역의 음악환경을 분석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대담 자리다. 대담은 선미촌에 위치한 책방인 물결서사에서 진행되었으며, 책방지기인 임주아 시인이 함께했다.



지역 음악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


이상한 계절이 결성된 지 10년. 전주의 인디 지형은 바뀐 듯 바뀌지 않았다. 지역 음악이 자급자족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서정민갑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지역 음악이 자생할 수 있으려면 하나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우선 과거부터 그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던 선배들과 음악을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이 중요하고요. 거기에 공연을 제작하는 음향업체, 기획사 같은 곳들이 함께 해야 하죠.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재단도 필요하고요. 리스너와 뮤지션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할 기자나 평론가도 있어야 합니다.”


그는 좋은 본보기로 두 도시를 꼽았다. 바로 부산과 대구. 부산의 경우, 유명했던 밴드들이 활동하면서 향유층이 생겨났고 그들을 데리고 공연을 하면서 뮤지션과 공연 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후배 뮤지션들은 선배들의 성공사례들을 보고 학습하며 입지를 키워나갈 수 있었다. 대구에는 인디 씬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평론지가 있다. 매체를 구성하는 필자들은 대다수가 대구 출신이며, 대구에서 발행된 음악들을 주로 다룬다. 음악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음악을 알릴 수 있고,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한 자급자족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음악성을 높이면서도 지역색을 잊지 말아야


무작정 환경만을 탓하며 생태계가 완성되길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 그렇다면 개별 음악가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서정민갑씨는 다른 지역으로 활동 무대를 넓혀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에서 음악인으로 산다는 것 자체가 저는 분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역에서 행사를 뛰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가장 좋지만 다양한 음악을 찾아 듣는 사람이 적다 보니까 쉽지 않아요. 따라서 지역의 틀을 깨고 다른 방식으로 활로를 찾아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에 십상이에요.”


지역의 음악을 다른 곳으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뚜렷한 음악색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점차 더 큰 무대로 나아가야 한다. 이때 지역만이 가진 고유한 것들을 녹이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우리 지역의 밴드 ‘고니아’는 모범사례이다. ‘고니아’는 기타-베이스-드럼의 트리오 구성으로 활동하던 재즈 밴드다. 이들은 이상한 계절과 함께 레드콘 음악창작소 1기 출신으로 이미 지역 내에서 ‘음악을 잘하는 밴드’로 인정받았고, 소리축제와 연계하여 일본 투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밴드는 자신들이 연구하고 있던 재즈 위에 전주의 전통적인 색채를 녹인다. 드럼 대신 우리 음악의 대표적인 리듬 악기인 장구를 넣어 새로운 국악 프로젝트를 결성한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참신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인정받아 2021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음반 상에 이날치의 수궁가와 함께 노미네이트 됐다.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음악적 담론의 장 마련돼야


생태계가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 주체가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협의체가 필요하다. 인천의 경우 인천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포크 가수들이 모여 ‘인천의 포크’라는 제목으로 편집 음반을 발매했다. 음악가들은 앨범 길이에 부담없이 여러 장의 음반을 제작하며 네트워크와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다. 전주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이상한 계절은 ‘전주 음악인 협회’를 만들어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자 했었지만 개인만의 노력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이 관의 지원. 그러나 지난 호 ‘지역이 업어 키운 이 기특한 밴드’에서도 다루었듯이 현재의 레드콘 음악창작소 지원 사업의 경우 일회성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상한 계절의 김은총 씨는 이에 대해 계속해서 아쉬움을 표했다.


“레드콘 음악창작소가 처음 소리 문화의 전당 앞에 설치될 때만 하더라도 전주의 음악가들을 하나로 묶어 보려는 시도가 분명히 존재했어요. 그런데, 레드콘 1기가 끝나고 사업이 이곳저곳으로 계속해서 이관되면서 모두 흐지부지됐어요. 전주에 남아서 음악 활동을 지속하고 싶은 저희로선 많이 안타깝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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