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이팝나무 그림책 도서관, 그림책 원화전 <새, 나무에 앉다>
그림책,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잇다
그림책을 알린 팔복예술공장의 이팝나무 그림책 도서관이 세 번째 기획전시로 돌아왔다. 8월 9일 오픈한 그림책 원화전 ‘새, 나무에 앉다’가 그것.
전시의 기획은 비영리단체 ‘내 마음의 그림책’ 대표 전선영 씨가 맡았다. ‘내 마음의 그림책’은 지난 2012년 10월 발족한 그림책 읽기 모임으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무슨 그림책을 어떻게 읽어줘야 할지 고민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역의 그림책 전문가들로 구성된 단체는 서학동 예술마을에 있는 그림책 전문 책방 ‘같이[:가치]’와 함께 ‘그림책 토론’, ‘작가와의 만남’, ‘그림책 강의’와 같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전시는 그림책과 원화 작품, 설치 작품, 전시 작품의 기획영상 상영, 패브릭 공예작품 등을 관람할 수 있도록 조성되었다. 특히, 자연을 섬세하게 표현하기로 정평이 난 김선남, 이승원 작가의 작업 중 새와 나무를 소재로 한 그림책들과 원화들로 구성되었다. 그림책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됨을 느낄 수 있었다.
다양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들도 마련되었다. 전시 오픈 당일 진행된 전시 기획자의 도슨트를 시작으로 전시 참여 작가의 강연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예술 놀이 연계프로그램 등이 도서관 내에서 전시와 함께 진행된다.
전시를 주관하는 전주문화재단 예술놀이팀은 “그림책 도서관이 문화예술 복합공간으로써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역의 다양한 분야와 협력하여 다양한 그림책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전시는 12월까지 계속된다.
2022 다원예술-어울림<상생>전
서로 다른 주제와 표현, 감각으로 완성되는 다원예술
9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간 군산팔마문화공간&예깊미술관에서 ‘다원예술-어울림<상생>전’이 열린다. ‘다원예술-어울림<상생>전’은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각자 속해 있는 분야를 바탕으로 다른 분야를 접목하고 확장되는 예술적 행위와 가치를 기대하며 순환적 상생 관계를 맺고자 마련한 자리다.
<상생>전은 주제를 설정하고 통일된 감각에 의해 퍼즐처럼 조합되어 만들어진 작품과는 다른 형태의 작품을 발표한다. 서로 다른 주제와 표현, 감각으로 완성된 독립적 작품들이 공존하고 결합하여 확장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다. 확장된 작품들은 결합 전 작품들과 순환적이며 유기적인 상생 관계를 형성한다. 관객에게는 새로운 자극의 예술적 만족이, 예술인들에게는 타 장르 예술과의 소통과 교감을 통한 창작 예술 장르의 새로운 시도가 안겨진다.
영화 공동체 무명씨네, 강의 <도시인, 공간과 영화를 거닐다>
영화를 통해 배우는 인문학적 통찰력
‘통찰력’이 사라진 시대다. 현대인들은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활력을 잃고 기계처럼 살아간다. 이럴 때일수록 인문학을 통한 성찰이 필요하지만, 실생활에서 접하기란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해줄 자리, 영화와 인문학을 엮은 프로그램 <도시인, 공간과 영화를 거닐다>. 프로그램은 영화를 통해 인문학적 본질을 꿰뚫는 8차시의 교육으로 구성되었으며, 8월 22일에서 10월 24일까지 매주 월요일마다 전주시 에너지센터 2층 온고에서 진행된다. 사람들과 소통하며 영화, 도시와 영화, 자신과 타인에 대한 여러 관점을 떠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강의는 ‘무명씨네’가 기획했다. 무명씨네는 지역에서 ‘이름 없는 모두의 영화관’을 표방하며 영화 상영부터 교육, 감상 모임, 영화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영화 공동체이다. 이들은 남부시장의 청년몰에서 밤새 영화를 보는 콘셉트로 기획된 프로그램 ‘나의 N번째 사춘기’를 시작으로 지역의 신진영화감독, 대학생 감독 등을 소개하는 ‘전주뉴웨이브전’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왔다. 소규모 상영관인 ‘도킹텍복합문화공간’에서 프로그래머로도 활동하며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 감독, 배우를 알리고 있다.
2022 전주 가맥축제
오늘 만든 맥주 오늘 마셔보자
종이우산이 인테리어 아트상품이 되었다. 브랜드 ‘프롬히어’는 지난 8월 10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세 번째 제품을 선보였다. <조각우산>이 그것. 제품은 전국에 단 한명 있는 무형문화재 우산장 윤규상 보유자가 개발한 인테리어 소품이다. 고급 인테리어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전통 우산을 반으로 갈라 벽에 거는 형태로 제작되었다.
제품은 500퍼센트에 가까운 펀딩 달성률을 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장인의 손길이 직접 닿았다는 희소성 때문. <조각우산>은 예로부터 질이 좋기로 유명한 전주 한지와 담양 대나무를 재료로 윤규상 장인이 26단계의 수작업을 거쳐 만든다. 윤규상 장인은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우산은 196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30여 개의 공장이 있을 만큼 전주의 특산품이었어요. 비닐우산이 대량 생산되면서 우리나라 우산은 일상에서 사라졌지만, 전통우산 기술은 지키고 알려야 해요.”
프롬히어는 지역의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는 썰지연구소에서 문화유산의 대중화를 위해 만든 브랜드다. 이들은 다른 쇼핑몰들과는 달리 제작자를 전면에 내세우고 그들의 가치를 전달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하며 지역일상의 문화유산에 주목하고 있다.
최명순 시집, 『물속에 감추어둔 말들』
삶의 나이테를 시로 풀어내다
사단법인 모악재의 최명순 이사장이 첫 시집을 출간했다. 제목은 <물속에 감추어둔 말들>. 누구나 한 번쯤 문학하는 삶을 꿈꾸듯, 최명순 이사장도 그랬다. 그는 여고시절에는 문예반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대학에 다니면서도 내내 글을 쓰며 시인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영어 교사가 된 후 유휴열 화가와 결혼을 하고 딸 아이를 낳으며 자연스럽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시를 다시 꺼내든 것은 딸의 채근 때문이었다. 오래전부터 늦은밤 혼자 무엇인가를 쓰고 있음을 아는 딸이 더 늦기 전에 펼쳐 보이라며 응원해준 것. 그리하여 감춰뒀던 말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시는 짧고 단정하다. 그러나 문장의 길이는 글을 읽는 이들이 받을 감동의 크기에 비례하지는 않는 법. 그의 문장들은 명료하기에 더욱 큰 울림을 주며, 담담하기에 더욱 아프다. 특히, 1부 아름다운 이름에 수록된 2연으로 구성된 짧은 시 ‘서분이’는 인상적이다. 시에는 자신을 봐주지 않는 부모님을 미워하면서도 사랑받기를 원했던 화자의 유년시절이 잘 나타난다. ‘서분이’는 화자의 옛이름이다.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지어진 탓에 의미 또한 존재하지 않았고, ‘서운이’, ‘서북이’처럼 그때그때 입에 맴도는대로 아무렇게나 불러졌다. 무심한 말들은 상처로 남아 이름을 개명한 후에도 화자는 ‘서분이’의 ‘서’자만 들어도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아팠을 것이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아로 살아갔던 사람들의 일상에 시인의 개인적 일화와 엮어들며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아릿하게 만든다.
그밖에도 시집에는 시인의 어머니를 자처했던 큰 언니의 이야기를 담은 ‘큰 언니’, 천연두를 앓고 얼굴에 흉이 남았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자책하는 내용의 ‘어머니’, 유휴열 화가의 아내로 살아가며 느낀 점들을 표현한 ‘화가의 아내 시리즈’와 같이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한 시들이 담겨 있다.
동화기념사업회, ‘나의 독백은 끝나지 않았다 AGAIN1959’
시대를 품은 독백, 새로운 열림의 세계로 나아가다
(사)동화기념사업회가 31일과 9월 1일 오후 7시 30분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나의 독백은 끝나지 않았다 AGAIN1959’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전북 연극의 아버지 박동화 선생이 전주에 발을 딛고 전북연극을 꽃 피운 지 65년 되는 해를 기념하는 작품이다. 故 박동화 선생의 대표작이자 국립극장 희곡현상공모 당선작(1959)인 ‘나의 독백은 끝나지 않았다’를 재연했다.
6.25전쟁 직후 검사로 재직했던 민의균은 한 교육자를 범죄자로 몰아 사형을 선고해 죽게 만든다. 그는 오판으로 인한 심한 도덕적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민의균의 아버지는 자신이 경영하는 무역회사에 비서로 채용된 박경순과 민의균을 결혼시키려 한다. 박경순은 민의균이 억울하게 죽은 자기 부친에게 사형을 구형했던 검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민의균은 6.25 당시 포탄에 숨진 아내의 눈빛과 닮은 박경순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한다. 박경순은 원수를 향한 복수의 감정이 차츰 변해 번민으로 신음하는 민의균에게 연정을 품게 된다.
3막 5장으로 이 작품은 화해와 용서를 통해 새로운 열림의 세계를 지향한다. 독백의 실질적인 주체자인 한 남자의 삶을 통해 전쟁의 상흔으로 인한 비극과 이를 극복하려는 방법으로써 전통주의, 인간주의, 정신주의 더 나아가 연대감을 보여준다.
청년 프로젝트팀 TEAM F5, <햄릿 : THE 부러진 검>
무대 뒤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소동
청년 프로젝트팀
곧 시작될 햄릿 공연 준비로 무대 뒤는 소란스럽다. 무대감독은 중요한 소품인 검이 부러져 난감하다. 다른 팀원들 몰래 검을 붙여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같이 일하던 팀원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는다. 대타로 온 스텝은 해맑은 표정으로 소품으로 쓸 피자를 먹어버리고, 무대로 난입하는 등 대형 사고를 친다. 연이은 무대 사고에 중요한 소품인 검이 부러지자 배우는 공연 도중 공연장을 떠나버린다. 무대 감독은 도망치듯 자리를 피하고, 눈치 보던 다른 팀원들도 떠나버린다. 공연은 끝을 향해 달리는데, 주인공인 햄릿이 등장하지 않자 배우들은 햄릿을 애타게 찾는다. 그때, 공연을 책임지고 끝내기 위해 돌아온 무대 감독은 햄릿의 빈자리를 채우며 막을 내린다.
한편, 신선한 진행방식과 유쾌한 연출을 선보인
다시봄 기획 초대전, <쓸모의 연장_그 가능성에 대한 상상>
예술적 감수성으로 재탄생된 선미촌의 폐가구
사람이 나서 죽을 때까지 평생을 함께 살아가는 가구. 싫증이 나거나 망가져서 쓸모가 사라진 가구들은 모두 어디로 갈까. 사람들은 코팅이 되지 않은 순수 원목이 아닌 이상 모두 소각되고 있으며, 그 양이 무려 430,000톤에 이른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우리의 인식을 새롭게 해주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주시새활용센터의 3층 기획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쓸모의 연장_ 그 가능성에 대한 상상’이다. 전시는 9월 30일까지 계속된다. 전시의 주최는 청년 시각예술단체 노마드. 조각가 최무용, 회화작가 박두리, 문화기획자 이정란이 참여해 구성한 단체다. 이들은 쓰레기를 줄여가는 방향이라는 뜻의 업사이클링 브랜드인 ‘제로디렉션’을 만들었다. 때로는 원래의 쓸모를 보강하고 때로는 완전히 다른 쓰임으로 만들며 가구의 삶을 연장시키는 작업이다. 작업은 주로 노송동과 팔복동 인근에 남겨진 가구를 수거하여 진행되었다. 해묵은 가구들은 사람 사는 이야기들을 품었으며, 저마다의 스토리텔링은 덤으로 따라왔다. ‘서노송동 648-2 앞’에서 발견되어 동명의 이름이 붙은 오래된 자개 수납장은 어느 할아버지께서 이사하며 내놓은 것을 당근마켓에서 구한 경우다. 삭아서 끊어져 가던 벤치에 철거하던 교회 장의자 쿠션을 덧대어 만든 ‘서노송동 690-34 앞’, 버려진 옛 밥상에 철제 다리를 붙여 만든 ‘중노송동 10-23 앞’ 등은 상상력을 자극하여 새로운 창조적 가능성을 시사해주는 작품이다.
폐기물 스티커도 부착되지 않은 채 처치곤란으로 버려진 가구들을 예술가의 시선으로 분해하여 재해석하는 이들의 노력은 전시회의 곳곳에 숨어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