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속 세상 | 청와대의 보존과 활용 논란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것은?
얼마 전, SNS에서 청와대와 관련한 한 포스팅을 보게 됐다. 국민에게 개방한 지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도 한참 기다려서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면서 사진 몇 장이 올라와 있었다. 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의식 과잉으로 점철된 자랑질이겠지, 하고 넘기려는데 문득 그가 남긴 한 줄 평이 눈에 들어 왔다.“실망이다. 싸구려 호텔 같네”라는 문구였다. 그걸 보고 한편으로 ‘그렇게 별로인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굳이 저렇게까지 폄하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에 조금 씁쓸해지기도 했다.
청와대 개방 이후 불거진 품격논란
윤석렬 정부가 들어서고 청와대 이전은 한동안 큰 이슈였다. 하지만 이런 시국에 어마어마한 이전비용을 들여서까지 꼭 옮겨야 하냐는 야당 및 국민들의 비판에도 결국 용산으로 이전이 결정됐다. 항간에는 표면적인 이유는 안보 때문이지만 실제로는 측근과 풍수지리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소문이 무성하기도 했다. 지난 5월 개방을 시작한 이후도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 개방 첫날 시설 일부의 훼손과 쓰레기 문제, 가수 비의 예능촬영 공연, 청와대 앞뜰의 까사미아 소파 설치로 인한 특정 브랜드 홍보논란 등 잊을 만하면 크고 작은 논란이 이어졌다. 지난 9월에도 청와대에서 패션잡지 보그 코리아의 한복화보촬영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모델들이 영빈관에 누워있는 모습에 국격을 떨어뜨렸다는 비난이 줄을 이었고 결국 보그 코리아는 하루 만에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삭제했다. 이로 인해 11월로 예정됐던 ‘구찌 경복궁 패션쇼’도 한 때 무산될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청와대와 베르사유 궁전, 무엇이 다른가
청와대는 74년간 우리나라의 정치권력의 상징이었던 공간이다. 거의 100년에 달하는 역사가 몇 달 만에 정치적 의지로 정리됐고, 그 결과 청와대는 이제 정치가 아닌 문화의 영역으로 옮겨졌다. 현재 청와대 관리 주체는 문화재청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이 맡았다. 정치가 빠져나간 자리를 문화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청와대를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처럼 원형을 보존하며 청와대를 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와 관련한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청와대와 베르사유 궁전은 정치권력의 상징이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하지만 베르사유 궁전에서는 화보나 드라마, 영화를 촬영하는 것에 대해 품격을 거론하지 않는다. 왜 베르사유 궁전은 그런 논란이 일지 않는 것일까? 오히려 베르사유 궁전은 청와대에 비해 더 강력한 정치권력의 상징이었다. 또 그 기간 또한 훨씬 더 길었다. 하지만 두 공간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바로 공간을 돌려받는 과정에서의 차이다.
베르사유 궁전은 절대왕정, 정치권력의 상징이었지만 프랑스 혁명을 통해 ‘시민’이 정치권력을 직접 내몰아 낸 공간이다. 하지만 그에 비해 청와대가 국민에게 개방된 과정은 어떠한가. 청와대의 이전과 개방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치였다. 윤석렬 대통령은 청와대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줌으로써 권력의 상징성을 지우겠다고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청와대 이전과 개방은 정치적 승리와 이로 인한 정치적 결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도 아니었다. 결국 베르사유 궁전은 시민이 주체적으로 얻어낸 공간이지만 청와대는 최고 권력의 의지와 배려(?)로 국민에게 돌려준 공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아직도 청와대를 둘러싼 끊임없는 논란은 청와대가 여전히 정치권력의 공간이지 국민의 공간으로 돌아오지 못했음을 반증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청와대의 품격을 지키기 위한 과제
이제 청와대는 정치에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의 보존가치에 대해 아직도 전문가들의 의견조차 분분한 상태다. 청와대의 역사성에 초점을 맞춰 ‘역사문화공간’의 가치를 주장하는 쪽과 반대로 청와대의 현대성에 초점을 맞춰 ‘청와대 미술관’을 비롯한 ‘문화예술공간’으로서 운영해야 한다는 쪽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청와대의 의미와 가치, 활용에 대한 논의와 협의가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이뿐만 아니다. 여전히 상업적 이용에 대한 논란, 관광객의 시설훼손과 불법주차, 쓰레기 문제 등 오버 투어리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언제 불거질지 모르는 청와대 이슈를 활용할 정치적 공방도 걸림돌이다. 어쨌든 청와대는 국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청와대가 제대로 된 국민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활용되기 위해 시민과 학계, 그리고 정치의 품격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글 오민정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