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현장 | 팔복예술공장, 2022그린르네상스프로젝트
77명 작가가 제안하는 자연과 공존하는 미래
지난 해 처음 시작된 전주문화재단 팔복예술공장의 ‘그린르네상스프로젝트’. 환경문제를 예술적으로 재해석하고 그에 관한 포럼을 진행하여 시민들과 함께하는 담론의 장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다. 올해의 주제는 ‘공존: 호모심비우스의 지혜’. 동료 인간들은 물론 다른 생물 종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호모심비우스’처럼 현재 맞닥뜨린 기후위기를 생태적 전환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의미이다. 10월 9일까지 계속될 전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서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전시는 24개국 8팀 77인의 작가가 공존과 공생에 관한 지혜를 찾아가는 과정을 다양한 시각 언어로 선보인다. 전시장의 초입 기괴한 모습의 자연 생명체와 사체 이미지는 손정은의 작품. 생존을 위해 생명의 사체를 먹는 인간의 탐욕을 그렸다. 이탈은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배반’을 모티브로, 키네틱 아트를 통해 자연 속에서 발견하는 1:16의 황금비율의 의미를 추적했다. 그룹 야투는 12cm 크기의 70 개의 큐브들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 메시지를 전했다. 김순임은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식자재를 먹은 후 남은 식물을 작업실 화분에 발아시켜, 농산물을 하나의 상품으로 유통하는 대형마트가 소멸할 생명을 품은 인큐베이터로 변신시켰다. 이명호는 사진 퍼포먼스를 기록한 아카이브 영상을 커다란 캔버스에 투사하여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이야기했다. 김유정은 쓰임을 다하고 버려진 가전제품 위를 살아있는 틸란드시아로 덮어 식물이 가진 파괴성에 주목했다. 마지막으로 강현덕은 공생하는 자연의 이미지들을 표현한 회화와 격자 모양으로 된 거대한 구조물 안에 자리한 씨앗 조각들을 통해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에 대해 성찰했다.
모든 작품은 환경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담은 두 차례의 집담회를 거쳐 완성되었다. 작가들은 작품을 설치하기 전 프레 워크숍을 통해 기획자와 전시 공간을 둘러보고 초청작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이후 메인 워크숍에서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담기 위해 방법을 연구하고 작품을 설치했다. 작가들은 이 과정을 통해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사고를 확장하고 전시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었다.
시민들과 환경문제에 대해 나누는 자리도 마련되었다. 강연과 아티스트 토크가 그것. 지난 9월 2일 호모심비우스의 원저자인 최재천 교수가 팔복예술공장에 직접 방문하여 ‘생태적 전환과 호모심비우스’에 대해 발표하며 행사의 막을 열었다. 그는 강연에서 기후문제를 해결할 가장 현실적이고 확실한 방법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장바구니를 상비하는 등의 ‘작은 실천’을 강조했다. 9월 25일에는 첫 번째 아티스트 토크가 열려, 강현덕, 김유정, 이진, 이탈 작가 직접 스스로의 작품들을 소개했다. 관객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에 대해 다시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10월 둘째주에도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10월 7일에는 이번 행사를 기획한 김성호 전시감독이 ‘생태 미술의 공공 기제’를 주제로 미술현장에서 생태적 담론이 어떻게 적용되어 왔는지 말한다. 10월 8일에는 손정은, 그룹 야투, 김순임, 이명호 작가의 아티스트 토크가 예정되어 있다. 마지막 날인 10월 9일에는 전시 평가 집담회가 열려 이번 행사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생태적 전환’.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나서야 얻은 값비싼 교훈이다. 코로나19가 무서운 기세와 힘을 잃은 후에도 지켜나가야 할 가치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연을 문화예술의 방법으로 접근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모색하는 이번 전시는 그 자체로 귀하며 가치가 있다. ‘2022그린르네상스프로젝트’와 함께 초록이 다시 부상할 날을 꿈꾼다.
신동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