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와 지구를 지키는 배움
우리 고장 전북은 산, 들, 강, 섬이 모두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 다양한 새를 보기에 천혜의 장소입니다. 특히 이맘때 서해안 갯벌에서는 월동지로 이동 중에 잠시 휴식하며 먹이를 보충하는 도요나 물떼새를 손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가수 정광태의 ‘도요새의 비밀’이나 가왕 조용필의 ‘마도요’를 흥얼거리며 자라기는 했지만, 그 때는 도요의 생김새를 몰랐으며 실제로 도요를 본 것은 최근으로 다른 새들보다 늦게 눈에 들어온 새입니다.
도요는 고사성어 ‘어부지리(漁父之利)’에 등장하는 새입니다. 새가 조개를 물고 조개는 새의 부리를 물어 서로 싸울 때 어부가 이득을 취하는 그 고사(故事)의 새가 바로 도요입니다. 전라도 사투리로 쫑찡이라고 하는데 갯벌 위를 날아가면서 내는 투명하고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본떠 이름으로 부른 듯합니다. 국내에서 관찰되는 도요는 약 45종이며, 크기가 다양하고 대체로 몸은 갈색에 점무늬가 있으며 긴 부리가 위 또는 아래로 휘어지기도 하며 꼬리가 거의 없습니다. 생김새가 비슷하여 서로 구분하여 이름 붙이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편에 속합니다. 갯벌이나 습지에 서식하면서 조개, 게와 같은 무척추 동물을 잡아 먹습니다. 도요새 부리에는 수많은 감각신경이 빽빽하게 배열되어 있어서 갯벌 속에서 보이지 않는 먹잇감이 움직일 때 만드는 미세한 떨림이나 물의 압력 변화를 통해 먹이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잡아냅니다.
여러 도요새 중에서 큰뒷부리도요가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는 2020년 9월 18일 알래스카를 출발한 후 태평양을 곧바로 건너 뉴질랜드까지 224시간 동안 1만2,200㎞를 한 번도 쉬지 않고 비행했기 때문입니다. 이 도요는 봄철에 순천만과 금강 갯벌을 지나 알래스카로 이동하는 그 도요입니다. 도요는 이처럼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일년에 한 번씩 북반구와 남반구 끝과 끝을 여행하는 초장거리 마라토너입니다. 따라서 이들의 월동지, 휴식지인 우리 갯벌, 번식지인 북극권 이런 곳들이 함께 잘 보존되어야만 생존이 가능한 취약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올해 가을 유부도 갯벌에는 지구상에 오직 1,000마리만 남아 있고 10년 이내 멸종 가능성이 높은 넓적부리도요 10여 마리가 나타나 많은 탐조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것을 보존하려 하고, 이해하는 것을 사랑하며, 배운 것을 이해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새에 관한 글들을 읽고 조금씩 알아가는 것이 갯벌을 보존하고 새를 보호하는 첫걸음이라 하겠습니다.
김윤성 아마추어 탐조가•전북산업보건협회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