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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 | 연재 [이정현의 환경리포트]
전주만의 매력을 없애는 도시계획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2022-11-11 23:02:13)



이정현의 환경리포트 

전주만의 매력을 없애는 도시계획


글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







“꽃이 / 피는 건 힘들어도 / 지는 건 잠깐이더군...” 

민선 8기 전주시의 정책을 보면서 최영미 시인의 “선운사에서” 중 한 구절이 떠오른다. 오랫동안 지역의 사회화 과정을 거친 세워진 정책과 계획들이 시장 한 사람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손바닥 뒤집히듯 바뀌고 있다. 


우범기 시장은 지방선거 과정에서 원도심의 주거와 상업지역의 용적률 상향, 표고 75미터 이상 고도 제한 해제, 프랜차이즈 입점 규제도 완화, 한옥마을 대형 쇼핑몰 조성, 슬로시티 폐지, 한옥마을 케이블카 설치 등 원도심과 한옥마을의 규제 철폐로 구도심을 또 하나의 신도심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쏟아냈다. 


전주시는 우시장의 성장 지향 정책 기조에 따라 “도시 재개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복잡한 행정절차를 간소화하여 시민들의 편익을 도모하겠다”면서 「전주시 도시계획 조례」의 규제를 완화했다. 그 첫발은 △ 높이 40미터 넘는 건축물 개발 시 도시계획 위원회 심의 폐지 △ 용적률 완화 시 중첩 적용이 가능하도록 완화 △ 일반주거지역 기개발지 개발행위심의(표고 75m 이상) 제외 등이다. 


원도심 규제는 전주시가 어떻게 전통과 문화, 역사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어 갈 것인가라는 고민의 산물이다. 한옥마을을 기반으로 천만 도시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우후죽순 들어서는 원도심의 상업시설을 규제하고 높이의 균형과 도시의 밀도를 고려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할 당시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도시계획은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 뒤를 내다봐야 한다. 도시계획의 일부 수정이 필요하다면 면밀한 평가를 통해 어떤 성과도 있었는지 검토해야 한다. 계획 변경이 미치는 파장에 대한 분석과 대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취임하자마자 완화 절차를 밟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교통과 환경문제 일으키는 도심 난개발 브레이크 사라져

시가 폐지하겠다는 40m 이상 개발행위 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는 난개발을 제어하는 데 필요한 절차이고, 도시계획 방향에 맞지 않는 사업을 관리할 수 있어 가장 실질적이고 효과적이다. 계획을 수립하는 시점에서 사업 목적과 계획내용이 큰 틀에서 도시계획 방향에 맞는지 심의한다.


시는 건축심의, 경관심의로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심의들은 도시계획위원회와 달리 개발사업 절차가 상당히 많이 진행된 후 심의가 이뤄지기 때문에 이 시설과 규모가 과연 적절하냐를 판단하기 어렵다. 개발계획이 확정된 후 건축이나 경관심의는 한두 층을 높이냐 낮추냐 정도의 논의는 가능하다. 그러나 개발계획 자체를 부결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게 된다. 


실제 이 조례가 어떤 기능과 역할을 했는지 궁금해 지난 3년간 40미터 이상 건축물 심의를 다룬 도시계획위원회 회의록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한 달 만에 받은 자료를 분석해보니 2019년 이후 40미터 이상 건축물 심의를 다룬 도시계획위원회가 10차례 열렸으며, 심의 대상 건축물은 모두 6건이었다.  


이중 덕진구 금암동 시외버스터미날 옆 부지 주상복합아파트(대지면적 2,893㎡)는 당초 120세대에 최고층은 29층이었으나 재심의 과정에서 115세대 최고층은 25층으로  사업 규모를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나홀로 아파트로서 주변 경관 부조화, 주변 도로 폭 및 교통량 증가, 주차장 부족 등 기반 시설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최종 부결되었다(2020년 2차 도시계획위원회 / 2020.5.12). 


세 차례 심의를 거치면서 조건부 동의를 통해 층수를 낮추고 보완과 개선을 요구해 문제를 최소화한 사례도 있다. 반월동 3차 세움펠리피아 아파트는 대지면적은 8,716㎡에 3개 동 19층, 22층, 29층 개발계획을 심의 요청했으나 3차례 심의를 거치면서 조건부 동의를 통해 최고층을 2층 낮추고 바람길을 보완하고 학교 일조권 추가 개선을 권고했다(2021년 5차 도시계획위 / 2021.5.25).




개발 업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민원 해결성 공약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용적률 완화, 75m 표고 제한 심의 폐지는 개발업자와 재개발 재건축 조합의 이익과 연결되어 있다. 용적률은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물 전체면적 비율이다. 용적률이 올라가면 더 많은 층수의 건물을 올릴 수 있어서 개발 업자는 사업성이 좋아지고 개발 이익이 더 커진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용적률이 높아지면 고층 건물의 밀도가 높아지고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높이로 인해 스카이라인 및 조망권, 경관을 훼손한다. 상업지역에 들어서는 주상 복합시설이나 오피스텔 등은 일조권 규정이 없다. 건물 내 일조량도 감소하고, 주변 건물에 대한 일조권 침해 여지가 높다. 같은 면적에서 도로와 인도, 주차장, 학교(주상복합의 경우) 같은 기반 시설이 더 늘어나야 한다. 난방 등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고 바람길이 막힐 수도 있다. 


재개발 재건축이 예정된 원도심은 지대가 높고 기반 시설도 부족하다. 따라서, 건축물의 높이가 같다고 하더라도 고지대의 경우 시각적으로 성벽이 세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다. 밀도가 높아짐에 따른 도로 등 기반 시설과 주거 환경 개선이 어려워진다. 도시의 허파인 공원 주변 지역은 고도 제한 완화는 도시 숲의 경관을 훼손하고 바람길을 가로막을 수 있으며 일부가 숲의 혜택을 독점할 수 있다. 




전주만의 매력을 훼손하는 프랜차이즈 입점 허용

전주는 한옥마을을 기반으로 천만 관광객이 찾는 관광도시로 성장했다. 도청과 공공시설들이 외곽으로 빠져나가면서 원도심의 인구가 크게 줄었지만, 전주의 핵심 상권 기능이 유지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주시는 지난 2011년 '일식·중식·양식 등 외국계 음식을 조리·판매하는 음식점을 열 수 없다'는 규정을 포함한 '전통문화구역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했다.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한옥마을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 상업시설이 우후죽순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 결과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등이 새로 들어설 수 없게 되었다. 논란이 되었던 꼬치구이도 2017년부터 신규 입점을 제한하고 있다.


이후 시는 전라감영 복원을 앞둔 2018년, 전주 한옥마을 주변을 비롯한 중앙동과 풍남동, 노송동 일원 약 151만㎡ 부지를 역사 도심지구로 지정했다. 건축물의 용도와 높이, 색채, 프랜차이즈의 입점도 제한했다. 지역경제를 지탱해주는 중요한 관광산업을 원도심으로 확대하고 우리 도시의 역사문화 자산과 생태와 경관 그리고 정체성(로컬리티)을 유지해 전주만의 도시다움을 지속하자는 것이 목적이었다.


프랜차이즈 입점 제한 이후 객리단길과 웨딩 거리를 기점으로 개성 있는 카페와 식당, 예술인의 작업 공간이 들어서면서 지역 청년들과 자영업자에게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고 있다. 동네 카페, 청년들이 정성껏 요리하는 다양한 식당들이 골목을 살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전주뿐만이 아니라 최근 뜨고 있는 거리나 전통과 독특한 공간을 만들어 온 마을도 대기업·프랜차이즈 업체들을 제한하고 있다. 동네 상권을 보호하고 예술가나 지역 자영업자들의 둥지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전주의 프랜차이즈 입점과 업종 제한 정책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고 판단하고 이 같은 정책을 도입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전주를 찾는 천만 관광객이 어디에나 있는 프랜차이즈 가게나 판에 박힌 듯한 도시의 경관을 기대하고 오지는 않을 것이다. 오래된 도시 전주만의 역사성과 문화자원, 그것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지역의 매력을 맛보기 위해 찾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원도심 규제 완화는 한옥마을과 전주천, 남고산성 등 역사와 생태가 어우러진 전주 원도심의 경관을 해치고 지역의 고유한 개성을 좀 먹어 천만 관광도시 전주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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