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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 | 문화현장
팔복예술공장, 도래할 풍경 2022 매일매일내일 展
평등한 내일을 향한 걸음
신동하(2022-11-11 23:28:05)


문화현장 | 도래할 풍경 2022 ‘매일매일내일’ 전

평등한 내일을 향한 걸음





여성 작가에게 집안일과 예술행위는 완전히 다른 일일까. 둘다 작업과정(?)이 매우 고되다는 공통점에도 현대 사회에서 물질적 재화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소외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해온 여성작가들의 전시가 기획됐다. 전주 팔복예술공장 2층 전시실에서 열리는 ‘도래할 풍경 2022–매일 매일 내일’이다. 누군가의 딸이자,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였던 작가들은 회화, 설치, 사진, 영상 등 다채로운 작품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풀어냈다. 10월 20일 열린 개막행사에서는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마련됐다. 


전시는 두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도래할 풍경’과 ‘이어질 풍경’이다. ‘도래할 풍경’은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모았다. 김경화는 요즘 버려진 자개 서랍을 노동의 도구들로 탈바꿈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자개농은 남성 장인들이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그 밑작업에는 수없이 많은 여성들의 노동이 들어간 것에서 착안했다. 전주에서 활동하다가 10년 전 제주도에 정착한 박진희는 자신을 구성하는 많은 레이어들을 만들어 쌓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담았다. 


고보연, 정하영, 한숙, 박마리아는 우리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다. 고보연은 ‘땋기_그 연대의 힘’으로 전시에 참여했다. 여성의 머리를 땋아내리는 것처럼 폐천을 땋아 내리며 여성들의 연대를 나타내고 싶었다고 한다. 정하영은 스테인리스 해먹을 제작하여 설치했다. 언뜻 보면 우아한 레이스같은 작품은 사실 철수세미로 제작된 것으로 쉴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러지 못하는 여성들의 삶을 모순적으로 표현했다. 서학예술마을에 작업실을 둔 한숙은 이번 전시에서 여행지에서 노동으로부터 벗어난 해방감을 느끼는 자신의 다섯 자매와 어머니를 표현했다. 박마리아는 전시 참여 작가 중 가장 막내이자 동시에 한 아이의 엄마이다. 그는 출산 이후 아이를 돌보며 잠을 자기 전까지 천장을 보며 계획을 세워야 했다. 출품한 작품 속 시계는 일각을 다투는 생활을, 그 아래 이젤 두 개는 각각 엄마와 예술가로서의 자화상을 의미한다.


‘이어질 풍경’에서는 한국 여성 미술 1세대 예술가와 기획자들의 인터뷰 영상이다. 80년대 한국에 페미니즘 담론을 불러온 김종례, 박영숙, 방정아, 임정희, 윤석남, 정정엽, 홍이현숙의 아카이브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 행사에서는 김종례가 깜짝 등장하여 청중들을 놀라게 했다. 한국 최초의 여성주의 미술가 집단인 ‘시월모임’ 등을 운영했던 김종례는 여성들의 노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후배 정정엽으로부터 전주에서 여성에 대해 연구하고 작품에 담아내는 전시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참여했습니다. 저는 여성이 왜 필요한지 증명해야만하는 시대에 살았습니다. 그 시대에서 세 딸이 있는 엄마로서라도 사명감을 가지고 싸워야만 했지요. 내일 모레 80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지만 아직도 노동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지난 해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우수기획창작활동지원 사업에 선정되었던 것으로 전주-제주 교류전시의 일환으로 준비됐다. 전시는 11월 6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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