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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 | 연재 [김윤성의 새 이야기]
찌르레기를 본다는 것
김윤성 아마추어 탐조가•전북산업보건협회 전문의(2022-12-13 10:52:15)

김윤성의 새이야기

찌르레기를 본다는 것


김윤성 아마추어 탐조가·전북산업보건협회 전문의








늦가을 이맘때 만경강변 감나무 밭에서는 200여 마리 찌르레기들이 모여 잘 익어 탐스러운 감을 먹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벼를 베어낸 인근 논에서 추수 후 남겨진 낟알을 먹기도 합니다. 전깃줄에 나란히 앉아 재잘대는 무리 속에서 여느 찌르레기와는 다른 모양을 가진 새 두 세 마리가 눈에 띕니다. 우리나라에선 자주 보기 어려운 나그네새인 흰점찌르레기입니다.


흰점찌르레기는 Common starling 혹은 European starling이라 하는데 목과 가슴, 배에 있는 흰점들이 밤하늘에 빛나는 작은 별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사람의 목소리를 기가 막히게 흉내 내기 때문에 유럽에선 애완용으로 인기가 높지만, 미국에서는 해조(害鳥), 침입종으로 여겨져 미움을 받습니다. 1890년 뉴욕에 풀어놓은 수십 마리가 미국 전역으로 퍼져 현재 2억 마리로 늘어났고, 고유종의 둥지를 빼앗거나 먹이를 독차지하며 항공기 사고를 유발하고 배설물로 인해 사람이 다치는 사고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날개 달린 쥐처럼 여기며 가장 싫어하는 새 중 상위권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본고장 유럽은 다릅니다. 모차르트는 흰점찌르레기를 3년간 키우며 악보 보고 노래하는 법을 가르쳤고, 새가 죽고 나서는 뒤뜰에 묻고 추모시를 쓴 일화가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헨리 4세,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도 이 새의 뛰어난 성대모사 능력이 언급될 정도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이들은 저녁잠을 자러 가기 전에 30여 분 정도 수천에서 수만 마리가 모여서 거대한 무리를 이루어 뭉치고 흩어지며 예측할 수 없이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내는 장관을 연출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미국과는 달리 유럽에서는 이 새들의 숫자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모든 새들에게 다 같은 호감이 생길 수는 없습니다.  하루종일 시끄럽게 울어대고, 나뭇가지에 앉아 쉬고 있는 예쁜 박새와 동박새를 내쫓고, 먹이를 두고 서로 싸우는 못생긴 직박구리에게 호감을 가지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춘궁기 보릿고개 넘기는 우리 옛사람들 곁에서  ‘피죽’이라도 먹으라고 ‘피죽 피죽’하고 울어 ‘피죽새’라 불렀다는 말을 최근에 알고서 이 새에 대해 다른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새를 본다는 것은 그 외형과 생태적 습성만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새에 대한 전통적 이해방식, 새들의 역사, 그림과 시, 문학 등 인류의 삶과 새를 연결시키고 해석하는 과정도 포함합니다. 이것은 탐조의 의미와 즐거움을 한층 더 배가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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