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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 | 칼럼·시평 [문화칼럼]
전주의 전통문화가 살아있는 전주한옥마을
박정원 도시계획기술사(2022-12-13 11:57:47)

문화칼럼

전주의 전통문화가 살아있는 전주한옥마을



글 박정원 도시계획기술사




전주시 교동·풍남동 일원에 형성된 한옥단지인 “전주한옥마을”은 1998년 민선2기에 “조선문화특구”라는 정책을 시작으로 지금의 한옥마을에 대한 종합적인 발전구상이 준비되었다. 1977년 전주시 교동일원의 집단화 된 한옥의 가치를 보호하고자 “한옥보존지구”를 지정하면서 한옥의 보존을 위한 강한 규제적 성격의 제도가 도입되었다. 이 제도는 한옥건축물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다 보니 건축물의 신축은 물론 증개축마저도 제한을 하면서 지역주민의 재산권행사에 큰 영향을 주게 되었다.


한옥건축물은 관리가 체계적으로 정비되지 못하고 노후화되기 시작하였고, 제한에 대한 불만이 컸던 지역주민들은 지속적으로 전주시에 민원을 제시하기 시작하였다. 결국 한옥보존지구는 1980년대 후반 제한요소가 완화되기 시작하였고 이후 완전히 해제되어 도시계획적 제어가 없이 개별적인 건축물의 신축이 가능하게 되면서 한옥마을이라는 이미지가 점점 변화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일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변화될 뻔 했던 한옥마을이 민선2기 김완주시장에 의해 한옥마을의 가치를 활용하여 전주에 대표적 상징 공간으로 변화하기 위한 시작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 중에 하나는 2002년 월드컵 개최가 계기가 되었고, 전주에서도 월드컵경기가 진행되면서 전주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세계에 어떤 지역을 알리기 위해서는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전통문화가 잘 표현되는 지역이 필요하였고, 당시 전주가 가지고 있는 전통문화를 알릴 수 있는 대표적 장소가 바로 한옥마을이었던 것이다.


당시 한옥보존지구의 강한 규제를 경험한 주민들에겐 새로운 한옥마을정책이 또 다른 규제가 되어 불편을 반복할 것이라는 걱정도 함께 커지면서 전주시의 정책에 대한 격려와 우려가 동시에 존재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감안하면서 전주시의 기본구상과 기본계획이 차례로 마련되면서 한옥마을에 대한 실제적인 구상이 형성되어 나갔다. 


한옥마을 기본구상은 한옥마을의 건축물의 보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옥마을을 전주의 전통문화가 살아 있는 장소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부분에 중심을 두었다. 물론 건축물은 한옥형태를 기본으로 하면서 한옥을 건축할 경우 전주시에서 건축비를 지원해주는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하였다. 또한 지역의 변화기회를 높이기 위하여 태조로와 은행로 등 주요 도로를 전통적 이미지의 가로로 개설하였고, 문화관련 거점시설을 건축하여 전통문화를 알리는 기능을 담당하도록 하였다.


공원정비, 주차장 조성을 통해 주민 및 관광객을 위한 편의공간도 함께 만들어 가는 종합적인 사업도 진행되었다. 사업 활성화를 위한 국비확보 등의 노력이 빛을 보면서 조금씩 한옥마을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지역 정비사업에는 대부분 공공투자가 중심이 되었지만, 한옥마을은 한옥건축지원금 제도가 도입되면서 민간영역에서 참여가 활성화되었고 낡고 불편했던 한옥마을의 이미지가 변하면서 시민 및 관광객들이 한옥마을을 찾기 시작하였다.

한옥을 소재로 지역전통문화를 알리는 장소로 정비된 사례가 거의 없었던 당시 전주 한옥마을은 전국적인 모범사례가 되었고,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계속 증가하면서 2016년에는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 수가 1천만명이 넘게 되었다


하지만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새로운 고민거리도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바로 관광객을 위한 상업기능이 관광객증가와 함께 늘기 시작하였고, 심지어 한옥마을의 전통적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업종까지 확산되면서 새로운 우려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더불어 토지가격 및 건축물 임대료마저 급상승하면서 공예공방, 전통찻집, 문화관련 기능들은 높은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였고, 그 자리에 정체불명의 먹거리와 대형자본에 의한 프랜차이점이 입점하였다.


전주시는 이러한 변화를 방지하고자 도시계획을 통해 무분별한 상업 활동에 제동을 걸었고, 특히 전통문화와 어울리지 않는 업종까지 제한하면서 한옥마을의 전통적 이미지를 유지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런 도시계획적 정책이 도입되더라도 이미 운영해왔던 영업활동에 대하여는 강제력을 가질 수 없어서 추가적인 업종 확산을 막는 효과에 그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기존 상업시설이 밀집한 태조로 주변은 더욱 사람들이 모이게 되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처음 한옥마을 조성의 이유에 대하여 생각을 하게 된다. 전주의 전통문화의 대표적 장소를 만들고자 하였던 목적은 방문객 증가로 소기의 성과를 가져오긴 하였으나, 경제적 논리에 의해 변화되는 한옥마을 모습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도입한 도시계획적 수단의 한계를 보면서 다른 각도에서 지역문제를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전주의 전통문화”란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한 정의와 시민들의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제까지는 지역 내 경기전, 향교 등 문화적 자원과 한옥형태의 건축물이 있다는 외형적 공간에 더 많은 비중을 두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러다 보니 한옥마을에 나타나는 무분별한 상업활동에 대하여 쉽게 비판하지도 수용하지도 못하고 모호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오히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이유를 들어 경제활동을 더 확산하고 그 동안의 규제마저도 모두 해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타나고 있을 정도이다.


그동안 한옥마을의 외형적 변화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부터라도 한옥마을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전통문화가 무엇인지, 특히 전주의 전통문화가 무엇인지를 찾고 그것을 시민들이 공유하는 내용적 활동을 중심에 두어야 할 시기가 되었다. 전문가들에 의해 정의되는 해석이 아니라 시민 모두가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몸으로 느끼는 생활문화, 일상문화를 기본으로 한 전주의 전통문화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전주의 대표적인 음식에 비빔밥이 있다. 비빔밥은 재료가 가지는 고유성이 살아 있으면서 동시에 그릇 안에서는 서로 어울리는 즉 “조화”로운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빔밥에 전주의 대표적 음식이 된 것은 전주시민이 가지고 있는 조화의 힘이 비빔밥과 비슷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쩌면 한옥마을도 건물과 공간, 현대와 전통, 시민과 관광객 등 서로 다른 요소들의 조화로움이 한옥마을이라는 그릇 안에 자연스럽게 어울려 있기에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만약 여기에 조화를 해치는 것이 있다면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확산되는 상업기능에 대한 우려는 전주의 전통문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기본으로 한옥마을의 조화로움을 찾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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