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기획ㅣ 지역문화를 돌아보다 : 문화와 현장
2022년, 지역문화에 의미와 가치를 더하다
2022년은 유난히 다사다난한 한해였다.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렸으며, 5월에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7월에는 지역 자치단체장이 새로이 선출되었고, 지역문화판에서는 전라북도관광재단, 한국전통문화의전당, 전북도립미술관을 비롯한 관련 기관과 시설의 수장들이 바뀌기도 했다. 문화정책은 격변의 환경을 거스르지 못했으나 지역의 문화를 지켜왔던 작업과 행사들이 뒤를 이었다. 격변의 2022년를 보내며 문화저널이 기록한 문화현장을 돌아보았다.
글 성륜지·신동하 기자
코로나로 위축되었던 연초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던 연초에는 전시와 학술 행사가 많았던 반면 공연은 상대적으로 위축되었다. 문화 행사가 진행되더라도 지원이 필요한 민보다는 관이 주도하는 대규모 행사가 많았다. 특히 비대면 독서문화행사가 눈에 띄었다.
책의 도시 전주에서는 다양한 책 관련 행사들이 진행되었다. 그 첫번째는 1월 17일 비대면으로 이루어진 제2회 동네책방문학상의 시상식이었다. 동네책방문학상은 지난 2020년 동네책방네트워크가 발족하며 처음 만들어졌다. 올해는 서점 카프카, 책방 토닥토닥, 에이커 북 스토어, 물결 서사, 잘 익은 언어들, 혁신 책방_오래된 새길, 고래의 꿈이 참여했다. 이 시기 구도심에는 다가여행자도서관이 처음 문을 열었다. 대면 행사가 필요없는 학술 대회 같은 경우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는 방식을 택했다. ‘제1회 세계혁명예술전주국제포럼’과 ‘예술로 GREEN 전주 포럼’도 마찬가지였다.
한편, 2021년 12월 선미촌에 남아있던 마지막 성매매 업소가 문을 닫으며 선미촌정비민관협의회가 선미촌도시재생민관협의회로 새롭게 출발했다.
이를 기념하여 선미촌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이어졌다. 뜻밖의 미술관에서는 프레젠트 한리안 대표의 기획으로 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전이 진행되었으며, 청년문화예술가그룹인 ‘물결서사’와 ‘문화아리’는 각각 동명의 책방과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하며 여러 참신한 프로젝트를 펼쳐 호응을 얻었다.
드디어 해제된 사회적 거리두기
4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었다. 사적모임 인원제한, 운영시간 제한 등의 규제가 풀어진 것이다. 깜깜했던 문화예술계에도 빛 한줄기가 비췄다. 다만, 길면 3년 이상 중단되었던 행사들을 재개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후의 행사를 위해서는 대중들의 민심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 시작을 연 것은 4월 28일 개막한 전주국제영화제. 목표는 코로나 이전 규모의 회복. 코로나 시국 이후 이런 대규모 영화 행사는 전국은 물론 세계에서도 최초라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영화제는 많은 걱정에도 불구하고 성황리에 폐막했다. 이에 다른 많은 영화제들도 박차를 가했다. 6월에는 무주산골영화제가 8월에는 남원 전라누벨바그 영화제가 이어졌다.
5월 14일 삼성문화회관에서는 제 14회 전주비보이그랑프리가 열렸다. 전주비보이그랑프리는 올해 라스트포원의 20주년 행사와 함께 개최되었다. 라스트포원의 조성국 대표가 브레이킹 국가대표팀 초대감독으로 선임된 이후 기획한 첫 행사였기에 더욱 뜻깊었다.
축제의 물결도 있었다. 6월 17일에서 19일 한옥마을과 객리단길 일원에서는 다양한 즐길거리가 마련되었다. 17일에서 19일 오목대 일원에서는 재즈패스티벌이 열렸다. 전주지역에 있는 소규모 라이브홀인 더뮤지션, 재즈앨리, 로이재즈아트홀, 까사데알마, 와나카, 펍로이 등도 함께 했다. 그 시기 한옥마을의 중심인 태조로에서는 ‘치유’를 주제로 한 문화재야행이 한창이었다. 객사에서는 조선팝 상설공연이 진행되어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았으며, 한벽문화관의 마당에서는 마당 창극 1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칠우전’이 공연되었다. 전주의 이러한 열기는 8월 익산문화재야행과 군산문화재야행, 9월 김제문화재야행 등에도 영향을 주었다.
공연과 축제에 날개를 달다
자치단체들이 주관한 행사들이 많은 관객들을 동원하며 성공하자, 관객들의 반응을 살피던 소규모 공연장들에서도 공연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7월에는 생긴지 얼마되지 않았으나 내실있는 공연장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더바인홀과 이룸이 대표적이다. 둘은 삼천동과 효자동에 위치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집적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그러나 각각 미니재즈페스티벌과 월간 더 문화를 개최하며 관심을 끌었다.
연극계에도 새바람이 불었다. 6월 23일 창작극회의 ‘남자는 위 여자는 아래’를 시작으로 김제 예술집단 얼간의 ‘新 콩쥐팥쥐’, 극단 빈칸의 ‘카모마일과 비빔면’, 아트컴퍼니 두루의 ‘회신’, 극단 까치동의 ‘한지꽃이피었습니다’가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시립극단은 ‘리어왕’을 공연하며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시리즈의 끝을 장식했다.
9월 16일부터 25일에는 소리축제가 개막했다. 주제는 ‘백년의 서사’. 코로나 시기 발달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이목을 끌었다. 전라북도의 명소들에서 공연을 하고 그 장면을 유튜브로 송출하거나 조선시대의 고음반을 디지털로 옮겨 복원하고,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하여 100년의 시간동안 사랑받은 국창들의 공연을 다시 무대로 올리기도 했다.
9월 30일부터 10월 2일 한벽문화관과 완판본문화관 일원에서는 전주독서대전이 열렸다. ‘책 여행, 발견하는 기쁨’을 주제로 타도시의 작가들을 초청하거나 지역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여 대한민국에서 전주가 가지는 특별한 위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특히 전주시민들이 주체가 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들이 마련되어 시 전체가 책으로 하나될 수 있었다.
10월 1일부터 16일까지 서학동 예술마을에서는 전주대 시각디자인학과 박승환 교수의 주도로 전주국제사진제가 열렸다. 전주 아트갤러리, 서학아트스페이스, 선재미술관, 전주현대미술관, 서학예술마을도서관에서 진행되었다. 전시 총괄 감독을 맡은 성남훈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작가들의 조화로운 사진 작품을 통해 세대간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11월 8일 한옥마을 도서관이 개관하였다. 전주의 특화도서관으로는 책기둥 도서관, 첫마중길여행자도서관, 학산숲속시집도서관, 건지산숲속작은도서관, 모롱지작은도서관, 다가여행자도서관, 연화정도서관, 서학예술마을도서관에 이어 아홉 번째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문화계는 풍성해졌으나 아쉬움도 있었다. 특히 전주시에서 주최한 몇몇 축제들은 시민단체의 공동성명까지 발표되는 등 때아닌 논란을 낳았다. 전주 가맥축제와 전주 미친 축제가 그러했다. 전주 가맥축제 기간 동안 행사장에는 4만 명이 방문했고 방문객 1인당 2.5~3.5개의 일회용품을 사용했고 최대 14만 개의 일회용품 쓰레기를 배출하여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전주 미친 축제는 기획의도와 컨셉이 불분명하고, 이름에 차별적 언어가 들어갔다. 여러 매체에서는 지역 문화에 대한 이해없이 단순히 몸집 부풀리기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