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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 | 특집 [이정현의 환경리포트]
봄의 전령사에서 기후위기의 신호수로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2023-02-14 14:33:46)



봄의 전령사에서
기후위기의 신호수로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








대한(大寒)을 앞둔 1월 17일, 전주 흑석골 보광재 옛길 샘에서 도롱뇽 4마리와 알집 10여 개가 발견되었다. 겨울답지 않은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다가 봄비 같은 겨울비가 내렸던 지난 11∼13일경 잠에서 깨어난 것으로 보인다. 일러도 너무 이르다. 전주 기상지청 자료에 의하면 올해 1월 1일에서 18일까지 평균 기온은 영상 2.48도였다. 1970년대 1월 평균 기온이 영하 0.49도에 비해 2도나 올랐다. 1월 8일에서 14일까지의 둘째 주 평균 기온은 6. 9도였다.

지형이나 기후 조건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도롱뇽은 보통 봄기운이 완연한 2월∼4월에 알을 낳는다. 내륙인 전주에서 1월 중순에 알을 낳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봄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제주도의 도롱뇽도 이른 산란 기록이 1월 10일 경이다. 생명이 움트는 봄의 전령사로 환영 받아야 마땅한데, 너무나 때 이른 출현이라 반갑지가 않다.

도롱뇽이 알을 낳은 곳은 보광재 고개 아래 샘터다. 수컷 도롱뇽이 먼저 샘터로 이동해 자리를 잡고 암컷이 오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암컷이 도착하면 몸을 부딪치거나 냄새를 맡는 등의 다양한 신호를 보내 암컷이 알을 낳게 한 후, 잽싸게 그 알을 몸으로 잡은 후 정자를 뿌려 수정시킨다. 알집에 담긴 알은 나뭇가지나 돌에 붙여 흘러가지 않도록 고정해 둔다. 갑작스러운 한파를 피해 알을 안전하게 부화하기엔 최적의 공간이다.

수서곤충이나 물고기, 가재 같은 천적이 없고, 샘 위와 옆을 돌로 쌓아 상대적으로 추위가 덜하고, 지하수의 수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샘 깊이도 30cm 남짓 되어서 얼음이 언다고 해도 바닥 공간이 충분하다. 문제는 알이 부화해서 유생이 되고 난 이후다. 도롱뇽 유생은 낙엽 등 유기물이나 수생 식물을 갉아 먹는 개구리 올챙이와 달리 육식성이다. 수서곤충이나 올챙이, 작은 물고기 등을 잡아먹는다. 먹잇감이 없는 웅덩이에서는 유생끼리 잡아먹는 '카인의 후예(동족 포식) 현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도롱뇽이 살거나 알을 낳는 곳은 산간 계곡, 건강한 수서 생태계가 안정된 곳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흑석골 도롱뇽 산란지는 오랜 세월 전주 서학동과 구이 평촌을 오가던 사람들의 목을 축여줬던 약수터이자 쉼터였다. 지금은 먹는물 수질 기준을 초과해 이용을 금지한다고 하나 여전히 이 샘물을 마시려고 하는 시민이 있고, 지나는 이들의 손길도 탈 수 있다. ‘근처 먹잇감이 많은 계곡 웅덩이로 옮겨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오간다.

제보 전화를 한 회원은 너무 이른 산란에 알은 잘 부화할까, 알을 지키고 있는 것 같은 도롱뇽은 얼어 죽지 않을까 걱정했다. 보이지 않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려주러 나온 것 아니냐면서 우려도 컸다.

날씨가 추워진다는 예보가 있지만 도롱뇽이 얼어 죽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도롱뇽은 외부의 온도에 따라 체온이 쉽게 변하는 변온동물이다. 먹이를 구할 수도 없고 꽁꽁 얼어붙는 산속 습한 곳에서 한겨울을 날 수 있도록 체온을 낮춰 겨울잠을 자도록 진화해왔다. 삼천동 맹꽁이 놀이터 보존 대책을 놓고 자문했던 양서파충류 전문가 문광연 박사는 “이른 산란을 마친 도롱뇽은 주변에서 곤충 등 먹이를 구할 수 없게 되면 다시 바위틈 낙엽 아래 은신처로 돌아가 못다 잔 겨울잠을 잘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부화에는 봄에 낳은 알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 문 박사는 2월에 낳은 알은 40일, 3월에 낳은 알은 30일, 4월에 낳은 알은 20일에 걸쳐 부화가 된다고 설명했다. “온도가 높을수록 투명한 도넛 모양의 알주머니 안에서 빠르게 자란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엄동설한에 낳은 알은 올챙이가 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그만큼 위험에 오래 노출된다고 볼 수 있다.

도롱뇽을 비롯한 양서류에게 생존의 위협은 다시 찾아올 한파가 아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전체 양서류의 41%가 멸종위기에 놓여있다. 양서류의 주된 서식지인 열대우림이 심각하게 파괴되고 기후변화와 곰팡이균과 같은 감염성질환이 발생하고 세계화로 인해 쉽게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도롱뇽도 그중 하나이다. 산간 계곡과 주변의 습기가 많은 바위틈이나 돌 아래 낙엽을 은신처로 삼아서 산다. 따라서, 물과 땅 둘 중 한 곳이라도 훼손이나 오염이 되면 살아남기 어렵다. 심각한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지하수원 고갈, 습지의 매립과 택지 조성 등 난개발, 산지 사방사업으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서식지와 개체 수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양서류는 총 2목 7과 12속 20종인데 이중 꼬리를 가진 유미목에 속하는 도롱뇽은 모두 6종이 서식한다. 도롱뇽, 고리도롱뇽, 제주도롱뇽, 꼬마도롱뇽, 한국꼬리치레도롱뇽, 이끼도롱뇽 등이다.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함부로 잡아거거나 알을 가져가서는 안 된다. 야생동식물 보호법에 의해 포획금지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인천시 등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보호종으로 관리하고 있다. 전국에 고르게 서식하지만, 맹꽁이 등 다른 양서류와 마찬가지로 행동반경이 좁은 편이라 주로 나타나는 곳에서 발견이 된다. 도롱뇽이 사는 곳은 수서 생태계가 안정적이거나 환경오염이나 훼손이 덜 된 청정지역이다. 보광재 옛길 구간은 자연 계곡의 원형이 잘 살아 있고 멸종위기종인 하늘다람쥐가 서식하는 생태적으로 건강한 곳이다. 시민의 건강 증진과 정서 함양, 아이들의 생태학습장 등 도시 숲의 기능도 우수하다. 흑석골의 도롱뇽과 인근 산성천의 운문산반딧불이를 전주시 보호야생동물로 지정해 기후 변화 지표종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내일은 영하 13도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흑석골 도롱뇽이 무탈한지 나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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