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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 | 연재 [SNS 속 세상]
비만치료제가 가진 불평등의 얼굴
오민정 편집위원(2023-02-14 15:18:04)



비만치료제가 가진 불평등의 얼굴

오민정 편집위원








바야흐로 새해다. 비록 나는 아직도 2022년 13월을 지내고 있지만, SNS에서는 여지없이 2023년 ‘새해’를 파는 콘텐츠로 넘쳐난다. 특히 새해맞이 3대 결심(금연, 운동, 독서)에 관한 내용들이다. 나도 며칠 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체중감량과 관련한 게시물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매번 올라오는 걸 알면서도 체중감량 보조제들의 기간 한정 ‘비밀링크’에 매번 흔들린다. 이미 ‘운동을 하겠다’는 공약은 신용을 잃은 지 오래, 정말 약이라도 먹어서 살을 빼야 하나 늘 고민 중이다.

최근 나뿐만 아니라 ‘체중감량’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다. 그중에는 당연히 나도 포함되어 있다. 주변지인들도 오랜만에 사무실에 온 사람들이 체중감량에 성공하거나, 체중감량에 성공한 지인이 SNS에 근황을 올리면 늘 ‘어떻게 뺐어? 정보공유 좀 해줘’라는 말을 달고 산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보고 다이어트 보조제도 구매해 본 적도 있다. ‘오늘까지만 이 가격으로 팔아요’‘운동선수들이 먹는 보조제’‘사장님이 미쳤어요’ 등등의 문구에 솔깃해서 구매했는다가 하필 구매한 다이어트 보조제의 일부 성분이 간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후기를 보고서는 구매 일주일 만에 눈물을 머금고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린 경험도 있다.

과거와 달리, ‘비만’은 개인적 책임을 넘어 이제는 ‘사회적 질병’이 되어가고 있다. 비만이 사회적 질병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물론, 비만을 유발하는 생활습관은 개인의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무엇을 먹고 얼마나 운동할 수 있는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체계적인 운동프로그램이나 건강한 음식은 대개 비싸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각 나라마다 비만율은 저소득층일수록,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높아진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21년 건강보험공단이 발행한 건강보험통계연보를 보면 우리나라의 인구 중 약 40%가 이미 비만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은 당연하게도 성인 뿐 아니라 이후세대, 아동에게도 적용된다. 이른바 비만도 환경을 통해 ‘대물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침체기에도 체중감량 시장은 기회의 땅?


경기침체에 대한 암울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바이오 분야는 여전히 기회의 땅이라는 투자전문가의 말을 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성장한 빅테크가 추락하고 있지만, 건강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유효하며 이는 투자심리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최근에는 ‘비만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의 수많은 체중감량 보조제 광고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내가 우리나라 비만 인구의 증가에 기여하고 있어서일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피나는 운동과 식단관리의 불편함을 인내하지 않고 손쉽고 건강하게 체중관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유혹적이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그런 시대가 됐다. 주사만 맞아도 살이 빠진다. 얼마 전 일론 머스크가 언급한 ‘환상의 비만약’이라고 불리는 ‘위고비’가 대표적이다.




비만 치료제에서 보이는 불평등의 그늘


백만원이 넘는 비만 치료제의 치솟는 인기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비만 치료제’는 일종의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드러내는 지표일지도 모른다. 비만은 어디까지가 개인의 선택이고 책임일까. 사회적 질병으로서 비만이 대물림되고, 다음 세대의 빈곤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만이 가진 불평등의 얼굴을 마주해야 할 때가 머지않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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