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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3 | 기획 [도시의 유산]
순창의 농촌공동체, 품앗이로 싹튼 문화의 씨앗 ①
새로운 물결, 돌아온 풍요
신동하 기자(2023-03-15 15:49:02)

새로운 물결, 돌아온 풍요


시골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들도 있고 도시의 생활에 싫증이 나 시골로 돌아온 사람들도 있다. 논이나 밭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가기도 하고, 그것을 도시에 유통하며 생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군청이나 면사무소에서 일하는 공무원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서들도 모두 시골의 구성원이다. 각각의 색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하나로 똘똘 뭉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순창의 경우 남녀노소 모두가 평등하게 뭉쳐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다양한 ‘문화 동아리’들이 있었다. 함께 일을 하고 함께 노는 농촌문화의 현장을 저널이 들여다 보았다.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먼저 마련되어야 동아리가 생겨날 수 있다. 그래서일까. 변변찮은 공장 하나 제대로 갖추어 있지 않은 작은 동네지만 그 곳곳에는 의미있는 문화공간들이 숨어있었다. 





공유공간 <이음줄>은 방랑싸롱이 조치원으로 이사를 가며 비워진 공간에 만들어졌다. 군에서 운영하는 공간은 설립목적이나 방향에 따른 제약이 있고, 개인이나 단체 공간은 사업장을 겸하고 있어 자유롭지 않아 마련된 공간이다. 특정목적에 국한되지 않고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음줄의 특징은 기관이나 국가의 지원금을 받지 않고 지원사업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이곳은 다양한 모임들이 이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10년 후 순창>과 <순창씨앗모임>이 있다. <10년 후 순창>은 귀농·귀촌인들이 함께 모여 여러 일을 상의하기 위해 만든 단체다. <순창씨앗모임>은 사라져 가는 순창의 고유종을 보존하고 나눈다. 이전에는 창림문화마을에서 ‘소소한 방아실’이라는 방앗간을 운영했던 <순창씨앗모임>은 얼마전 이곳으로 이사했다. 이곳은 순창의 트레이드마크인 ‘촌 시장’이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앞 마당에서는 플리마켓과 모종 나눔 행사가 열리고, 내부에서는 순창 군민들로 구성된 ‘잉여밴드’가 공연한다.


순창은 독특하게도 영화산업이 활발한 곳이다. 매년 다양한 다큐멘터리와 영화들이 제작되고 있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코리안시네마 섹션에 상영된 ‘좋은 친구들’은 순창에서 진행된 ‘다문화 이주 여성 영화 캠프’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두 여배우의 유쾌한 갈등과 서정적 서사가 눈에 띄는 백학기 감독의 ‘산수갑산’은 순창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순창 읍내에는 유일한 영화관인 ‘천재의 공간 영화산책’이 있다. 2015년 처음 개관한 이곳은 101석의 1관과 48석의 2관으로 구성되었다.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상영회와 영화제를 개최해 순창 영화인들의 해방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지난 해에는 제 1회 섬진강 영화제를 열어 주목을 모았다. 


제 1회 섬진강 영화제는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강, 생명, 자연 그리고 사람’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영화제는 영화감독이자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백학기 감독이 운영위원장을 맡아 이끌었다. <군민위드시네마 섹션>에서는 어린이 관객을 위한 ‘미니언즈 2’와 청소년과 가족을 위한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가 상영되었으며, <가족힐링시네마>에서는 영화 ‘컴백홈’을 선보였다. 에서는 지역에서 제작된 우수 단편영화들을 배치해 더욱 뜻깊었다.


일주일에 한 번 승합차 뒷칸을 책으로 가득 싣고 창림동 문화마을에 도착하던 ‘길거리 책방’도 있다. 책방은 지난 4월 창림동에 완전히 정착하고 시즌 2를 시작했다. 이곳은 제 35회 대종상 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여균동 영화감독과 ‘우리 영화 만들자’ 김영연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시즌 1의 전통(?)을 이어받아 매주 금요일에만 문을 열며, 나머지 요일은 영화의 원고와 기획안을 쓰는 작업 공간으로 활용된다.


복흥면에는 ‘솔아북스’가 있다. ‘솔아북스’는 출판사이다. ‘로봇개 스카이’는 ‘솔아북스’에서 출간된 25권의 책들 중 가장 인기가 좋다. 순창군민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책은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개 스카이와 아이들의 모험을 그렸다. 귀촌한 작가인 김재석 씨가 글을 쓰고, 군내 디지털미술강사로 활동하는 다문화가정 이주 여성 ‘야마우지 카가리’씨가 삽화를 그렸다. 이 책은 태권도과학연구소의 추천 도서로 지정되기도 했다.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북카페에서는 다양한 인문학 강연과 북토크가 열린다.





동계면에는 동계초등학교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책방이 나란히 위치해 있다. ‘책방 밭’과 ‘마을가게 모두의 숲’이 그곳이다. ‘책방 밭’은 매월 추천 도서 한 권과 순창에서 재배된 유기농 제철 음식들을 함께 발송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을가게 모두의 숲’은 ‘시골언니 프로젝트’에 참가한 이유미 씨가 마을의 분위기와 잘 맞는 책들을 직접 선정하여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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