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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3 | 기획 [도시의 유산]
순창의 농촌공동체, 품앗이로 싹튼 문화의 씨앗 ③
지속가능한 농촌을 위하여
신동하 기자(2023-03-15 17:22:50)

지속가능한 농촌을 위하여



‘인구쇼크’가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지도 꽤 오래다. 특히 전북은 다른 지자체보다 작은 시군이 많아 유난히 인구 감소세가 가파르다. 14개의 지자체 중 전주, 익산, 군산, 완주를 제외한 나머지 10개의 지자체가 인구소멸위기지역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악화만 되는 상황에서 지역과 관계를 지닌 외부인인 ‘관계인구’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최근의 환경은 주목할만 하다. 


관계인구는 2016년 우리보다 일찍 농촌소멸의 단계를 겪은 일본에서 처음 제시된 개념이다. 기부, 봉사활동, 관광 등을 통해 오가며 맺는 관계들이 지역활성화를 촉진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정주인구화 될 수 있다는 것. 취재를 위해 만난 강병식씨와 구준회씨도 모두 그런 경우다. 그들이 순창에 정착하게 된 계기는 각각 순창귀농귀촌지원센터에서 주관한 귀농프로그램과 대학 시절 농활의 기억이다.


순창군이 ‘관계인구’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민선 8기에 들어선 이후이다. 관련 사업으로는  ‘농촌 유학’이 있다. 농촌유학은 도시에 거주하던 학생들이 일정기간 동안 농촌으로 옮겨가 농촌에 살며 현지 학교를 다니는 것을 말한다. 순창의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동산초등학교에서 시범으로 운영되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교육청이나 의회 간에 갈등이 생기면 사업에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서울시의회는 서울시교육청의 예산 중 5688억원을 삭감했다. 이 중에는 농촌유학 비용으로 쓰이는 생태전환기금 10억원도 포함되었다. 이에 농촌유학이 확정된 가정은 ‘사업이 취소된 것은 아니나 지원이 불가하다’는 소식을 문자로 통보받았다. 교육청은 20일부터 진행되는 추가경정예산안을 노려보겠다고 밝혔으나, 유학 생활이 시작된 후인 3월 말이 되어서야 확정될 예정이어서 사업 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예산이 마련이 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원래부터 순창에 살고 있던 주민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진행된 ‘농촌 유학’은 서울시교육청과 지역교육청이 협약을 맺고 농촌유학을 온 학생들에게 초기 정착금과 매달 생활비로 80만원을 지원하였고, 지난 해에는 학생들만 와서 홈스테이 2곳에 묵었지만 올해에는 이에 더불어 가족 모두가 순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주거공간도 마련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관계 인구를 늘리기 위해서는 개인이 지역에 정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농교류를 하고 있거나 하려는 계획이 있는 단체와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지역에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관심을 가지게 하는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것이다. 


순창에도 좋은 예가 있다. 서울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의 주관으로 진행된 ‘동창회 프로젝트’다.


지난 2019년 서울 동작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을발전소사회적협동조합’과 순창의 ‘사단법인 십년후순창’은 결연을 맺었다. 이들은 3년간 교류를 진행하며 여러 활동을 펼쳤다. 장터를 열어 순창의 생산자들이 자신들이 재배한 농산물과 가공 먹거리를 서울의 소비자들과 직접 교류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함께 콩 모종을 심고 메주를 만들며 순창의 발효 문화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마을발전소가 소외 청년들에게 반찬을 나누는 사업을 진행할 때에는 순창의 농산물을 사용하기도 했다. 대면활동이 불가능한 코로나 시기에는 순창 농산물로 고추장밀키트를 만들어 전달하고 Zoom을 활용하여 고추장을 만들며 활동을 이어갔다. 


활동의 구심점 역할을 한 구준회 씨는 “국가의 정책과 제도로부터 발생하는 차이는 교류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극복할 수는 없는 문제이지만, 정서적인 부분과 가치관의 차이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며 “3년간의 교류활동을 통해 마을발전소 회원들은 순창군의 소중한 관계인구가 되었다. 이들은 순창에 거주하지는 않지만 순창에 자주 방문하고 싶어하며, 순창의 농산물과 먹거리를 애용할 의지가 있고 순창의 소식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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