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5 | 칼럼·시평 [시]
<詩>봄날생각
박남준(2003-12-18 12:16:15)
그는 아직 간밤의 술로 깨어나지 않고 창 호지에 달려온 아침이 눈부시다.
밖은 봄 볕으로 가득차고 멋돌위에 그가 신고온 검정고무신이 어련날을 더듬는다.
그래, 쑥국을 끓여야지.
나는 검정고무신을 신고 문득 남녘 해남땅이나 북녘 안변땅 어디 어디 쑥을 캐고 있을 눈매선한 얼굴들 떠 올렸다.
살아있었구나. 긴겨울 푸른 꿈꾸며 묵은 밭둑이며 이나라 들판마다
너, 살아 있었구나. 눈물겨운것,
그 풋봄 한 웅큼 캐어 된장을 풀고 쑥국 끓여내면
아흐, 그 항내나는 봄, 몸, 그 봄에 남남북녀 함께 나눠먹는 쑥국밥 참 얼마나 간절한 바램일까.
조선땅 모든 사람들 쑥국밥 나눠먹는 봄, 정말이지 그 봄이 왔으면 좋겠다.
박남준 약력 1957년 전남 법성포 출생 전주대 영문과 졸업 1984 「詩人」 2집에 작품 ‘할메는 꽃신 신고’ ‘사랑노래 부르다가’ 외 7편을 발표하며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