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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5 | 연재 [기획]
변화하는 영화 산업, 영화제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 2023. 4. 27 - 5. 6
신동하 기자(2023-05-09 13:42:55)

변화하는 영화 산업,

영화제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다


글 신동하 기자



현재 영화제와 영화산업은 큰 전환점에 봉착했다. OTT서비스가 등장하며 대형 스크린 앞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풍조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더불어 특색없는 영화제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영화제들이 개성을 잃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전주의 정체성을 영화로 조명하고, 영화 산업 속에서 영화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한다. 4월 27일부터 5월 6일까지 열리는 열흘간의 영화 축제가 그 통로다. 


전주의 정체성, 영화로 조명하다

올해는 행사의 무대를 구도심 일대에서 전주 전체로 확장했다. 기존의 행사가 진행되던 ‘전주돔’의 자리에 ‘독립영화의 집’이 조성되며 생기는 공백을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이 대신한다. 개막식과 개막작 상영은 4월 27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렸으며 5월 3일의 시상식과 5월 6일의 폐막식 및 폐막작 상영은 삼성문화회관에서 이루어진다. 


올해는 관광거점도시인 전주의 정체성을 살려 ‘씨네투어’ 사업이 신설되었다. 전주씨네투어는 전주의 대표 콘텐츠인 영화와 전주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유산, 관광자원을 접목한 프로그램이다. 올해에는 ‘전주영화X산책’, ‘전주영화X마중’, ‘전주영화X음악’이 준비되었다.


‘전주영화X산책’은 영화제의 대표 부대 행사인 ‘야외상영’과 ‘버스킹인전주‘를 발전시킨 것으로, 전주의 야경 명소인 팔복예술공장, 엽순공원, 서학예술마을 등에서 4월 14일부터 5월 20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진행된다.


’전주영화X마중‘은 관객들이 독립영화 배우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독립영화계에서 활약을 펼친 배우들과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올해에는 ’눈컴퍼니‘와 함께 행사를 꾸린다. ’전주영화X음악‘에서는 무성영화에 라이브 음악공연이 곁들여진 ’소니마주‘공연이 펼쳐진다.


영화제가 나아갈 방향은

변화하는 영화산업 속에서 영화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전주국제영화제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에서 그 답을 찾았다. 영화 제작 환경 조성하고, 해외 진출의 교두보로서의 플랫폼 역할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전주시네마 프로젝트는 저예산 장편영화의 제작 활성화를 목표로 2014년 시작해 국내외 독립·예술영화 33편에 제작 및 투자해온 전주국제영화제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전주시네마 프로젝트’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들이 준비되었다. 특별전 ‘전주시네마프로젝트: 프로듀서로서의 영화제’가 대표적이다. 해당 특별전에서는 33편의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선정작 중 초·중기 영화 10편을 상영된다. 18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최대 화제작 <노무현입니다>(이창재, 2017)와 제72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이사도라의 아이들>(다미앙 매니블, 2019), 같은 영화제 신인감독상을 받은 <초행>(김대환, 2017) 등 관객과 평단의 지지를 얻은 영화들이 관객과 만난다.


10주년 특별 책자 『전주시네마프로젝트, ‘프로듀서로서의 영화제’를 꿈꾼 10년』도 발간됐다.  전주국제영화제 초대 프로그래머이자 디지털 삼인삼색을 기획한 정성일 영화평론가, 전주시네마프로젝트를 발족한 김영진 전 수석 프로그래머와 이상용, 장병원 전 프로그래머가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지난 역사를 정리하고, 프로젝트에 함께한 프로듀서와 감독들의 소회, 외부의 시선에서 바라본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성취와 개선 방향을 담았다.


문화 취약 계층을 위한 배리어프리 영화 상영을 도입했으며 국내 영화제 처음으로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 지원(교육, 자막제작) 사업도 추진한다. 전주숏프로젝트 사업과 같은 지역 영화인 대상 제작 및 멘토 링 지원 사업 등 전주지역을 기반으로 창작 활동을 지속하는 영화인 육성 사업도 강화했다. 


국내의 역량 있는 작가와 작품이 영화제를 발판 삼아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경로도 넓혔다. 올해는 영화제를 매개로 해외에 선보이는 플랫폼을 확장하고 세계의 독립 예술 영화 신작을 소개하는 멕시코국립시네테카와의 협업을 통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정한 작품을 시네테카 상영관에서 중장기 상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한국 실감콘텐츠의 발굴과 지원으로 산업역량 강화 및 시장 활성화 기반 구축을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협업으로 제작 완료된 국내의 완성도 높은 VR 영화를 선보이는 자리도 만들었다. 


영화 애호가들을 위해 준비된 다양한 프로그램

올해 개막작은 전 세계 영화인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장 피에르 다르덴(Jean-Pierre DARDENNE), 뤽 다르덴(Luc DARDENNE) 감독의 <토리와 로키타 Tori and Lokita>가 폐막작은 김희정 감독의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가 선정됐다. 


그동안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국은 해마다 각 나라의 문화적 전통을 대표하는 도시를 선정하고, 연중 문화예술 협력 및 교류사업을 추진해왔다. 올해의 주인공은 우리나라의 전주와 중국의 청두시와 메이저우시 그리고 일본 시즈오카현이다. 이를 위한 특별전이 올해 전주영화에서 마련되었다. '동아시아 영화특별전'이다. 


특별전에서는 일본과 중국의 작품 7편을 소개한다. 중국 역사 속에서 여성의 존재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비밀 문자>, 이혼 가정 문제를 아이의 시선과 엄마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가정 드라마 <양쯔의 혼돈>, 일본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소프 트웨어 ‘위니’를 둘러싼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한 <위니>, 중국에 여전 히 남아 있는 1자녀 정책의 유산과 모성이라는 신화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담고 있는 <돌로 막힌 벽> 등이다. 


올해는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의 개교 40주년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영화아카데미 졸업생, 전현직 교수, 교직원들의 추천을 바탕으로 선정된 단편영화 40편을 상영한다. 황정민, 손석구, 정해인 등 지금은 스타가 된 배우 들의 초창기 모습이 담긴 ‘그때 그사람들’ 섹션을 비롯한 7개의 작은 섹션으로 구성된 이 특별전은 ‘한국영화 성장의 기록’이다.


이들 40편의 단편은 7개의 주제로 묶여, 대배우의 초기작들을 볼 수 있는 ‘그때 그사람들’, 가족과 세대를 다룬 영화들이 묶인 ‘가족의 탄생’,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은 ‘순애보’, 사회 문제를 품은 작품들은 ‘파수꾼’, 놀라운 장르적 상상력의 영화들을 볼 수 있는 ‘한여름의 판타지아’, 유명감독의 첫 영화 모음집인 ‘괴물’, 청춘의 뜨거운 삶이 녹아든 ‘품행제로’라는 소제목으로 관객들을 맞을 예정이다.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배우이자 뮤지션, 화가, 설치미술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종합예술인 백현진 배우가 참여한다. 관객에게 자신의 영화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영 화들을 공유하고 관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그가 출연한 영화 <경주>와 <뽀삐>, 직접 연출한 <디 엔드>와 <영원한 농담>을 포함하여 추천작인 루이스 부뉴엘의 부르주아 3부작을 상영한다.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   

장 피에르 다르덴(Jean-Pierre DARDENNE), 뤽 다르덴(Luc DARDENNE) 감독



벨기에 도시를 배경으로 한 어린 소년과 사춘기 소녀의 소외된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다르덴 형제의 최초 내한 GV도 마련됐다. 

벨기에에서 홀로 살아가는 어린 소년 ‘토리’와 사춘기 소녀 ‘로키타’. 이들은 아프리카 출신 난민으로, 피는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지만 서로 남매처럼 의지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만만치 않다. 생활고 속에서 둘은 마약을 배달해야 한다. 특히 로키타는 생활비를 벌면서 고향에 있는 어머니와 다섯 형제들에게 돈을 보내야 하고, 벨기에로 올 수 있게 도와준 브로커에게 진 빚도 갚아야 한다. 로키타가 제대로된 직장을 가지기 위해서는 노동 허가 비자를 받아야 하지만 심사를 통과하는 일은 어렵기만 하다.



폐막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김희정 감독



김애란의 동인문학상 수상작인 ‘바깥은 여름’에 수록된 단편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잃은 여성의 애도과정을 그렸다. 반복되는 사회적 재난 앞에서 죽음을 기억하는 방법을 제시하며 시사점을 준다.


중학교 교사인 도경은 자신의 반 학생인 지용이 물에 빠지자 그를 구하려고 물에 뛰어 들었다가 함께 목숨을 잃는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정의로운 희생이었지만 ‘명지’에게는 한 순간에 삶의 반쪽을 잃게 했다. 명지는 슬픈 현실을 피해 폴란드의 바르사바로 떠나지만, 남편과의 소중한 추억들이 주위를 떠나지 않고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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