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글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명예교수
기후위기는 인간을 멸종에 이르게 할지도 모르는 위기이나 너무나 익숙해서인지 실감 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우리의 욕심이 너무 커서인지 우리는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원인인 과소비,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하는 현 시스템 등의 유혹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레다 툰베리가 유엔에서 기후위기 관련 명 연설을 한 것은 잘 알고 있지만 3년 동안 실어증에 걸리고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 못하다. 그가 고통 받았던 이유는 기후위기로 인류가 멸종할지도 모른다는데 어른들은 여전히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돈벌이에만 집중하는 것을 보고 희망이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지금 우리 아이들과 후손들의 희망을 빼앗고 있지 않을까?
지구온난화는 단순히 환경파괴에 의해 인류 위기를 발생시키는 것만이 아니다. 우리는 코로나 하나 만으로도 국가 경제가 흔들리는 것을 경험했다.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 새롭고 치명적인 질병이 인류 뿐 아니라 가축, 농작물, 식물들에게도 발생하며 동시에 자연재해의 빈도와 크기가 증가해 곡창지대를 파괴하며 식량위기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이들은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이는 전 세계의 경제 붕괴와 극도의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즉 기후위기는 심각한 환경파괴와 함께 경제, 사회 붕괴를 일으키며 인류위기를 더욱 빠르게 불러온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심각한 기후위기를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을까? 인류의 문명 발달은 환경 파괴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지만 지구의 자정 능력이 그보다 훨씬 더 컸기 때문에 지구의 보호 속에서 인류 문명은 지속적인 발전을 해왔다. 하지만 인간의 환경파괴 능력이 갈수록 커지며 지구의 자정 능력은 더 이상 인류를 보호해 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지구의 온도가 2040년이 되면 1.5도 증가한다고 IPCC(기후간 정부 협의체)가 발표하였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지구 온도가 1.5도 증가한다는 것은 인간이 발생시킨 지구온난화에 의해 자연이 온난화 가스를 증폭시키는 자연 증폭 현상이 대규모로 일어나기 시작해 더 이상 인류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위기를 막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예로 지구온난화에 의해 시베리아가 해동되면 분해되지 않았던 대량의 유기물이 부패되면서 많은 온난화 가스인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발생할 것이고 동토 안에 존재하는 170배 농축된 얼음덩어리인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녹아 대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할 것이다. 또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던 바다의 식물 플랑크톤이 바다 온도의 증가와 산성화로 대량 사라지면서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이 외에도 많은 자연적 온실가스 증폭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인류는 시베리아를 다시 얼릴 수 없고 사라진 바다의 식물 플랑크톤을 살려낼 수 없을 것이다. 즉 인류에게 희망이 없어지는 날이 지구의 온도가 1.5도 상승하는 날이다. 그런데 이 시기가 바로 2040년이며 이제 18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18년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에 너무도 짧은 시간으로 보일지 모르나 그렇지 않기도 하다. 우리는 18년 안에도 충분히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단 조건이 있다. 기후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첫째 IPCC의 기후위기 모델링 결과 현재와 같이 살지 않고 지속가능한 삶에 바탕을 둔 사회시스템이 적용될 경우 지구온도는 1.5도 이상으로 높아지지 않는다는 결과를 얻었다. 둘째 태양광 에너지를 포함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기술이 많이 개발되어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예로 태양광에너지는 지난 10년간 90%나 가격이 하락하였고 앞으로도 가격이 더 내려갈 것이다. 전주시에 가용한 태양광에너지의 0.005%만 사용해도 전주시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 태양광에너지를 포함한 재생에너지와 관련 에너지 전환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에너지에 비해 더 많은 직장을 창출할 뿐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 여러 이유로 이를 선택해 활성화시키고 있지 않다. 셋째 파리회담 합의에서 보듯 전 세계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고 있고 이에 대처가 필요함을 공감하고 있어 전 세계가 함께 기후위기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를 포함한 전 세계 국민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치인보다 화석연료에 근거한 공장 유치를 하겠다는 후보를 뽑는다면 기후위기 대처를 불가능해진다.
앞에서 언급된 지속적인 삶에 기반한 시스템, 기후위기를 극복 할 수 있는 신기술의 과감한 도입, 올바른 정치인에 대한 요구와 선택에 의해 기후위기는 18년 내에 극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두가 바빠서, 익숙한 삶의 시스템을 바꾸기 힘들어서, 주변의 눈치가 보여서 아무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 인류에게서 18년 후 희망은 사라질 것이다. 고기를 30% 줄이고 채식을 늘리고, 필요 없는 물건 구입을 30% 줄이고 재활용을 활성화하며,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에너지 사용을 30% 줄이고, 자가용 사용을 30% 줄이며 걷는 시간을 늘리고, 지역 농산물을 30% 이상 사용하면 우리는 개인적으로 건강해지고 지출이 줄어 경제가 좋아지며, 이로 인해 노후가 행복해진다. 지역은 에너지 위기와 식량위기로부터 안전해지며 이로 인한 새로운 직장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이란 불편하고 경제발전을 포기하는 일이 아니다. 이는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행동할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폴 호켄이 쓴 ‘축복받은 불안 (Blessed Unrest)’이라는 책이 생각난다. 우리가 기후위기를 두려워만 하지 말고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하는 지속가능한 사회 시스템으로의 전환의 계기로 삼는다면 기후위기에 대한 불안은 ‘축복받은 불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