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전북의 현주소 ②지역 캐릭터
제2의 펭수
지역에서 찾습니다
글 고다인·류나윤 기자
“펭하!” 펭수가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몇 년 전 우리는 이렇게 인사를 나누곤 했다. ‘펭수 하이(Hi)’를 줄인 이 유행어 하나로도 캐릭터 스타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펭수 열풍을 계기로 친숙하고 유쾌한 매력을 내세운 예능형 캐릭터들이 여러 지자체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개성 넘치는 외모와 귀여운 이름, 그럴싸한 세계관으로 완성된 다양한 캐릭터들은 보이지 않는 경쟁에 뛰어들며 지역 알리기에 앞장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렀다. 그 많은 캐릭터들은 과연 잘 살아남아 있을까? 콘텐츠의 시대, 우리 지역이 주목하고 있는 K-콘텐츠 산업을 들여다보는 〈K-콘텐츠, 전북의 현주소〉는 지난 호 웹툰에 이어 지역의 캐릭터 산업을 조명했다.
'1' 지역 '1' 캐릭터 시대
우리나라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등장하기 시작한 때는 1995년으로 거슬러간다. 당시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이후 각 지역은 저마다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캐릭터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지자체 캐릭터는 단순한 홍보 수단으로 지역의 상징적인 설화나, 특산물을 의인화하여 만들어졌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대부분의 캐릭터는 ‘촌스럽다’는 이유로 애물단지가 되었다. 이후 2010년대부터 지자체 캐릭터 시장에도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 SNS가 활발해지며 다양한 캐릭터들이 본격적으로 젊은 층을 공략하고 나선 것.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88%가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다. 거의 모든 지자체가 캐릭터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많은 캐릭터가 생겨나는 가장 큰 이유는 친근감으로 꼽힌다. 캐릭터는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홍보 수단이 된다.
요즘은 표정이나 몸짓, 목소리까지 더해져 캐릭터를 하나의 인격체처럼 활용하며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기도 한다. 이러한 장점을 활용해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지자체의 캐릭터도 있다. 일본에서 ‘헬로키티’ 다음으로 유명하다는 ‘쿠마몬’이다. 우리나라에도 알려진 캐릭터 쿠마몬은 사실 일본 규슈 지방 구마모토현의 마스코트이다. 2011년 흑곰을 모티브로 제작되어 등장과 동시에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다. 그 영향 덕분인지 현재까지도 일본 곳곳에는 이 캐릭터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이러한 배경에는 저작권을 내세우지 않고 대부분 무료로 배포한 점이 한몫했다. 캐릭터가 도심 전체를 상징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이처럼 하나의 캐릭터에만 집중해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예다.
쿠마몬의 성공 비결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분석이 따른다. 먼저, 소셜 네트워크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쿠마몬이 탄생할 무렵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하며 캐릭터는 더욱 빠르게 전파될 수 있었다. SNS를 통한 온라인 홍보는 캐릭터를 넘어 콘텐츠 산업에 있어서도 필수인 시대가 되었다. 일부 캐릭터들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등 캐릭터의 SNS 활용도는 갈수록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다음은 캐릭터의 스토리텔링이다. 단순히 귀여운 외모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캐릭터에도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쿠마몬의 경우 일찍이 관광 공무원이라는 설정을 부여해 현실성 있는 세계관을 만들었다. 이제는 연간 1조원의 경제효과를 가진 캐릭터가 되어 지자체 캐릭터계의 롤모델로 통한다. 결국 잘 만든 캐릭터는 또 다른 콘텐츠로 계속해서 확장되며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지자체 캐릭터 산업은 어디까지 와있을까. 지역마다 매력있는 캐릭터가 하나둘 이름을 알리며 국내 캐릭터 시장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 흐름은 2018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우리동네 캐릭터>를 통해 알 수 있다. <우리동네 캐릭터>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역을 알리는데 활약한 공공 캐릭터를 선정하고 후속 지원하는 일종의 전국구 캐릭터 선발대회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대국민 투표를 통해 캐릭터의 인지도를 높이고 공공캐릭터 산업 활성화에 목적을 두고 있다. 캐릭터 시장이 활기를 찾으며 참여도는 매년 높아지고 있다. 2018년 75곳이 참가한 후 지난해에는 110개의 캐릭터가 접수됐다. 덕분에 요즘 뜨는 캐릭터를 알고 싶다면 <우리동네 캐릭터>의 수상작을 살펴보는 방법이 있다.
지난해에는 경남 진주시의 캐릭터 ‘하모’가 대상을 비롯해 3개 부문을 수상하며 인기를 끌었다. 하모는 진주에 서식하는 천연기념물인 수달을 모티브로, 긍정의 의미를 담은 진주 방언 ‘하모’에서 이름을 따왔다. 하모는 관광지 일대에 조형물을 설치해 일명 인증샷 성지를 만들며 자연스럽게 인지도를 쌓았다. 이모티콘 무료 배포, 유튜브 채널 운영 등 다양한 SNS 플랫폼을 활용한 점도 눈에 띈다. 부산광역시의 소통 캐릭터로 불리는 ‘부기’도 인기다. 부기는 2002년 월드컵 때 태어나 패션에 관심 많은 프로 참견러이자 얼리어답터이다. 디자인은 단순하지만 재밌고 구체적인 서사를 더해 캐릭터의 매력을 높였다. 이외에도 고양시 캐릭터 ‘고양고양이’, 충주의 대표 브랜드가 된 ‘충주씨’, 울산광역시 캐릭터 ‘울산큰애기’ 등 지역 내 캐릭터 산업은 이미 반가운 변화를 맞고 있다.
전라북도 캐릭터 소개
캐릭터로 읽는 우리 지역 이야기
우리 지역에도 매력만점 캐릭터들이 살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라북도 캐릭터 산업의 매출액 규모는 15개 지자체 중 아홉 번째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진안군 캐릭터 ‘빠망이’의 경우 유튜브 구독자 수가 만 명을 넘어서며 전국적인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나름의 개성과 세계관을 구축하며 지역 안에서 활약하고 있는 전라북도 캐릭터들도 적지 않다.
정읍 단이풍이
정읍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가을이면 울긋불긋 물드는 내장산의 아름다운 단풍이 떠오르죠. 저희는 정읍을 대표하는 마스코트 단이와 풍이입니다.
익산 마룡이
안녕하세요! 익산의 관광브랜드 캐릭터 마룡이에요. 백제 무왕이 용의 아들이라는 설화 들어보셨나요? 저는 바로 그 용이 있던 연못, 익산시 금마면 '마룡지'에서 태어난 귀여운 용이랍니다.
새로운 형태의 캐릭터
버츄얼 유튜버 '서동'
콘텐츠 플랫폼이 진화하며 새로운 형태의 캐릭터도 등장했다. 버츄얼 캐릭터로 활동하는 유튜버, '버튜버'이다. 이들은 가상의 캐릭터를 내세워 실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활동한다. 익산은 서울시 강서구에 이어 지자체 중 두 번째로 버튜버를 선보였다. 서동 설화를 전국에 알리라는 특명(?)을 받은 막내 공무원이 아이디어를 냈다. 유튜브 계정을 만든 지 3개월이 지난 현재, 편당 조회 수 1만여 회를 달성하며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버튜버 '서동'은 익산을 배경으로 하는 서동 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마를 캐어 팔던 서동이라는 남자가 서동요 노래를 통해 신라의 선화공주와 결혼하고, 후에 백제 무왕이 되어 미륵사를 창건했다는 설화이다.
버튜버 '서동'은 선화공주와 결혼하기 전 서동의 모습처럼 남루한 옷차림에 짚신을 신고 있다. 구독자가 늘어나면 캐릭터의 퀄리티가 점점 높아지고, 구독자 3만 명을 달성하면 무왕이 된다는 유쾌한 설정이다. 현재 구독자 수는 800명대에 불과하지만 늘어날 추세다. '서동'의 주요 콘텐츠는 흥미롭게도 역사 강의이다. 젊은 세대가 역사를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최신 유행하는 '밈'들을 활용하여 고대 설화부터 근대 문화에 이르는 익산의 역사를 소개한다. 최근에 공개된 영상에서는 익산 왕궁리 유적을 토대로 백제의 공중화장실 문화를 재치있게 소개했다. 익산시는 이와 같은 영상들을 연말까지 격주로 총 19개를 올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