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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9 | 기획
안방극장 대신 손안에 들어온 드라마
K-콘텐츠, 전북의 현주소 ③웹드라마
고다인·류나윤 기자(2023-09-08 09:58:22)

안방극장 대신  

손안에 들어온 드라마 


저녁이면 텔레비전 앞에 모여앉아 드라마를 챙겨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과 모바일 중심의 사회에 접어들며 환경은 크게 변했다. 이제는 드라마 앞에도 자연스레 '웹(web)‘이라는 단어가 단골로 붙기 시작했다. 예전 ‘안방극장을 사로잡겠다’는 포부를 내걸던 드라마들은 이제 스마트폰 속 작은 화면으로 들어가 젊은 층을 사로잡고 나섰다. 


오늘 당신은 어떤 웹드라마를 골라 볼 것인가? 웹드라마의 등장은 드라마의 폭을 넓혔다. 이름난 작가, 감독, 배우가 아니라도 누구나 뛰어들 수 있는 또 다른 ‘드라마의 세계’가 열린 덕분이다.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진입 장벽이 낮아지니 웹드라마는 홍보 수단으로서도 매력적인 콘텐츠로 급부상했다. 웹드라마를 통해 우리 지역을 알리는 일명 ‘지역 웹드라마’도 여기서 출발했다. 지역 내 K-콘텐츠 산업을 엿보는 〈K-콘텐츠, 전북의 현주소〉에서는 웹툰과 캐릭터에 이어 우리 지역의 웹드라마 산업을 들여다보았다.


고다인·류나윤 기자





제작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효자 콘텐츠


웹드라마는 말 그대로 인터넷상에서 유통되고 소비되는 드라마를 의미한다. 2010년 초반 네이버의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10분 내외의 짧은 드라마들이 공개되며 웹드라마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SNS, OTT 시장까지 영역이 확대되며 웹드라마는 하나의 독자적인 장르가 되었다. 그 배경에는 생산과 소비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만족시키는 웹드라마의 경쟁력이 자리하고 있다. 


기존의 지상파 작품들은 거대한 자본에 의해 제작되고 그만큼의 제약을 받아왔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부담 없이 영상 콘텐츠의 유통이 가능해지면서 높아만 보이던 배급 시스템은 무너졌다. 질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예산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지만, 웹드라마는 주류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훨씬 적은 제작비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무엇보다 창작 과정에서 제작자가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소비자의 입장은 어떨까.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작품을 접할 수 있으니 당연히 반가운 일이다. 웹드라마는 문화 트렌드를 주도하는 스낵컬처(과자를 먹듯 짧은 시간에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대표하는 콘텐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원하는 시간에 아무 때나 꺼내볼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으로 작용하며 웹드라마는 콘텐츠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대학생들의 풋풋한 연애와 고민을 다룬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는 2017년 시즌1을 시작으로 네 개 시즌물이 제작되며 누적 조회 수가 무려 4억 회를 넘어섰다. 같은 제작사에서 만든 하이틴 웹드라마 〈에이틴〉 역시 10대들 사이에서 국민 드라마라 불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콘텐츠의 접근성부터 소재까지 웹드라마의 장점은 MZ세대를 공략하는데 제대로 성공했다. 초기의 웹드라마는 비주류 혹은 B급 드라마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소위 ‘대박’난 작품들의 탄생은 웹드라마가 주류 콘텐츠로 올라서는 발판이 되었다.


이러한 열풍과 함께 자유로운 제작 환경이 보장되는 웹드라마 시장에 기업들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웹드라마는 TV 드라마와 달리 브랜드 노출에 대한 제약이 적은 편이다. 간접광고의 수준을 넘어 아예 기업에서 브랜드 홍보용 웹드라마를 제작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웹드라마 〈어른애들〉은 한 패션 브랜드가 제작한 작품이다. 패션 업계에서 일하는 30대 여성 직장인을 주인공으로, 기업의 이미지와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노출하는 식이다. 이들의 웹드라마 전략이 통하며 극중 배우가 입은 제품의 판매량이 다음날 5배 이상 증가한 것은 물론 고객 수가 지난해와 비교해 2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말 그대로 드러내놓고 홍보를 해도 스토리텔링만 잘하면 웹드라마는 최고의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사례다.    


브랜드 웹드라마 <어른애들> 




딱딱한 홍보영상은 안녕  

드라마로 만나는 도시의 매력


도시 홍보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한 자치단체들의 입장도 기업과 다르지 않다. 지역의 관광산업을 홍보하기 위해 하나둘 웹드라마 제작에 뛰어들고 있는 자치단체가 늘고 있는 시점. 지역의 웹드라마 산업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전남 여수시는 웹드라마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 중 하나다. 여수는 지난 2016년부터 매년 한편씩 웹드라마를 제작해 공개하며 올해로 벌써 여덟 번째 관광 웹드라마를 선보였다. 


모든 작품은 여수의 명소를 배경으로 지역의 역사와 문화, 설화 등 다양한 소재를 현대적으로 풀어낸다. 〈동백〉이라는 작품은 1948년 발생한 ‘여순사건’의 아픔과 갈등, 후손들의 화해를 다루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 특히 관광마케팅 팀장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에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최근 공개된 〈꿈꾸는 섬〉은 여수 삼산면에 전해 내려오는 거문도 수호신의 설화에서 이야기를 따왔다. 일찌감치 웹드라마 산업을 적극 활용한 덕에 홍보 효과뿐 아니라 작품성도 인정받고 있다. 웹시리즈를 대상으로 개최하는 국내외 웹페스트 시상식에서 여수시 제작 웹드라마는 열세 차례나 수상 성적을 거뒀다.


지역 웹드라마는 생각보다 무궁무진한 소재들을 품고 있다. 대부분 관광에 한정되던 내용들이 갈수록 더욱 다양해지는 추세다. 경주에서는 공무원의 청렴의식을 그려낸 〈경주우먼〉을 지역의 첫 웹드라마로 선보였다. 실제 경주시 공무원과 경주시립예술단 단원들이 출연해 자체 제작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영덕의 경우는 지역 음식을 소재로 마을 식당에서 일어나는 휴먼스토리를 담은 〈우리마을 식당〉을 제작. 이 작품을 통해 올해 열린 스페인과 이탈리아 영화제 본선에 진출하기도 했다. 


대구 달서구는 결혼친화도시라는 슬로건을 홍보하기 위해 웹드라마 〈헤픈 웨딩〉을 지난 6월 공개했다. 달서구로 웨딩 촬영을 온 어린 커플의 이야기와 함께 주요 관광지들의 풍경도 자연스레 담아냈다. 요즘 콘텐츠에는 흔히 서사의 힘이 필수라고 한다. 단순히 정보 전달에만 집중하던 홍보영상에서 벗어나 지역의 특별한 이야기가 녹아있는 드라마들을 통해 지역 내 콘텐츠 산업은 날로 풍성해지고 있다. 


여수시 제작 웹드라마 <꿈꾸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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