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게임의 추억은 있다
글 고다인·류나윤 기자
우리가 즐겨듣는 ‘음악’은 몇 만 년 전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며 그 역사를 논하기조차 어렵다. ‘영화’는 어떤가. 근대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짠’하고 등장한 영화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쟁쟁한 선배 콘텐츠들 사이 ‘디지털 게임’의 나이는 올해로 50을 조금 넘겼다. 1970년대 후반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컴퓨터 게임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가 등장하며 게임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졌지만, 지금의 콘텐츠 시장을 보자. 게임 산업은 거대하게 성장하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 K-게임의 해외 수출 규모는 케이팝보다도 9배나 높다. 그 힘은 어디에 있는 걸까.
게임과 놀이는 인류가 등장한 때부터 그 역사를 함께한다. 재미와 즐거움을 향한 인간의 본성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놀이를 창조해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기 전부터 우리는 일상에서 늘 게임을 접했으니 게임은 어떤 형태로든 인류에게 가장 친숙한 매체 중 하나인 것이다. 동네 오락실에 앉아 테트리스를 깨던 세대부터 작은 스마트폰 안에서 치열한 배틀을 벌이는 세대까지. 누구에게나 ‘게임’하면 떠오르는 추억이 있지 않은가. 지역 내 K-콘텐츠 산업을 돌아보는 〈K-콘텐츠, 전북의 현주소〉 이번호에서는 게임의 추억을 꺼내본다. 지난 웹툰과 캐릭터, 웹드라마에 이어 마지막 주제는 우리 지역 게임 산업의 현주소이다.
시대를 반영하는 게임 성장스토리
디지털 게임의 출발은 1970년대 최초의 아케이드 게임의 등장과 함께 이루어졌다. 이후 가정용 콘솔이 도입되며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와 같은 상징적인 게임들이 속속 탄생한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PC 게임이 등장. 스마트폰이 생긴 후에는 모바일 게임이 무서운 속도로 급부상했다. 현재는 증강현실, 메타버스 등의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게임도 보편화되었다. 게임의 성장 스토리를 쭉 돌아보니 시대가 고스란히 드러나지 않는가. 디지털 기술의 역사와 게임의 역사는 나란히 걸어왔다고도 할 수 있겠다.
시대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으니 게임은 여전히 발전 과정 속에 있다. 앞으로의 게임 산업에서 주목되는 것은 새로운 게임 ‘장르’의 개척이다. 게임 시장의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흥행한 게임을 따라 비슷한 장르의 게임들이 우르르 개발된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임 장르 중 하나로 꼽히는 ‘MMORPG(대규모 다중 이용자 롤플레잉 게임)’의 경우, ‘올티마 온라인(Ultima Online)’이라는 게임에서 처음으로 ‘MMORPG’라는 용어를 사용. 해당 게임이 대박이 나면서 다양한 MMORPG 게임들이 연이어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쳐 MOBA(적의 본진을 점령하는 것을 목표로 상대편 플레이어와 전투를 벌이는 형식의 게임), FPS(총기류나 수류탄 등 현대무기를 들고 싸우는 1인칭 시점 슈팅 게임), 캐주얼 게임(게임방식이 쉽고 간편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소규모 온라인게임) 등 게임 장르의 다변화를 불러올 수 있었다. 게임 산업이 계속해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인디게임,
지역의 게임 산업을 일으키다
최근 게임시장에서는 다양한 중소 개발사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그 배경에는 ‘인디게임’이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인디영화나 인디음악처럼 게임 세계에도 비슷한 개념이 존재하는 것. 인디게임은 소형 개발사에서 유통이나 스폰서의 제약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제작하는 독립적인 게임을 의미한다. 대형 기업들이 장악하던 게임 업계에서 인디게임은 일종의 문화운동처럼 번지며 자리 잡았다. 이러한 게임 시장의 변화는 개발자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더욱 다양한 작품이 탄생하는 발판이 되었다.
물론 인디게임 분야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하루에 수백 개씩 새로운 게임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작은 회사들이 살아남기란 어려운 현실이다. 그렇다면 지역에서는 어떤 노력들이 이루어질까. 우리 지역에서는 전북콘텐츠융합진흥원 산하 ‘전북글로벌게임센터(이하 게임센터)’를 주축으로 소규모 게임 개발사를 지원하고 게임 산업의 활성화에 다가가고 있다. 게임 기업이 지역에 정착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제작 지원하는 것을 기본으로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사업, 게임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행사 등을 개최하고 있다.
타 지역과 달리 전북이 중점을 두고 운영하고자 하는 부분은 ‘기능성 게임’이다. 오락적인 즐거움을 넘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가상으로 체험하며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개발된 게임이다. 교육이나 의료, 환경 등의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기능성 게임은 사회적 기여가 결합된 게임콘텐츠라 할 수 있다. 게임센터의 정민주 담당자는 갈수록 게임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시대에 맞춰 전북만의 방향성을 찾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