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전주독서대전 ‘다시, 질문 곁으로’
매일 만나는 가족과 친구, 동료에게 우리는 많은 질문을 반복한다. 정작 스스로에게는 얼마나 질문하며 살고 있을까. 올해의 전주독서대전은 책을 통해 우리에게 질문을 건넸다. ‘다시, 질문 곁으로’를 주제로, 제대로 질문하는 법을 배우고 삶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하겠다는 의미다.
갈수록 책 읽는 사람이 사라져가는 시대, 읽을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읽지 않는 사람을 뜻하는 ‘책맹’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상황을 마주하면 책이 주인공인 축제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올해로 6회를 맞은 전주독서대전 현장에는 지난해보다 늘어난 4만 6천여 명의 시민이 찾아왔다. 여전히 책이 갖는 힘을 보여준 ‘2023 전주독서대전’.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한벽문화관과 완판본문화관 일대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110여개의 프로그램이 함께했다.
시민 가까이 다가온 책
축제 현장에 들어서면 전주천을 따라 책길이 펼쳐진다. 양쪽으로 늘어선 다양한 서점과 출판사 부스에는 주인장이 심혈을 기울여 고른 책들이 반긴다. 그 속에서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하는 재미가 본격적으로 축제를 즐기는 시작과 같다. 나에게 필요한 책이 무엇인지 선뜻 고르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도 있었다. ‘너의 BOOK이 보여’는 재미난 상황들을 담은 질문에 답변을 선택하면, 결과에 따라 성향에 맞는 도서를 추천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외에도 질문에 대한 답을 퍼즐 모양의 그림에 적어 함께 완성하는 ‘모두가 만들어가는 질문 퍼즐’, 색깔카드를 통해 책 속의 좋은 문장들을 만나고 의견을 나누는 ‘오! 나의 색, 나의 책’ 등 올해 주제인 ‘질문’에 집중하며 시민과 관광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해 책과 소통했다.
작가와 독자, 서로에게 질문하다
전주독서대전의 대표 프로그램의 하나인 초청강연을 통해서도 깊은 질문과 대답을 이어갔다. 올해는 작가 중심에서 벗어나 브랜드 마케터, 문학평론가 등 젊은 세대가 주목하는 다양한 분야의 강연자를 만났다.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의 강연 소식은 특히 인기를 끌었다. 물리학부터 인문학까지 폭넓은 지성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그는 ‘책이 던지는 질문’을 주제로, 오랜 역사 안에서 책이 지녀온 의미와 우리에게 여전히 독서가 필요한 이유를 이야기했다. 특유의 감성과 비평으로 사랑받는 신형철 평론가는 ‘다시, 공감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문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공감의 중요성을 전했다.
올해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최진영 소설가의 ‘소설을 쓰고 읽는 삶에 대하여’, 글쓰는 마케터로 불리는 김규림·이승희 작가의 ‘우리의 삶을 바꾼 질문들’ 등 다양한 주제로 작가와 독자가 만났다. 단순히 강연자가 일방적인 질문을 던진 것만은 아니다. 올해는 QR코드를 활용해 관객들이 직접 궁금한 점을 질문하며 양방향 강연을 시도. 작가와 독자가 진정으로 소통하는 장을 만들었다.
‘읽는’ 즐거움을 발견하는 계기
12개의 시립도서관을 비롯해 100여 개의 작은도서관, 특성화도서관과 동네 책방들이 풍성한 전주는 책과 가깝게 지낼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 또한 전주독서대전은 매년 ‘전주 올해의 책 선정’, ‘100일 필사’, ‘내 인생의 책을 소개합니다’ 등 시민들과 함께 다음을 준비해 가고 있다. 3일 간의 짧은 축제는 끝났지만 다음 해의 전주독서대전을 기다리며 다양한 콘텐츠에 참여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독서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며 더 많은 사람이 ‘읽는’ 즐거움에 빠질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