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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 | 문화현장
전통의 숨결로 피어난 명인·명장의 축제
2023 전주시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전시.예능보유자 공연
류나윤 기자(2023-12-04 18:32:16)

2023 전주시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전시/예능보유자 공연


전통의 숨결로 피어난

명인·명장의 축제



전주의 무형문화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주시가 무형문화재들이 가진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시민들과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마련한 것. 기능보유자들은 전시로, 예능보유자는 공연으로 매년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2023년 전시는 10월 5일부터 11일(1부), 18일부터 24일(2부)까지 전라감영에서, 공연은 10월 26일(1부)과 27일(2부) 이틀간 전주 대사습청에서 열렸다. 올해는 특별히 리플렛에 QR코드를 삽입하여 눈길을 끌었다. 모바일 기기로 QR코드를 스캔하면 각 명인과 명장들에 대한 설명이 담긴 웹페이지를 확인할 수 있어 관람에 편의를 더했다.

2023년의 주제는 '백년일로(百年一路)'. 무형문화재들은 세대를 이어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길만을 걸었다. 그 기나긴 시간 동안 무형문화는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서 시대의 흐름에 맞게 소통하고 변화하며 우리나라의 얼을 지켰다. 특히 전주가 있는 전북은 전국에서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가장 많으며, 이는 우리 지역이 가진 자랑스러운 유산이다. 이번 행사에는 많은 시민들이 발걸음하여 그들이 잇는 전통의 유산을 직접 느꼈다.

전라감영에서 느끼는 명장의 손

전시에는 스무 명의 명장이 참여했다.특히 한지발과 지우산을 만드는 유배근 명장과 윤규상 명장은 전국 유일하게 전주에만 남은 명장이기에 더욱 주목할만했다.

1부 전시에는 조정형(향토술담기), 이의식(옻칠장), 유배근(한지발장), 김년임(전통음식), 윤규상(우산장), 엄재수(선자장), 이신입(전주낙죽장), 김선애(지승장), 박계호(선자장), 김선자(매듭장) 명장이 참여했으며 2부 전시에서는 최동식(악기장), 신우순(단청장), 방화선(선자장), 이종덕(방짜유기장), 최종순(악기장), 최대규(전주나전장), 김종연(민속목조각장), 김혜미자(색지장), 변경환(전주배첩장), 김한일(야장) 명장의 작품을 만났다.

전라감영 내아 행랑에서는 명장들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1부의 이신입 낙죽장과 김선자 매듭장, 2부의 김종연 민속목조각장과 방화선 선자장의 제작 시연이 이루어진 것. 주말 낮 전라감영을 찾은 이들의 입에서는 감탄이 쏟아져나왔다. 명장들의 손이 움직인 자리마다 작품이 탄생했다. 그들이 걸어온 백 년이라는 시간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시민들은 무형문화재들에 직접 질문하고 대화를 나누며 조금은 낯선 무형문화재들과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졌다.



전시가 이루어진 전라감영은 조선 500년간 전라도와 제주도를 다스렸던 최고 통치기관이다. 세월을 거치며 대부분의 건물이 유실되었다가 대대적인 복원을 통해 2020년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었다. 전라감영은 단순한 관청이 아닌 전라도와 제주도의 문화예술을 아우르는 곳이었다. 전라감영의 서편부지에는 부채를 만드는 '선자청', 종이를 만드는 '지소', 서책을 만들었던 '인출방', 판소리 대회가 열리던 '통인청' 등이 있어 호남 문화의 요충지 역할을 했다. 이러한 전라감영에서 무형문화재들이 모였다는 사실은 전시의 의미를 더욱 뜻깊게 했다.

모든 명인의 무대가 돋보였지만, 특별히 이번 공연에서 주목한 것은 단체 종목인 영산작법과 전라삼현육각이다. 단체 종목의 특성상 쉽게 접할 수 없는 공연이기에 더욱 귀했다. 영산작법이란 전통불교에서, 사람이 죽은 지 49일 만에 지내는 영산재에서 베풀어지는 범패와 작법을 말한다. 이날 공연에는 김완섭 지화장엄 명인의 의례용 꽃도 함께 무대를 장식했다. 또한 전라삼현육각(三絃六角)은 조선 시대 궁중 무용과 잔치, 제사 등에 두루 쓰이던 민간의 주류 음악이다. 대금, 피리, 해금, 장구, 좌고로 구성되어 관객들에게 우리나라 전통 기악 합주의 소리를 선사했다.

공연이 진행된 대사습청은 전주한옥마을에 위치해 전주대사습놀이를 비롯한 다양한 전통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는 장소이다. 관객들은 우연히 찾은 한옥마을에서 명인들의 소리와 몸짓에 매료되어 대사습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명인들의 소리와 몸짓은 무형문화재가 낯선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었고, 전주 시민들에게는 우리 지역이 가진 문화와 전통을 다시금 알고 자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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