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동네탐방,
특기는 일 벌이기입니다
로컬 문화기획 '로잇스페이스'
김애림 대표
빨간색 표지에 큼직한 글자로 ‘Be mike’(비 마이크)라 쓰인 잡지. 이 책은 익산 중앙동의 작은 골목에서 탄생했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두 명의 청년 기획자 김애림, 지하얀 씨가 펴낸 전통시장 전문 매거진이다. 누가 시켜서 만든 것도 아니고 특별한 지원을 받은 것도 아니다. 오직 지역의 이야기를 꺼내고 싶은 마음에 두 사람의 사비를 탈탈 털어 만든 잡지이다. 조명되지 않은 지역과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마이크’가 되겠다는 의미를 담아 ‘비마이크’라는 이름을 붙였다.
요즘은 잘 먹히지 않을 것 같은 전통시장이 어쩌다 이들의 주제가 되었을까. 김애림 씨는 지역의 이야기를 쫓다보니 자연스레 시장으로 향하게 됐다고 말한다.
“매일 시장으로 취재를 나가며 느낀 특징이 있어요. 시장에는 문이 없다는 거예요. 만약 떡집에서 떡을 하나 골랐는데 사장님이 안 계시면 옆집 사장님이 나와서 계산을 해주세요. 그분들은 그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인 거죠. 이런 풍경들이 하나의 마을이나 공동체처럼 느껴졌어요. 요즘 사회가 삭막하다고 하는데, 사라진 게 아니라 모르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잡지 한권을 세상에 내놓고 나니 새로운 기회들이 생겨났다. 익산시 문화예술인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 기록집을 비롯해, 군산, 대전 지역의 크고 작은 출판물들을 제작하기도 했다. 3년차에 접어드는 작년 여름에는 매거진과 같은 이름을 단 로컬편집샵 비마이크가 문을 열었다. 익산의 특산품과 지역 작가들이 만든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는 공간이다. 동네 사람들과 여행자, 누구나 머물 수 있는 공간을 꿈꾸며 새로운 아지트를 기반으로 더욱 다양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로컬편집샵 '비마이크'
나의 동네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
대학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한 김애림 대표는 도시를 공부하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네, 마을, 거리 곳곳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이러한 생각들이 ‘하고 싶은 일을 살고 싶은 지역에서 스스로 선택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곳이 고향이 아닐 이유가 없었다. 대학생활을 마치고 곧장 익산으로 돌아온 그가 처음 한 일은 특별한 일이 아닌 SNS였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채널을 열어 지역의 명소와 맛집, 정보 등을 공유하며 온라인 콘텐츠로 익산의 매력을 알리기 시작했다. 인기 영상은 조회수가 현재 50만회를 넘어가는 등 채널이 인기를 얻으며 이후 지역문화 기획과 관련된 일들을 하나씩 늘려갈 수 있었다.
함께 일하고 있는 지하얀 씨와의 인연도 SNS 활동을 통해 가능했다. 로컬 콘텐츠에 관심을 두던 지하얀 대표가 함께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연락해오며 만남이 이루어졌다. 잘 알지도 못하던 두 청년이 오직 공통의 관심사로 뭉쳐 지역에 소리를 내고 있다니 천생연분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당찬 두 사람의 포부는 올해도 이어진다. 기획자로서 더 바쁘게 움직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일단은 매년 상반기 발행되는 비마이크 매거진 2호가 이번 달 따끈따끈하게 발간될 예정이다. 또 올해는 온라인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다양한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웹진 제작에도 나선다.
“3년 이하의 스타트업 회사들 폐업률이 50%가 넘는다고 하는데요. 수치를 따져보면 회사 밖에서 함께할 수 있는 동료나 주변에 비슷한 기획자들이 있으면 생존율이 훨씬 올라간다고 해요. 그래서 같은 지역에서 기획자들이 서로 만나고 소통하며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할까 말까 할 때는 그냥 하라는 말이 있다. 김 대표는 지역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전한다. 같은 생각을 가진 기획자들이 어딘가 분명히 있고, 그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단, 지역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주체적이어야 함을 덧붙인다. 할 일을 스스로 찾고 끊임없이 배우며 나아가야한다. 우당탕탕 하더라도 꾸준히 도전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도 필요하다고 한다. 여기에 부지런함까지. 듣다보니 정말 추천하는 건지 아닌지 헷갈리지만(?) 해맑은 미소로 그는 마지막 말을 전한다. “멀리 가지 않고 내가 사는 동네에서도 나다움을 찾고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그의 바람처럼 지역 안에서 각자의 행복을 찾아내는 청년들이 많아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