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꽃 피우는
지역문화재단 확산
완주문화재단 문화다양성확산사업(물푸레공동체)
전주시 동문길에는 다양한 문화공간들이 있다. 9명의 작가가 입주하여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동문창작소', 전시·강연·세미나 등 문화예술과 관련된 행사에 무료로 활용할 수 있는 '공유화음실'을 비롯해 공공시설과 사설 공간들이다. 이들 공간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진행된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쉼없이 문화행사가 기획되고 진행될 수 있는 바탕에는 지역 문화재단의 지원이 있다. 알게 모르게 도시 곳곳에 스며들어 문화와 예술을 심고 있는 문화재단 설립이 늘고 있다. 전북에는 도 단위의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과 시군 단위의 문화재단들이 있다. 지난해 말 설립 인가를 얻어 출범한 군산문화재단까지 7개의 문화재단이 운영되고 있다.
전북 지역 문화재단의 오늘
문화재단은 지역 간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균형 있는 문화 발전을 이루기 위해 지난 2014년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을 기점으로 크게 증가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설립된 광역문화재단은 17개, 기초문화재단은 116개에 이른다. 출범을 준비 중인 문화재단들도 많다.
전북에서는 전주시가 가장 먼저 문화재단을 설립했다. 2006년 출범한 이후 전주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해온 전주문화재단(대표이사 백옥선)은 조직을 확대 개편해 2018년 개관한 팔복예술공장 운영까지 맡고 있다. 팔복예술공장의 레지던시 사업으로 신진 예술가를 지원하고, 예술놀이 사업을 통해 주민들의 문화예술교육에 힘쓰고 있는 있는 전주문화재단이 추진해온 대표적인 사업은 전주 예술인을 아카이빙하는 '백인의 자화상', 예술로 환경을 생각하는 '그린 르네상스 프로젝트', '예술로GREEN전주' 등이다.
익산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김세만)은 2009년 출범했다. 백제의 왕도였던 도시인만큼 미륵사지나 서동 설화 등 지역 역사 콘텐츠 중심의 사업을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문화도시' 사업의 3차 도시에 선정되며 '사람이 보석이 되는, 살고 싶은 문화도시 익산'을 슬로건으로 보석산업과 문화예술을 연계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완주문화재단(상임이사 정철우)은 2015년 군 단위에서는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예술 농부', '문화 이장', '예술인 한 달 살기' 등 공동체 문화 사업이 중심이다. 문화도시 사업까지 선정되며 '공동체 문화도시 완주'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성별, 연령, 장애, 국적 등을 넘나드는 '문화 다양성' 사업을 꾸준히 이어오며 예술로서 지역 안의 소수자 담론을 발굴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이경윤)은 완주가 출범한 다음 해인 2016년 출범했다. 광역문화재단으로서 전북 문화예술의 큰 그림을 그리는 중장기 사업을 진행하고, 전라북도예술인복지증진센터를 운영하며 전북 예술인들의 복지 향상에 힘쓰는 등 전북 지역의 전반적인 예술 생태계를 가꾼다. 고창문화관광재단(상임이사 안종선)과 부안군문화재단은 각각 2019년과 2021년 출범했다. 고창은 고인돌과 바다, 습지 등 고창만의 역사와 생태환경을 바탕으로 문화예술의 '치유'와 관련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문화, 어머니 약손이 되다. 치유문화도시 고창'이라는 슬로건으로 4차 문화도시에 선정되어 2027년까지 치유문화 사업을 진행한다. 부안은 이매창과 신석정이라는 두 명의 시인을 콘텐츠로 '동시축제', '신석정 창작음악 공모전' 등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신생 문화재단답게 부안만의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로 보인다.
전주문화재단 이퀄리브리엄 전시
전북에 또 하나의 문화재단이 출범했다. 군산문화재단이다. 작년 12월 전북도의 설립 인가를 받고 조직 구성을 마쳤으며 오는 2월부터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대표이사는 설치작가 고보연. 조각가 강용면, 도예가 김혁수, 책방 조용한흥분색 대표 권세나를 비롯해 8명의 이사가 참여한다.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군산문화재단은 14년 전부터 출범의 당위성이 제기되어 왔다. 군산은 근대문화유산과 말랭이마을, 군산시민예술촌 등 활용할 수 있는 문화예술 콘텐츠가 넘쳐나는 도시. 또한 전북에서 전주와 익산 다음으로 인구수가 많고, 문화예술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 예술에 대한 생산층과 소비층도 확보되어 있다. 하지만 이해 관계자들의 갈등과 소통 부족으로 10년이 넘는 시간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힘들었던 설립 과정을 보내고 드디어 그 첫걸음을 내딛는 군산문화재단. 출범까지의 과정이 지난했던 만큼 앞으로의 활동이 주목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