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1988.6 | 칼럼·시평 [문화시평]
<시평>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를 보고
이명재 기전여고 교사(2003-12-18 14:04:09)


 얼마나 화려한 오페라 극장을 갖추고 있는가에 따라 서양에서는 그 도시뿐만 아니라 국가의 문화적 역량까지도 평가되고 있다. 그러기에 2차 세계대전 후 많은 도시들이 전쟁 중 쓸모없게끔 파괴되어버린 극장까지도 주춧돌을 찾아 재건하기에 경제력을 아끼지 않았다. 오페라는 서구인에게 있어서 어느 특정한 계층을 위한 오락물이 아니고 거의 모든 사람들의 생활의 일부처럼 받아들여져 있기 때문에 그들의 요구에 의해서도 당연히 오페라 극장은 꼭 필요로 하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근대의 많은 작곡가들이 오페라를 작곡할 때에 기존의 그랜드 오페라극장 시설을 감안하고 그 토대 위에서 작곡하였기 때문에도 오페라 극장의 완벽한 복원은 꼭 필요로 하였다.


 물론 오늘날 새로이 신축되는 오페라 극장들은 현대의 과학적인 메카니즘을 이런 기존의 시설들과 접목하여 오페라 제작자들뿐만 아니라 관중들에게까지도 그 편리함을 나누어주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상연되고 있는 오페라들은 대부분이 근대 작곡가들의 작품이라는 것을 오페라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면 이런 오페라를 상연할 수 있는 극장이 우리 나라에 얼마나 있는가? 오페라 전용극장이 한 곳도 없는 우리 실정에서는 상연이 가능한 극장을 헤아려보는 것도 어렵게 느끼지 않을 정도로 매우 빈약한 실정이다. 이런 우리 나라의 실정을 감안한다면 예술의 고장이라고는 하지만 전주의 극장시설 수준도 역시 쉽게 느껴지게 되고 곧 이런 사실은 지방에서 오페라를 상연하기가 얼마나 기술적으로 어려운가를 잘 대변해 준다. 호남 오페라단의 두 번째 공연이 지난 4월말과 5월 초까지 5차례 있었다. 외국에서처럼 시즌을 통하여 장기공연을 못하는 실정이지만 여러 가지 제반 시설과 지방관객들 수요에 비교한다면 5차례 공연은 그나마 장기 공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서울에서도 한 오페라를 5회 이상 계속 공연하는 예는 거의 드물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창단 공연에 이어 이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5회 공연은 대견스럽기까지 여겨진다.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도 없는 많은 인력과 재력 및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 중에서도 오페라단이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재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고민은 오페라의 수요가 많은 서양에서도 거의 치명적으로 겪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영국의 데일리 텔리그라프 메거진에서는 CRISIS OF THE OPERA라는 특집기사 속에서 자국의 유명한 오페라 전용 극장인 Covent Garden파 Sadlers Wells가 당하고 있는 가장 큰 고민거리로서 적자운영을 들고 있다. 물론 이 두 극장들이 각기 정부의 보조 및 재력가들의 후원에 힘입어 유지되고 있긴 하지만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고도 적자 운영을 한다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겠다. 많은 인건비 관리비 등이 그 중에 포함되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유는 경제력에 타협하는 작품을 만들지 않고 작품 자체의 충실한 재현에 많은 투자를 하기 때문에 생기는 엄청난 제작비 때문이라고 한다. 만일 이런 투자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한 작품을 제대로 만들 수 없게 되고 그런 작품에는 관중들이 외면하기 때문에 가식적인 장식은 결코 허용이 되지 않게 된다. 이런 결과로 많은 출혈적인 비용들이 한 작품에 소요되는데 이런 면에 비판을 가하는 사람은 오페라가 고액권을 마치 영구적으로 수혈해야 하는 예술의 병자 라고 까지 혹평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 특집 기사에서는 오페라가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로서 오페라 상연의 목적이 보다 더 높은 문화 수준을 가진 사회건설에 있다고 하는 긍정적인 평가로 종지부를 찍는다. 이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졸속의 오페라가 아닌 잘 다듬어지고 세련된 오페라는 많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꼭 상연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한 예이다. 호남 오페라단의 이번 공연에서 작품을 잘 만들려는 흔적은 여기저기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세트를 학생회관의 규격에 맞게 계획적으로 잘 만들어 관객들에게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주었고 여러 가지 연출상의 기교도 실정에 맞게 잘 처리해나갔다는 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커다란 흔적을 오케스트라의 조직이라고 불 수 있다.


 전주에는 시립교향악단이 라는 유일한 오케스트라가 있었는데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협연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급조된 오케스트라는 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만 했고 결국은 가까스로 이 오페라를 무사히 끝낼 수 있게 하였다. 몇 개월 연습한 인스턴트식 오케스트라였지만 그래도 작년 토스카 공연 때 대구에서 협연했었던 오케스트라보다훨씬 더 좋은 음향을 내주었다. 호남 오페라단의 공연에 영남지역의 오케스트라가 협연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시원하지 않은 뒷 여운을 남겼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자체에서 해결했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의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시 단기간에 조직되었기 때문에 출연진과의 공동연습 부족, 특히 리허설의 부족은 전체적인 음악성을 불안하게 하였다.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들어가며 노래를 불러야 하는 가수들에게는 무대 위에서 연주회장의 시설, 구조상 음향시설의 미비때문에 무대에 까지 잘 들리지 않는 오케스트라 소리를 들어가며 소리를 낸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을거라고 여겨진다. 지휘자는 아직 덜 세련된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이런 상황에서 지휘를 했어야하니 그 노고가 얼마나 컸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가 있었다. 오케스트라가 능숙하게 다듬어져 있었다면 지휘자는 안심하고 가수들의 노래에 맞추어 곡을 융통성있게 이끌어 갈 수 있었겠지만 우선 오케스트라 자체의 앙상블을 먼저 생각해야하는 지휘자는 여기에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연출면에 있어서의 노력 역시 많은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각 인물들의 성격적 묘사라든지 진행에 있어 커다란 무리 없이 잘 진행되었었다. 그러나, 막의 오르내림에 었어서는 한가지 견해를 제시하여 다음 공연에서 관계자들이 참고로 했으면 하는바램을 적어본다. 막의 오르내림은 오페라의 시작과 끝이기 때문에 관중들에게는 작품 어느 부분보다도 아주 강한 인상을 전체에 미치게 된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차나에서 시칠리아나라는 테너 아리아가 포함되는 전주곡이 었고 이 전주곡이 끝나면 이때부터 제1막이 시작된다. 엄격히 말해 이 부분, 즉 성당의 종소리가 울리면서 막이 올라야 되고, 따라서 시칠리아 나는 막이 내려진 상태에서 불려져야 한다. 연주회장의 구조상 무대와 객석의 사이가 아주 멀어서 막이 닫혀진 상태에서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막을 미리 올리고 시작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학생회관의 규모로서는 원칙대로 막이 내려 있는 상태에서 이 테너 아리아가 관객이 보이지 않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불려져야 했다고 생각해 본다. 또한 작품이 다 끝난 다음에는 막이 오케스트라의 여운과 더불어 내려와야 하는데, 조명만 꺼지고 막은 올라가 있는 상태에서 커튼 콜준비를 하는 모습을 훤히 관객에게 노출을 시켰다. 이런 경우는 커튼 콜이라 할 수 없었고, 인사 자체까지도 작품과 연결 되어버리는 인상을 주었다. 시간상의 제약을 이유로 들었지만 1막짜리 1시간 남짓하는, 아주 짧은 시간이 소요되는 이 오페라에서는 별 설득력이 없었던 것 같다. 이 오페라를 지켜보면서 느꼈던 점 중아쉬움이 남는 점은 이런 무대상의 문제보다도 음악적인 면이 더 컸다고 본다. 캐스트간의 앙상블, 오케스트라와 캐스트, 합창들간의 앙상블을 조금 더 신경썼다면 더 말할 나위없는 작품이 되었을 거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서두에서 언급한 오페라 전용극장의 부재와 또한 대용할 수 있는 극장마저도 미흡한 지방의 시설을 감안한 다면 호남 오페라단의 노력은 가히 창조 적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겠다. 종합 예술인이 오페라의 계속적인 공연을 통해서 연관된 모든 예술들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가능하면 오페라에 필요한 모든노력 즉, 연출, 무대장치, 조명, 의상, 무대미술 소품제조에까지 모든 활동이 타 지역의 도움을 받지 않고 순전히 이 지역에서 시도되어지기를 바란다. 이런 노력은 우리 지방예술의 역량을 계속적으로 키워나가는 역할을 하게 되고 장기적으로 볼 때에도 문화의 도시, 전주를 전국 어느 도시에 비교해 마치·이태리의 베로나처럼 오페라를 특징으로 삼는 도시로 발돋움하게 되지 않을까? 짧은 글 속에 표현하지 못한 많은 생각들을 다음 기회로 접어두며 호남 오페라단의 계속적인 공연을 통해 이런 욕심이 꼭 성취되어지기를 기원한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