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9월 전북대 소장파교수들이 뜻을 모아 창립한 호남사회연구회(이하 호사연)는 지역학술문화운동의 새로운 모태로서의 성장을 기대하게 해주는 학술문화연구단체다. 굳이 이단체의 성격을 학술만이 아닌 학술문화로 규정짓는 이유는 「지역을 구체적인 인간의 삶이 총체적으로 구현되고 있는 역사의 장으로 인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역민들의 삶을 결정하는 요소를 정치 ·경제적인 측면에서 뿐 아니라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반영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이 단체 작업의 근간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80년대 후반 새로운 학문적 시각에서 지역사회의 현실과 한국사회의 변혁과제를 연구하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의 민주화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결성되었던 대구·경북의 「지방사회연구회」, 광주·전남의 「전남 사회연구회」 부산·경남의 「지역사회 연구회」와 발맞춰 출범한 「호사연」은 전북지역 학술운동의 자기성찰과 제반사회문화운동의 현황과 과제를 논의하고 건실한 방향을 모색해나가는 운동적 차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호사연은 이제 만1년의 짧은 연륜을 갖고 있지만 이동안 치뤄낸 작업은 기존의 어느 학술단체나 문화단체보다도 건강하고 절실한 가치를 획득해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평가는 지난 6월 전북대 후생관 시청각실에서 열렸던 「한국사회변동과 전북사회」를 주제로 한 제1회 심포지엄에서 얻어진 것인바 이 자리는 기심포지엄의 전통적 분위기(?)를 깨고 비판적 아카데미즘의 한켠을 보였다는 점에서 각 지역의 초대된 교수 또는 회원 뿐 아니라 학생 일반인들에게까지도 내실있는 심포지엄의 건실함을 보여주었다.
특히 지역사회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지역학술운동의 모범을 보였던 6월의 제1차 심포지엄은 「한국근대사와 전북사회」(박명규·전북대) 「전북경제의 구조와 문제점」(소순열 ·전북대) 「전북행정의 변화와 발전과제」(신무섭 ·전북대) 「사회개혁사상으로서의 미륵신앙」(송기숙·전남대) 등의 4개 주제가모두 전북지역의 문제로 집약돼 있어 지역 문제연구에 쏟는 관심의 깊이를 보여주기도 했다. 현재 「호사연」 회장은 조순구교수(정외과), 연구간사는 박명규교수(사회학파)가 맡고 있으며 회원은 40여명에 이르고 있다. 지금까지는 전북대교수들이 주축이 되었지만, 앞으로 원광대, 우석대, 전주대교수들이 참여, 사회 ·민족적 관심사들이 폭넓은 시각으로 다루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