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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10 | 칼럼·시평 [서평]
<서평>북한기행양성철 박한식 편저
남정길 전북대 인문대 교수·철학(2003-12-18 16:01:24)


양성철, 박한식 두 사람의 편저로,1986년 도서출판 한울이 발행한 「북환7l·행」은 그 표제가 말해주듯이 재미한국인 학자 9명이 북한을 방문하여80년대의 북한의 현실을 보고 쓴 기행문이다.
1948년에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으로 태어난 북한은 그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공산국가로서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해왔으며, 반미와 반일을 거의 체질화하고 있는 현대 유형의 민족주의 국가이다. 그가 지닌 이와 같은 특수성 때문에 그 나라에 외국인의출입이 엄히 통제되어 왔으며 그 땅이 바로 금기의 곳임을 우리는 남달리 잘 알고 있다.
저자들 중에 6명은 1980년 여름에 함께 북한을 방문하였으며, 1명은 혼자서 다녀왔고, 다른 두 사람 중 김영진은 1970년과 1985년에, 김일명은 984년에 각각 북한을 다녀 왔다.
한편 이 책이 세상에 선을 보이게된 과정도 결코 매끄럽지는 않으며, 오히려 지 않은 비극적 아이러니가 거기에 깃들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들이 북한을 다녀온 지 2년만에 영문판이 나왔고(1982), 그 이듬해에 일본어판이 나왔으며(1983), 그때로부터3년 후인 1986년에 한국어 판이 드디어 세상에 얼굴올 들어내놓게 되었다(사실은 영어판이 나온 직후, 한국의 국토통일원은 저자들도 모르게 영문판의 한국어 번역판을 출판하여 공공기관용으로 사용해 왔다고 한다).
자신들의 세계를 그들 밖의 세계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으려고한 과거북한의 폐쇄성을 우리는 문제시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의 현실을 우리동포들에게 알리기를 두려워하고, 거부한 우리 남한의 정황 속에서 이와 같은 책의 출판마저 불가능했던 우리의 현대사를 우리는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불필요한 극한적 대결과 긴장 속에서 우리들 서로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는가? 서라 오해하고 헐뜯는 가운데 우리의 상처 또한 얼마나 더 커만 갔던가!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작년에 미국 NCC대표로 북한을 다녀온 필라델피아에 사는 이병규 목사는 미국의 기독공보에 미국에 사는 시민권 소지자한국인 가운데 이미 3,500명 가량이 북한올 다녀왔다고 보고했다. 북한은전과 달리 상당히 많은 부분을 스스로개방하기에 이르렀으며, 우리 남한 역시 금년 6·10남북한 청년학생 회담운동을 비록하여 7·7선언, 북방정책 등 북한과 공산권의 나라들을 향한 태도에 있어서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으리만큼 개방과 수용 양면의 도량을 넓혀가고 있다. 이에 힘입어 현재 미국에서는 재미교포들에게 북한 여행을 알선하는 안내기관까지 생겨 신문지상광고를 싣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을 우리는 남북 통일을 위한 위대한 진보라고 보아야 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이 책 「북한기행」이 갖는 의의는 아무리 과찬을 하여도 지나 칠 것이 없다. 더우기 분단 40여년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무지와 오해가 우리의 분단의 담을 더욱 높이고 더욱 굳혀만 왔기 때문이다. 이 책은 미국에 사는 학자들과 개신교 목사들이 이북을 다녀와서 쓴 「분단을 뛰어넘어서」라는 책과 더불어 우리가 북한을 알고 이해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큰 도움이 되는 길잡이의 구실을 해준다.
특히 이 책의 저자들은 일찍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전문직을 가진 사람들로서 이미 한국의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의 시민이 된 현직 교수들이요 거의 모두가 북한과 외교정치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학자들이다. 이들은 그들이 기왕 각종 문서를 통해서 얻어 가진 북한의 지식을 확인할 기회를 가졌으며 거의 그들의 전문적분석과 종합에 의한 객관적 서술이「북한 기행」이다.
그러나 이들은 겸손히 그들의 관점들과 판단에도 편견이 없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고 고백한다. 한편 16일간의 방문, 그것도 특정지역에 제한된 여행이요, 안내원의 안내 아래서만 움직여졌던 여행이고 보면 그 여행에 한계가 있었음을 우리는 감안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그들이 만난 사람이나 만나서 행한 대담도 극히 계획된 것들이였던만큼 폭넓은 관찰과 하고싶은 대화들이 아니였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와 같은 제약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은 여행과 인상, 북한의 개인숭배의 단면과 기능 북한의 경제 측, 가정생활파 농민의 생활, 북한의 교육제도의 변천과 사회주의 교육내용, 북한의 이념인 주체사상의 본질과 의미 및 전망, 그리고 북한이 내 세운 통일방 안으로서의 고려연방제와 그 기본 입장, 북한의 외교정책과대미 대일 관계, 중국과 소련파의 등거리 외교 둥에 관 해 비교적 소상히 전해준다.
그러나 저자들 자신들도 말하였듯이 그들의 북한올 보는 눈은 북한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북한을 긍정적으로 보기보다는 부정적으로 그들을 낙관적으로 보기보다는 비관적으로 보았다는 관점의 틀이 아쉽다. 물론 북한을 다녀온 모든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토하는 북한의 암흑면이었다. 자유의 결여, 개인 우상화, 세습적 체제의 공식화, 인민의 편집광적 긍지와 자화자찬, 남한에 대한 왜곡된 불신감 등등. 그러나 그들의 건설상과 제도의 좋은점 그들의 민족적 주체성과 사회의 도덕성 그리고 소유의 균등분배, 의료의 혜택과 교육의 혜택 둥 좋은 점들을 소개한데는 단적으로 말하면 「분단을 뛰어 넘어서」에 비해 크게 미치지 못 한다는 아쉬움이었다.


지리산 갈대꽃
오봉옥 시집
백학기 시인

최근 우리는 서점가에서 그동안 금기시 되어왔던 해방 공간에서의 빨치산 전사들의 삶과 투쟁의 역사를 한눈에 요연하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어 民族史의 올바른 복원을 위하여 바람직한 생각을 가다듬는 경우를 본다. 이는 해방 이후 우리에게 다가온 격동의 역사 속에서 심가한 左·右의 대립이 몰고 온 치열한 역사 주체의식을 갈구하는 우리 모두의 뭇이기도 한 즉,반공 이데올로기의 虛構에 길들여져온 해방 40년의 문학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띈다. 말하자면 그때의 우리 民族史의 핵심인 분단과 외세 문제를 정면적으로 거론하지 않고서는 통일에 다가가는 제대로의 문학이 생산되지 않으리라는 절실한 자각에서이다. 주체적으로 조국을 건설하리라는 빨치산투쟁의 역사를 문학으로 재조명하는데 어려옴이 따른다면 그것은 당시의 유격전사들의 삶과 생존, 그들의 의지와 사상을 어떻게 절실하게 그들의 입장에서 형상화해 나가는 가에 있을 것이다. 이런 뭇에서 오봉옥의 「지리산갈대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지리산 갈대꽃』은 1985년 「創作파批評」 16인 신작시집에 ‘내 울타리 안에서’ 등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젊은 시인 오봉옥의 첫 시집이된다. 80년 광주오월을 생생하게 겪은 오봉옥은 그의 시 속에서 역사와 한몸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즉,『지리산 갈대꽃』은 그의 그러한 노력의 한 결집이다. ‘지리산’ 속에 깃든 가슴 두근거리는 역사와 하얗게 핀‘갈대꽃의 넋들을 노래하는 〈아버지〉連作은 우리에게 지리산 능선의 修久함과 장엄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슬픈서정이다. 땀과 피와 유격전사들의 발자욱이 배인 골짜기마다 아직도 눈 앞의 현실을 살아와 우리를 잡고 흔드는 아픈 詩篇들.
궁핍한 시대를 살아왔던 우리들에게 문학은 어쩌면 ‘어머니’의 문학이었다 라는 생각조차 드는 시절에 오봉옥의‘아버지’ 연작은 〈어머니→南〉, 〈아버지→北〉, 어머니와 아버지의 헤어짐, 이별은 '분단' 의미로 되새겨 짚을 수있는 오늘의 시점에서 뜻깊은 勞作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오봉옥의 ‘아버지’의미는 그 자체 역사의 알레고리를 이루는 단위로서 ‘우리 아비 식은 밥 한그릇 훌훌 말아먹고 싸리나무 헤쳐 지리산줄기 넘은’ 「감꽃」 ‘김칫 국물이 그리나 먹고 싶다더니’ 「당신은 아십니까」 ‘묻지 마라 갑자생 아버지여/보리 갈아 보리죽이요/쑤시 갈아 쑤시죽 먹을 땐/어따 훌훌 잘 넘어 가서좋다 하고/누룩나무 껍질이나 칡캥이나/아무거나 캐어서 절구통에 찧어먹을 땐/어따 씹는 맛이 제일이시하시던/아버지여’ 「말없는 역사」 둥에서 보여주듯 사무친 역사이다. 해방 이후 40년도 넘게 우리에게 단절되었던 그 역사가 치떨리는 분노와 가슴을 에이는 슬픔으로 소용돌이쳐오는‘지리산’은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한번은 분명히 짚고 넘어야 할 과제이자숙명이다. 제주도의 4·3을 다룬 이산하의 장편서사시 ‘한라산’이나 오봉옥의 ‘아버지’ 연작은 그런 의미에서 한국 근·현대사에서 소시민적 자유와 안일에 짖어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역사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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