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과 더불어 미국이 이 나라를 강점하면서부터 고통스러운 짐을 지게된지 44년째. 우리는 마음속 절절히 통일의 염원을 안고 살고 있다. 이제 우리 겨례의 절박한 통일에의 요구를 저지할수 있는 검은 손은 우리앞에서 걷힐 수 밖에 없는 시점에 우리가 와 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와 비견될 만한 고통의 짐을 지고 있는제 3세계의 여러나라민중은 떨쳐 일어나 어두운 세력에 항거하고 있다. 우리는 중남미의 니카라과에서 부정부패의 악명을 드높이 떨쳐대던 소모사도 정의로운 포탄의 불바람에 날라가 버렸고, 칠레의 피노체트도 물리칠 수 없는 칠레 민중의 정당한요구 앞에 무릎 꿇고 있음을 알고 있다. 역사의 흐름에 민감히 반웅하는 한 탁월한 작가 윤정모를 우리는 가지고 있다. ‘님’은 달콤한 사랑타령의 이야기가 아니다.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그런데 간신히 초급대학 졸업장을 따내고 어렵게 어렵게 길을 찾아 출판사로 들어서면서부터 가끔씩 그때의 이야기가 떠을랐다. 아니 문학에 한 번인생을 걸어보겠다고 마음을 굳힌 뒤, 더 정확히 말해서 교산도가 곧 조총련계라는 걸 알았을 때 문득그 이야기가 생각나는 것이었다. 아하, 일본에서는 그렇게도 서로 사랑을 할 수가 있구나 바로 그, 이야기가 ‘님’을 쓰게된 씨앗인 셈이다.”
시간상으로 이 소설은 고교졸업후, 유학을 떠난 지는 6년이고 서울에 다녀간지는 불과 5년밖에 안되는 진국이라는 재일 유학생이 어느 날 아버지가 당뇨병이 도져서 입원할 것 같으니 급히 귀국하라는 전화 재촉을 받고 서울의 김포공항에 도착하는 것으로 발단을 이루고 있다. 거대한 범죄조직인 국가권력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간첩혐의를 받고 있음을 어머니를 통해 알게 되면서부터 내용 전개가 본격화된다. 얼추 우연의 결과처럽 보이는 이 사건은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모순된 비극의〈필연성〉때문이라는 것이 작가의 섬세하면서 날카로운 소설 진행에 의해 점차 드러난다. 어쨌든 진국은 무엇이 자신으로 하여금 간첩혐의를 받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고 김포공항에 도착 즉시 미궁에 빠져들고 마는 것이다.“6년 떠나 있는 사이에 서울은 나를 쫓아낼 구실만 찾고 있었던가 아니면 자신이 자신이 왜 5년간 대학생활을 하다가 겨우 대학원에 진학했고, 한 여성을 사랑했고 2·3학년 때 몇 번 일본친구들과 어울려 디스코 클럽앨가 보았고, 신쥬꾸나 긴자에서 술을 마시고, 그가 래영과 사귀겼다는, 바로그이유 하나때문에 그가 간첩혐의를 받게 되었다는 것올 안 것은 이 소설의 후반부, 시간상으로 도피의 생활이 거의 끝날 무렵이다. 이것은 분단되지 않은 일본과 분단된 우리 현실이라는 상이한 상황에서 한 개인이 맞서가는 너무도 드높고 두터운벽, 엄청난 이데올리기의 괴리를 체험하며 살아야 하는 이시대 우리 모두의 비극의 전형으로서 한 개인의 파탄을 의미한다. 그가 무딘 예지의 소유자여서가 아니라〔일본에서는 보편적인 것이 여기에서는 하나의 문제〕로 되고 있음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설이 진척되어 가면서 우리 분단현실의 뼈아픔은 극대화된다. 소설의 페이지를 넘겨가면 넘겨갈수록 우리는 분단의 아픔을, 묵은 상처구멍에 추억을 쑤셔넣는 듯한 아픔으로 안아가지게 된다. ‘님’의 문체는 분단의 비극을 형상화 하는데 더할나위없는 박진감을 주고 있다. 박진감있는 문체 하나만으로서 우리는 작가로서 뛰어난 기을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