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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3 | 칼럼·시평 [문화저널]
북한바로알기와 통일의 새 지평
최만호(2003-12-24 13:39:58)


 6월 민주화대투쟁 이후민족민주운동의 성숙한 역량을 바탕으로 조국통일 촉진운동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그 동안 분단 이데올로기의 장벽에 갇혀 있던 북한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자는‘북한바로알기운동’이 마른 풀밭에 불 길이에 힘입은 북한원전 재출간 활동도 두드러져 지난해 9월의『조선통사」이후 북한의 정치·철학·역사·경제·문학관계원전이70여종 소개되어 끼 많은 독자들에게 얽혀지고 그 중 몇 종은 서점가의‘베스트셀러’자리에 점잖게 올라있다. 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 남북관계를‘적대에서 신뢰로’ ‘대결에서 협조로’‘경쟁에서 동반으로’전환시킬 것을 천명한 이른바‘7·7선언’의 결과로 평가하기도 하고‘여소야대’이후의‘개량적 민주화조치’의 성과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사실 위와 같은 지적은 그것이 새로운 남북관계 및 남한 사회내부의 긍정적 변화로의 진일보라는 측면을 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염원과 민주화를 향한 열망이 고조됨에 따라 더 이상 반민주적·반민족적 탄압으로는 억누를 수 없게 된 결과 취해진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것은 지난해 10월에 이은 금년 1월 18일의 북한관련 서적 출판인에 대한연행·구속, 도서 압수 등의 탄압에서 명백히 드러났다.
현 집권세력은 ‘북한서적 단속기준’을 .김일성 주체사상이나 고려연방제 통일방안 찬양, .북한의 사회상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가미, 과장·왜곡·찬양 또는 북한체제의 우월성을 기술했거나 부분적인 비판내용을 담고 있더라도 중요 부분에서 찬양한 경우, .정부가 공개한 자료라도 몇 군데를 발췌, 의도적으로 재조립한 것, .문제 .서적의 작성자·편집자·출판업자 및 상습적인 판매업자, .북한서적을 갖고 근로자 동에게 의식화교육을 시킨 사람 등으로 밝히고 있다(중앙일보 89년 2월 9일자 5면).이에 대해 참고로 두 자료를 제시한다.
‘그 동안 지속되어온 경직된 반공이념 교육정책의 파격적 전환이 필요하다. 젊은이들이 북한의 신문, 서적 동 자료를 정부의 여과를 거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고, 그들 스스로가 판단하도록 할 것이다.’ (노태우의 〈뉴스위크〉지 인터뷰; 〈민정신문〉 88년 8월 29일자, 〈흐름〉 88년 12월 호 p.211에서 재인용).‘북한은 우리와 같은 민족공동체의 절반 부분이다…… 우리 동포 2천만이상이 살아가고 있는 북녘 땅의 모든 것에 대해 우리 국민은 알권리가 있고 우리 출판인들은 알릴 의무가 있다. 북한의 모든 것에 대한 정당한 인식작업 및 북한사회의 객관적 사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남북민족의 화해와 통일의 시대를 이끄는 기초적 조건이다.’(88년 11월 8일, 출판인 77인의 ‘민족화해 ·민족통일 운동시대와 출판’선언).생존권 보장을 위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무차별 폭행하는‘테러재벌’의 총수가 중절모를 쓰고 북한에 가서 금강산 공동개발에 대한 합의서에 서명하고 왔다고 해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았다는 소식을 우리는 아직 접해보지 못했다. 국가보안법이 엄연히 살아있고 북한을-‘반 국가단체’ 내지 ‘적’으로 규정하는 한 정주영의 북한방문은 ‘탈출잠입죄’에 해당하고 금강산 공동개발로 북한의 외화벌이를 도와준다면 그건 분명한‘이적죄’가 아니겠는가 이제 북한바로 알기운동과 관련하여 두 가지 측면을 지적하고자 한다. 그 첫째는 북한을 이해하는 의식적인 측면으로서 민족 전체의 수준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풀어 나가는 객관성과 과학성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분단 이후 40년이 넘도록 우리의 북한에 관한 연구는 극히 제한된 범위 안에서 일부전문가들의 독점 상태에서 진행되었고 그것조차 지배권력의 이데올로기에 왜곡되어 이용되었다는 사실이 정직하게 인정되어야 한다.
‘호지탐탐 적화야욕을 꿈꾸는 붉은 무리들’로 상징되었던, 그래서 때려잡고 쳐부수고 무찔러야 할 대상이었던 북한 그 분단이데올로기의 극단적 허위에서 깨어나야 한다. 그 반공은 민족분단의 고착화·영구화를 꾀하고 있는, 동족의 허리를 잘라놓은 직접 원인인 제국주의 외세와 국내 독점자본, 그것을 국가권력으로 뒷받침하는 파시즘의 이해관계를 반영한다. 제국주의 강대국의 제3세계 지배전략구도 아래에서 안정화된 지배질서를 유지하려는 방편으로서의 북방정책추진과 남북한관계의 변화추구는 그 본질적 속성상 정략적이고 기능 주의적 입장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기 마련이다. 여기에서 북한뿐만 아닌 남북한 바로 알 기운동의 출발이 주어지는 것이고 민족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한 적대감의 해소와 단결이 일차 과제로 주어지는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와 관련하여 70년대의 탁월한 정치소설의 하나로 평가받는 『금단의 땅」은 이렇게 이야기한다.‘우리는 민중이 누구나 일하면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있어. 그런 점에서 우리는 북한체제를 비판할 권리도 갖고 있지만, 좋은 점은 좋다고 말해야 할 의무도 갖고 있어. 그렇지 않으면 거짓말이 돼. ---북한문제는 우리들의 내부모순으로서 파악하고 그 토대 위에서 전체를 보는 입장을 견지해야 된다고 생각해.’(이회성 : 금단의 땅, 미래사, 3권 p.126)
분단 이후 계속되어 온 민족민주운동에 있어서의 통일운동이 체제지배세력의 통일논의의 독점과 그 방법론의|현실성 ·반역사성을 극복하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통일방안을 제시해야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운동의 측면에 있어서의 원칙문제이다. 민족민주운동의 지향이 민주화와 민족해방 및 민족통일에 놓였었다면, 북한 바로 알기 운동의 궁극적인 민족공동체 인식을 바탕으로 한 평화통일에 주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될 것이다.
이러한 통일논의의 원칙으로서 남북한 전체 민중의 이해관계와 소망이 충실하게 관철될 수 있는 형식으로서 민중 주도의 원칙을, 기초로서 민주주의의 원칙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진지한 토론이 필요한 문제이겠으나, 분단체제 아래에서의 통일운동은 필연적으로 분단의 극복을 의미하는 것이고 따라서 분단체제 유지를 목표하는 세력이 운동의 주체로 나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앞으로 민족민주운동의 주체들이 통일의 민족사적 단계설정과 통일지향세력으로서 몸담을 수 있는 구체적 ·평화적 통일과정에 합당한 또 다른 정치체제의 구체적인 연구를 진전시켜 민족통일의 새 지명을 열기를 기대한다.


 북한,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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