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음악에의 관심이 점차늘고 있으나 아직도 그에 대한 연구나 생활화를 위한 노력은 미홉하기만하다. 80년대 들어서면서 대학가에 깊이 파고든 우리 공동체 문화의 바탕은 그것이 대학이라는 한계때문에 우리 생활, 우리사회에 뿌리를 내리기에는 일정한 제약이 있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선 일반인들중에서 우리것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졌고 단순한 취미로 시작했지만 그것을 이웃에, 주변에 확산시키려는 작업을 잇고있는 모임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전주시 다가동 대한여객사거리 허름한 2충건물에 자리잡은 굿패「갠지겡」도 바로 이런 모임중의 하나다. 풍물이 일과 놀이의 바탕을 다지는,공동체 의식의 결집이라고 생각하는 순수 농악동호인들이 뜻을 함께한 모임. 그래서 「갠지겡」은 항상 의욕에 차있고 신명에 벅차었다. 「갠지겡」이그나마 일방을 마련하고 자리잡은 것은 작년 10월이지만, 그 창립은 87년 5월로 을라간다. 훨씬 그 이전부터 이미 농악가락에 몸과 마음을 다 적시고 있었던 안병탁씨와, 이정수씨, 소천운씨 그리고 박남준씨가 굿패모임에 뜻을 같이해 공부도 할겸 정기적인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풍물을 통한 우리 전통·문화의
회복과 가락의 의미를 찾아내자」는데 공감한 이들은 이후 전주온다라미술관이며, 다른 문화패들의 작업실을 벌어 쓰거나 야산을 전전하면서 꾸준한 연습을 해왔고 회원을 모집, 연수도 하면서 식구를 늘렸다. 한명, 두명 찾아들기 시작한 「갠지겡」에는 어느새 20여명의 회원이 「우리가락의 뿌리」를 찾기 위해 모였다.「갠지겡」은 우리풍물굿중에서도 호남 좌도굿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리가락중에서도 농악가락은 그 기본이다고 생각합니다. 그가락을 오늘의 생활속에서 되살리기 위해서는 그 혼과 본질을 알아야하는것 아니겠어요? 좌도굿은 우리가락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가락을 지니고 있기에 자연히 화도가락에 바탕을 두게 된것입니다.」가락을 시간의 문제로 파악한다는 안병탁씨는 우리가락은 우리조상의 시간관이기도 하며 「갠지겡」이 해야할일은 우리민족의 가락속에 깃들어있는 독자적인 요소를 찾아내는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갠지겡」이 이어내고자하는 가락이란 우리생활속의 혼을, 그 생명력을 찾아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인지 이들은 자신들의 울림을 원하는 곳은 어디든지 찾아간다. 환갑집, 혼인집 등 잔치가 벌어지는 곳이면 구석구석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며 자신들의 작은 작업이 이시대의 공동체문화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갖고 있다. 풍물굿은 우리옴악의 가장 기본적인 바탕이며 풍물굿을 제대로 살려냄으로써 우리음악의 다른 분야까지도 정립해낼수 있다고 「갠지겡」은 확신한다.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풍물굿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을 위해 정기강습을 갖고 있는 「갠지겡」은 스스로 원해서 나서는 작업의 모임으로 가꿔지기률 원한다. 따라서 굳이 정기모임도 고집하지 않는다. 대신 어느때고 퇴근시간 무렵이면 하나둘 일방에 찾아들어 저녁나절이면 「갠지겡」이 어우러져내는 우리가락이 공동체의식으로 모아진다. 정회원만도 20여명에 이르는 「갠지겡」은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네명의 실무위원을 두고 모임을 이끌어간다. 현재 실무위원은 안병탁, 이동엽, 이정수, 안현진씨등이며 누구나 풍물연구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면 식구로 맞는다.〈우리생활에 맞는 우리정서의 회복〉에 나선 이들 젊은세대들은 공동체문화의 참다운 힘을 자유롭게 축적해가고 있는 모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