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값파동, 농수산물 수입개방, 수세문제, 농가부채문제 등 농업, 농촌과 관련된 문제들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재기되고 그 해결을 요구하는 농민충의 운동이 점차 조직화되어가고 있는이 시점에서 출간된 『한국농업 농민문제연구 I, II』는 그 시의성에 있어서 뿐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대단히 중요한 책이라 할 것이다. 이 책이 그 서문에서 부터 밝히고 었는 바와 같이 현재의 한국농업과 농민은 심각한 위기적 상황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럴수록 우리에게는 객관적인 현실인식과 문제해결을 위한 과학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의 관심에 충실히 값한다. 우선 이 책이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기존의 연구상황에 대한 비판은 이책이 기획되고 집필된 의도와 방향을 잘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그 서문에서 지금까지의 한국농업농민문제에 대한 연구가 지니고 있는 몇가지 잘못들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우선 농업과 농민문제는 반드시 한국자본주의의 전개과정이라는 전체적 구조와의 상관성속에서 파악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한국의 농업을 분리하여 고찰하는 태도에 대하여 비판하고 있다. 또한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과거의 이론을 현실에 맞게 재구성하고자 하는 창조적인 노력보다는 타국의 경험을 무매개적으로 원용하거나 적용하려는 교조주의적 편향성, 풍부하고도 정확한 실태조사를 외면하고 도식적인 판단에 의존하려는 태도 등을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농민문제에 대한 연구가 지나치게 경제적 측면에만 국한되어 있어서 농민운동의 정치적 성격,농업 생산관계의 유지와 관련된 정치적 지배형태동에 대한 관심어 부족함을 지적하고 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기존연구에 대한 비판적 검토위에서 출발하고 었다.『한국농업농민문제 I」은 현재 한국농업문제와 농민문제의 성격을 객관적으로 해명하고 그와같은 문제를 가져오는 모순구조의 이론적 해명을 위해집필된 11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r한국농업농민문제 II』는현재의 한국사회의 농업생산관계를 유지, 재생산하기 위하여 형성, 작용하고 있는 정치지배의 구조와 그에 대항하는 농민운동의 성격과 방향에 대한 논의들을 담은6편의 논문과‘농민운동의 현황과 과제’에 관한좌담을 싣고 었다. 제1권을 주로 농업생산관계를 중심으로 한 경제적, 하부구조적 분석이라면 제2권은 주로 정치적 지배와 피지배, 통제와 변혁운동의 관계를 다룬 정치적, 상부구조적 분석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두권의 책은 글자 그대로 현재의 농업농민문제에 대한 전체적이고도 종합적인 연구서라 할 수 있는것이다. 아래에서 주요한 내용을 요약해보기로 한다.
우선 제1권에는 모두 4부로 나뉘어져 11편의 글이 실려있다. 제1부는 한국자본주의의 전개와 농업농민문제’라는 제목으로 박현채교수가 집필하였는데 전반적으로 이 책에 실린 논문들이 이론적 입장을 대변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그는 한국농업이 드러내 놓고 있는 농업문제를 한국자본주의의 전개와 관련하여 농업생산의 상대적 정체도 ·농간 소득격차의 확대, 농촌인구의 유출로 인한 농촌노동력의 노령화, 부족화, 의폰효과에 의한 지출증대와 농민경제의 악화, 그리고 소작제도의 광범한 확대동으로 요약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묻제가 궁극적으로 한국자본주의의 식민지종속형적 성격과 관련되어 있으며 그러한 의미에서 ‘농업’농민 문제는 농업, 농민의 문제로 제시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민족경제의 자주, 자립 그리고 총체적인 사회적 변혁의 문제가 되는 것이며 ‘한국농업농민문제의 해결을 위한 길은 경제적‘으로 일단 소농민경영의 극복, 청산의 문제로서 제기되지만 그것은 그에 그치지 아니하고 한 사회에 있어서 총체적인 변혁과 얽혀있는것이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제2부에서는 한국농업의 기본구조로서 ‘농업생산력구조’, ‘토지문제의 성격’ 및 ‘농민층분해의 동향과 계층구성’에 관한 3편의 글이 실려있다. 한국의 현농업생산력 구조는 소농체제와 모순되지 않는 방법, 특 품종개량이나 화학비료의 개발, 그리고 다비다 노농법에기초한 것인 바 이러한 생산력구조는 소농제에 기초한 생산력의 정체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농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는 ‘소농민경영에 기인하는 농업생산력정체의 극복’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소농들의 대량실업을 막기위하여는 ‘소농들의 협업화’의 제도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한국농업에 있어서의 토지분제의 성격은 그 봉건성을 강조하는 견해와 그에 반대하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철저히 후자의 편에 서서 토지문제의 성격과 해결방안을 서술하고 있다. 장상환은 현재 토지문제의 성격을 반봉건성으로 규정하는 제반논의들이 문제점을 상세한 실증적 자료분석을 통해 지적하고 현재의 토지문제는 독점자본의 농업지배현상과 따로 설명될 수 없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현재 토지문제의 해결방안의 크게 ‘농지유동화를 통한 대농육성정책’과 ‘농민적 토지소유의안정과 협업을 통한 대경영실현’의 두길로 대립되어 있다고 보고 후자의 방식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한편 이 영기는 현재 한국농민층분해의 성격을 독점자본의 농업지배 강화로 부농의 성장이 크게 제약된 가운데 중농의 존립기반약화, 빈농충의 반프로화, 탈농임노동자화가 확대되고 있다고 보고 모든 농업모순의 해결주체로서 빈농충을 강조하고 있다.제3부에서는 독점자본의 농업지배에 관한 5편의 논문이 소개되고 있다.‘8.15이후의 한국농업정책의 전개과정’,‘아메리카경제의 위기와 농산물의 전략무기화’, ‘농산물수입개방의 배경과실태’, ‘독점자본과 농뿔가격문제’ 그리고 {‘농촌공엽화정책의 본질과 문제점’등 각 논문의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주로 예속적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전개와 관련하여 나타난 농업정책 및 농업문제의 내용들을 분석하고 있다. 특히 최근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농산물수입개방의 성격을 미국의 경제적 위기와 한국자본주의의 성격과 관련지어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4부는 한국농촌의 빈곤실태에 관한 글들로 ‘농가부채의 실태와 누적원인’, ‘농어민 사회보장의실태와 방향’그리고 ‘여성농민의 지위와 역할’이라는 3편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앞서 살펴본 한국농업, 농민문제의 누적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농민충의 빈곤에 관하여 상세한 검토를 하고 있다. 한편 『한국농업농민문제연구는농민충과 관련한 정치적 지배구조와 농민운동에 대한 글들로 싣고 있다. 제5부는 농민과 정치적 지배구조라는 제목하에 ‘농민에 대한 정치적 지배구조’,‘한국농촌부락의 지배구조’, ‘국가권력의 농민통제와 동원정책’ 그리고 ‘현행농협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의 4편이 실려있다. 앞의 두 글에서는 국가가 어떻게 농민충을 지배하고 통제하는가를 검토한 것으로서 강제와 보상에 의한 유인, 설득등을 통해 농민충이 대항조직이나 대항권력으로 성장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고 동시에 현지배체제에의 포섭을 강화하기 위하여 행사되고 있는 각종 정책이나 관행, 메카니즘이 세밀하게 분석되어 있다.제6부는 농민운동과 관련한 두편의 글로 구성되어었다. ‘8·15직후의 농민운동연구’에서는 해방직후 한국사회에서 강력히 전개되었던 농민운동의 역사를 검토하고 그것이 이후의 역사속에서 단절되게 된 경과를 검토하고 있다. ‘현단계 농민현실과 농민운동의 과제와 방향에서는 현재 농민운동의 주된 쟁점들을 농지소유권확보투쟁, 가격보장운동과 수입저지투쟁, 농민건강권쟁취투쟁, 부당수세거부 및 농지개량조합 해체투쟁, 농협민주화투쟁 그리고 농가부채거부투쟁 등으로 요약하고 이들 농민운동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군단위의 자주적 농민조직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실린 농민운동에 관한 좌담에서는 주로 농민충의 정치세력화의 가능성과 방향, 농민운동에 있어서의 조직적 과제, 타부문운동과의 연대 및 자주적 대중조직의 건설 등에 관하여 광범위한 논의가 실려있다. 특히 이좌담에는 각지방별 농업문제와 농민운동의 전개과정이 상세히 소개되면서 문제점들이 논의되고 있어 농민운동의 현황을 파악하는데 좋은 지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날로 쇠퇴해가는 농업, 피폐해져가는 농촌, 빈곤에 시달리는 농민으로서의 우리사회의 건강하고도 진정한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재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 이 책이 우리지역의 농업농민문제의 해결과, 또 그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자주적,자립적인 민족경제의 건설, 민주적인 지역사회의 형성에 커다란 기여를 할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많은 이들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