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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6 | 연재 [세대횡단 문화읽기]
판소리란 무엇인가6
최동현 판소리 연구가(2004-01-27 14:53:17)

판소리 〈제〉는 장단과 함께 판소리용어로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이다. 판소리에서는 이 〈제〉를통하여 소리들을구별하고, 언급하고, 그리고평가하기까지 한다. 소리를 들으면,흔히 무슨 〈제〉인가를 묻는다든가, 누구누구는 어떤 제의 정통 창법을 구사한다느니, 누구누구는 무슨 〈제〉인지 애매하다느니하는 말들을 흔히·하거니와, 이는 〈제〉와 관련하여 형성된 개념이 판소리를 인식하고 평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이는 실례가 된다.그러나 아직까지 〈제〉에 관하여 깊이 있게 논의한 글들은 많지 않다.그리고 그것마저도 대체로 항간에 널리 유포되어 있는 견해들을 모아놓은데 지나지 않거나, 단편적인 언급에그치고 있어서 심각하게 따져봐야 할대목이 많다. 〈제〉라는 개념이 판소리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비중을 보거나, 〈제〉가 장단과 더불어 판소리를이해하는 중심적인 참조의 틀(frameof reference)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볼 때 문제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케한다. 이 기본적인 참조의 틀이 잘못형성되어 있을경우, 그결과는 판소리예술의 실체에 대한 심각한 오해로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제〉의 용법
〈재〉란 용어는 그 용어법이 퍽 다양하다. 현재 이 용어가 쓰이고 있는용법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첫째, 권삼득제 제비가, 고수관제사랑가, 임방울제 쑥대머리와 같이명창들의 이름 뒤에 제를 붙이고, 그사람이 작곡한 특정 대목의 명칭이 오는 경우이다. 이는 특정 대목을 독특하게 불러 청중의 선택을 받아 유명해진 경우에사용한것으로, 이 때의〈제〉는 〈더늠〉의 의미이다.둘째는, 송만갑제 훈향가, 유성준제수공가, 임방울제 척벽가와 같이, 특정 명창이 부르던 판소리 한 바탕 모두(현재 전승되고 있는 작품은20여 개가된다)를 가리키는 경우이다. 이는 판소리 용어로는 〈바디〉라 하는데, 바디는 작품 개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같은 춘향가라 하더라도 몇 개의 바디(정정렬 바디 훈향가,김세중 바디 훈향가, 김연수 바디 훈향가 등등), 곧 여러개의 춘향가 작품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이는 ~판이라고도 한다.셋째, 설렁제 ·서름제 ·호령제 ·석화제 ·산유화제 등의 용법으로 특정한음악적 선율 혹은 창법을 가리키는데 이는 판소리 용어 중 〈조(調)〉에 포함된다.넷째, 동편제 ·서편제 ·중고제와같은 용법으로 지역에 따라 전승되어오는 판소리의 특성을 가리키거나 그러한 특성을 전승시켜 오는 명창들의유파(流派)를 가리키는 데 사용하는경우이다.〈제〉는 이상과 같이 매우 다양한차원의 용법이 섞여 있는 용어이다.그러나 첫째 ·둘째 ·셋째의 용법은그에 따른 고유의 용어가 또 따로 있으므로, 일반적으로는 넷째의 용법,곧 유파에 관한 것으로, 동편제 ·서편제 ·중고제 둥에 한정하여 쓰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면 이제 일반적인용법을 따라 〈제〉를 유파에 한정하여살펴 보기로 하자.유파의 종류와 개념판소리 유파에는 일반적으로 동편제 ·서편제 ·중고제의 세 가지가있는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어떤 이는강산제를 포함시키기도 하고, 어떤경우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5~6가지의 유파를 상정하기도 한다. 그런데이 유파를 구분하는 〈개념〉은 두 가지밖에 없다. 곧 동편제와 서편제의두가지 개념이 이원대립적으로 형성되어 있고, 이 개념에 비추어서 세가지, 혹은 네 가지의 유파를상정하는것이다.그러면, 동편제와 서편제라는 유파의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보기로 하자.〈제〉에 관한 설명이 최초로 동장하는 문헌은 1940년 정노식에 의해 조선얼보사에서 간행된 〈朝蘇唱劇史〉이다. 〈조선창극사〉의 설명을 보면 다음과 같다.
동편은 우조(씩씩한 느낌을 주는창법 : 필자 주)를 주장하여 웅건청맘(雄健淸淡)하게 하는 호령조(호령하듯이 씩씩하게 부르는 창법)가많고 발성초(發聲初)가 퍽 진중하고, 구절 끝마침을 꼭 되게 하여쇠마치로나 내려치는 듯이 하고,서편제는 계면(서러운 느낌을 주는창법)을 주장하여 연미부화(軟美浮華)하게 하고, 구절 끝마침이 좀질르를 끌어서 꽁지가 붙어다닌다.그러면 동서의 유래가 여하히 분류된 것이냐 하면 송홍록의 법제를표준하여 운봉·구례 ·순창·홍덕둥지 이쪽을 동편이라 하고, 서는박유전의 법제를 표준하여 광주,나주, 보성 등지 저쪽을 서편이라하였다. 그 후에는 지역의 표준을떠나서 소리의 법제만을 표준하여분파되었다.이상과 같은 셜명을 보면, 다음과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첫째, 동편제와 서편제는 서로 음악적 성격을 달리한다는 점이다. 그 구체적 내용은 동편은 같은 대목이라도 씩씩하게 부르는 데 반해, 서편은슬프게 부르는 경향이 있으며, 소리를 끝마침에 있어 동편은 짧게 힘을 주어끊어 내고, 서편은길게 늘여 끝낸다는것, 그리고 처음 시작할 때 동편은무겁고 힘있게 하고, 서편은 가볍게한다는 것이다.둘째, 동편제는 전기 8명창 중의대표적인 소리꾼으로 남원 운봉 출신이며 가왕(歌王)으로 일컬어지는 송홍록의 소리 스타일을 따르며, 서편제는 순창 출신이며 송홍록보다 한세대 뒤의 인물인 박유전의 소리 스타일을 따르는 유파라는 점이다,셋째, 〈제〉와 지역과의 관련으로동편제는 남원 ·운봉·구례 ·순창·홍덕 등에 전승된 소리이며, 서편제는광주·나주·보성 둥지에 전승된 소리인데, 이미 1940년 당시에 이러한〈제〉와 지역과의 관련성은 그 의의를상실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1940년보다 훨씬、이전에만 지역에 따른유파의 구분이 가능했다는 것이다.그런데 정노식의 이러한 언급이후에도 많은 사랍들이 나름대로 여러가지 기준을 내세워 유파를 규정하려하였기 때문에, 그개념이 더욱다양한내용으로 형성되게 되었다. 음악적특성에도 장단의 운용에 관한 특정이첨가되어 동편은 대마디대장단, 서편은 엇부침을 많이 쓰는 소리라고 한다든가, 발림(판소리에서의 연극적동작)에 있어서도, 동편은 발림을 거의 하지 않고 서편은 발림을 매우 세밀하게 구사한다는 등의 내용이 첨가되었던 것이다. 지역적 구분에 있어서도, 섬진강을 동서로나누어 섬진강동쪽은 동편제, 섬진강 서편은 서편제가 전승되고 있다든가 동편제는 전라도 산간부의 c恬?隔? 평야부에 전승된 소리는 서편제 소리라 하기도했고, 동편 소리는 전라좌도 지역에전승된 소리이며, 서편 소리는 전라우도 지역에 전숭된 소리라고 하는등으로 복잡하게 전개되었다.이와 같은 여러 견해는 일면의 타당성을 갖고 있지 않은 바는 아니나,근본적으로는 잘못된 견해이다. 이러한 견해는 우선 판소리가 어느 시점으로부터 동일성을 유지하며 전승되었다는 가정하에 있으나, 실제 판소리는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닌 소리들이만나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변하는것이며, 현재의 판소리는 그 부단한변화의 결과일 뿐이다. 또한 지역과유파의 관련성도, 교통이 발달되지못하고, 지역간 교류가 적었던 시절에는 특정한 소리가 특정한 지역에상당 기간 전승될 수 있었겠으나 교통의 발달로 지역간 교류가 중대하고또 판소리 창자들이 집단을 이루어지역간순회 공연을 다니게 될 즈음에이르러서는 어느 지역의 소리가 특정의 특색만을 유지하기는 불가능하다.지역적 정계에 의해 예술의 경계가결정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것이다. 또한 현대의 소리꾼들은 다양한 유파의 소리를 한 사람이 모두배운 경우가많다. 김연수나박동진 ·임방울·김소회 동은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그들은오히려 다양한유파의소리들을 배워 자기 나름대로 재창조함으로써 명창이 되었다.그러기 때문에 이제는 동편이니 서편이니 하는 유파의 개념으로는 판소리를 설명하기가 곤란해졌다. 동·서편을 통해서 설명이 가능했던 판소리는(그것도 완전하지는 못했겠지만)아마도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의 판소리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현대 판소리를 설명할 수 있는 틀은아직 개발이 되지 못했다. 현실에는맞지 않는 과거의 틀로 현대의 판소리를 보려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불합리한 점이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별다른 방법이 없으므로,동편제니 서편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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